기사입력시간 19.11.23 04:44최종 업데이트 19.11.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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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당신 자녀라면 자궁경부암 2가·4가 백신을 맞추겠는가, 아니면 최신 9가를 맞추겠는가"

"비급여는 나쁜 진료, 과잉 진료라는 인식 개선하고 산부인과학회·의사회도 문제제기해야"

[특별기고]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홍보이사·산부인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여아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서바릭스(HPV 16, 18형), 가다실4가(HPV 6, 11, 16, 18형) 등으로 무료 필수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대부분 병원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은 16번과 18번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달리  자궁경부 상피내 종양(CIN) 45, 52, 58번 등이 많이 발견된다.

나는 진료실에서 충분히 라포(rapport)가 형성된 여성들에게는 가다실9가(6, 11, 16, 18, 31, 33, 45, 52, 58형)를 권유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또한 이들이 반드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얼마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은 지리멸렬하고 여성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발언을 했다. 인 의원은 “무료 접종 대상인 2가, 4가와 달리 9가 자경궁부암 예방 백신은 비급여다. 효과가 비슷한 만큼 굳이 9가를 맞을 필요가 없지만, 9가를 홍보하는 의료기관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과연 인 의원이 데이터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의심스럽다. 그저 의료인이 가다실9가를 권유하고 환자들에게 비싼 진료를 받게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일단 ‘비급여’란 네이밍부터 잘못됐다. 처음부터 단단히 잘못됐다. 정부는 급여를 해주지 않는 비급여를 비싸고 나쁜 진료, 과잉진료라고 국민들을 부추기고 세뇌시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에 대한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비급여라는 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나도 이 단어를 쓰지만, 비급여는 정확히 최소로 보장되는 진료가 아닌 모든 진료를 일컬어야 한다. 환자들이 건강을 위한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권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외에도 곤지름, 여러 생식기암(남녀), 두경부암, 인후두암 등은 예방이 곧 생명이다. 그렇다고 인간의 본성인 성관계를 제한할 수는 없는 만큼 정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그나마 짧은 진료시간에서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려는 의사들을 핍박하고 적폐로 프레임을 씌우는 치졸한 짓거리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인재근 의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자녀, 손주가 백신을 맞는다면 예전 버전인 가다실4가, 서바릭스를 맞추겠는가, 아니면 예방 범위가 더 넓은 가다실9가를 맞추겠는가? 당신 자녀가 치료를 받을 때 국가에서 정해놓은 치료만 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신기술로 무장되고 효과가 좋고 더 나은 치료의 질을 높여주는, 소위 나쁘다고 프레임을 씌우는 '비급여' 진료를 선택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완장을 꿰찬 상태로 국민들의 신체 선택의 자유마저 박탈하지 마라. 아주 오만하고 괴랄한 생각임을 당신들은 인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산부인과의사회에 고한다. 당장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국회의원들에게 항의를 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확한 의료 지식을 홍보하는데 힘써야 한다. 의사의 권리와 권위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추후 후배들도 의사로서 자괴심을 갖지 않고 살아가고 당신들의 권위도 살리는 길이다. 잊지 마시라. 배부른 돼지들아.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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