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0년 7월 K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케이지를 이용한 후방추체유합술을 받았는데 수술 도중 오후 4시 21분경, 33분경, 45분경 세차례 부정맥(심실세동)이 발생했다가 자연 회복됐다.
A씨는 당일 오후 5시 4분경 회복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해 8분 후 중환자실에 도착했는데 1분 뒤 갑자기 양쪽 동공의 대광반사가 관찰되지 않고 동맥이 촉지되지 않았으며, 혈압이 측정되지 않는 등 심정지가 발생했다.
이에 의료진은 혈압상승제인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을 투여하고, 그로부터 12분이 경과한 오후 5시 25분경 기관내 삽관, 2분 뒤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심장마사지를 시작한지 7분 후 혈압이 96/70mmHg로 측정되는 등 심장기능이 회복되자 심폐소생술을 중단했지만 환자는 현재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해 인지기능 및 근력 저하가 발생해 일상생활을 할 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다.
그러자 A씨 측은 "의료진은 수술중 3차례 심정지가 발생할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중환자실로 전실한 직후 심정지가 발생했음에도 12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기관내 삽관, 심장마사지를 시행하는 등 응급조치를 늦게 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K대병원의 과실을 일부 인정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 A씨에게 4억 7226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심정지에 대한 응급조치를 미흡하게 한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체는 4~5분 이상 산소공급을 받지 못하면 각종 장기, 특히 뇌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초래되고, 산소포화도가 50% 이하인 상태가 5분 동안 지속되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은 "의료진은 환자가 중환자실로 전실된 직후인 오후 5시 13분경 심정지가 발생하자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등 응급약물만 투여한 채 그로부터 12분이 경과하도록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심정지가 발생하면 심장마사지는 즉시, 제세동은 준비되는 대로 바로 시행해야 하고, 이런 응급조치가 지연되면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중환자실은 심정지에 대한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한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어 즉시 심폐소생술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발생한 심정지에 대해 즉시 심장마사지를 하지 않은 채 12분이 경과했고, 이로 인해 환자의 혈액순환 및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뇌를 포함한 주요 장기에 저산소증을 유발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환자에게 즉각적인 심폐소생술을 했다면 저산소성 뇌손상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법원은 심실세동 및 심정지가 병원 의료진의 의료행위에 기인한 게 아니라 환자의 체질적 소인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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