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1.18 17:51최종 업데이트 19.11.1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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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4년간 6억 2000만원 세금 투입한 한방난임 임상연구,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 실패"

"대조군 없어 유효성 검증 전혀 안되고 위험 한약재 복용으로 높은 유산율의 위험만"

"복지부, 관련 연구보고서 전면 비공개도 의혹…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즉각 중단시켜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른의료연구소는 18일 "한방난임 임상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다"라며 "4년 동안 6억20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 임상연구임에도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를 시행했다. 그러나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14.4%)이 너무나도 낮아 설령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유효성이 있다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조군 없고 임신율 낮아 정확한 유효성 입증 실패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동국대 김동일 교수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의 연구용역으로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을 비롯한 3개 한방병원에서 2015년부터 2019년 5월까지 4년간 수행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이하 이 연구)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구소는 "이 연구에서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만 20~44세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4 월경주기(이하 주기) 동안 한약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후 3주기 동안 임신여부를 관찰했다. 그 결과 100명 중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상적 임신율(임신 6주경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심박동이 확인된 경우)이 14.4%이고 7명이 만삭 출산해 생아출산율이 7.78%라고 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김동일 교수는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방난임 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며 이를 근거로 한방난임 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근거중심의학)에서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가 직접 검토한 결과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한 연구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로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 의학연구에서 특정 치료법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표준 연구디자인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double-blind randomized controlled trial, 이하 RCT)이다. 치료군과 동시에 대조군을 두고 양군을 무작위로 배정하고 대상자나 연구자 모두 대상자가 어느 군에 배정된 것인지 모르게 하는 임상시험이다. 이 방법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치료법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해도 편견(bias)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동일 연구디자인으로 수행된 수많은 RCT 논문들을 대상으로 메타분석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시행해 최종적으로 통계학적인 유의성을 확보한 경우에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현대과학적 기준이며 근거중심의학의 핵심적인 토대"라고 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이 연구는 대조군이 전혀 없는 비대조군,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다. 이 연구디자인으로는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전혀 입증해낼 수 없다"라며 "김동일 교수는 연구의 한계로 '난임 환자 진료의 윤리적 현실과 시간, 비용 등의 한계로 인해 대조군이 없는 전후비교 임상연구로 설계'한 점을 꼽았다. 그러나 이 해명은 연구가 실패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외국에서는 난임치료법의 유효성 평가를 위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와 연구 대상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후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수도 없이 시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체외수정 시 침술의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논문, A Randomized Clinical Trial. 자료=바른의료연구소
RCT 논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논문. 자료=바른의료연구소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침구치료가 의학적 보조생식술의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조군을 둔 수많은 RCT를 시행하고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통해 결국 침구치료의 유효성이 없음을 입증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외국의 난임치료 관련 연구현황을 고려하면 연구자의 해명은 전혀 수긍할 수가 없다"라며 "연구자들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하려 했다면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14.4%)이 너무나도 낮아 RCT를 해도 유효성이 있다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방치료 효과인지,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인지 알 수 없어 

​연구소는 "인공수정 임신율과의 비교는 넌센스다. 연구자는 뜬금없이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의 임상적 임신율(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공수정은 1시술 주기당 임신율인 반면 임상연구는 7개 월경주기 동안의 누적 임신율이다. 관찰 단위가 다른 이 둘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 보면 3-4개월 한방치료 후 임신 확인을 위한 관찰기간을 무려 12개월까지 두는 곳도 있다. 이처럼 관찰기간이 길어질수록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으로 임신율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제대로 비교하려면 1주기당 임신율이나 7주기당 누적 임신율로 단위를 일치시켜야 한다. 7주기 임신율 14.4%는 1주기당 임신율 1.6%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방난임 치료의 임신율은 인공수정의 임신율의 1/8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히 저조한 성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결국 연구자들은 이 임상연구를 한방난임치료의 7주기당 누적임신율과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의 1시술 주기당 임신율을 비교하기 위한 연구로 변질시켜 버렸다. 이것을 입증하려고 그토록 막대한 혈세를 지원받았단 말인가? 그렇다면 굳이 이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의 8주기당 임신성공률이 10.5%(2017), 11.8%(2018)로서 이미 인공수정의 1시술 주기당 임신성공률과 유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방치료의 효과인가?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인가? 의료정책연구소의 '한방난임사업에 대한 의학적·통계학적 관점에서의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아무런 치료를 받지 않은 난임여성의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율이 20~27%(Custers IM 2012, Bensdorp AJ 2017)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난임여성이라도 아무런 치료 없이 임신에 성공하는 경우가 꽤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임상연구의 임신율 14.4%는 6~8개월 동안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훨씬 못 미침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연구에서도 한방치료 종결 후 4, 5개월 지난 시점에 3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한의 치료의 가임력 개선 효과를 고려할 수 있을 것임"이라고 했으나 지금까지 한방치료의 효과가 수개월까지 지속된다는 보고는 없었다. 오히려 김동일 교수가 지도교수로 참여한 논문에는 "치료 기간 내에 임신하지 못한 여성에 대한 가임력 개선효과는 입증할 수 없었다", "한방난임치료가 난소기능의 노화과정을 예방하거나 늦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 종료 후 임신한 3명은 한방치료 효과가 아닌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연구기간에 임신한 13명 중에도 자연임신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다. 결국 이 임상연구는 14.4%의 임신성공률이 한방치료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에 의한 것인지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높은 유산율, 임산부 복용금기 한약재 포함 배제할 수 없어 

​연구소는 "2017년 9월 보건복지부의 난임치료 건강보험 적용 관련 보도자료에는 인공수정 시 10~20%의 유산율을 나타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는 13명의 임신 중 무려 5명(38.5%)이 유산해 인공수정 유산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2018년도 34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에서는 12.7%(166명의 임신 중 21명 유산)의 유산율을 나타냈는데, 이보다도 무려 3배나 높은 유산율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한방치료에 사용한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에 유산을 촉진시키는 한약재가 함유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중 온경탕에 들어있는 목단피는 유산과 조산 위험성이 있어, 식약처가 목단피 함유 한약제제들을 모두 임산부 복용금기로 설정했다. 따라서 목단피가 유산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연구자들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시기(배란 후) 또는 임신 이후에는 투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배란 직전까지 복용한 목단피 중 유산을 일으키는 성분이 건선치료제(아시트레틴)처럼 체내에 장기간 축적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배란 직후에 복용하지 않는다 하여 유산 위험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배란착상방에는 홍콩중문대학의 동물실험에서 기관형성기에 투여하면 생쥐의 태아가 흡수되는 것이 확인된 토사자와 당귀가 함유돼 있다. 사람에서 기관형성기는 수정 후 3~8주(임신 5~10주)에 해당한다. 배란착상방은 임신 확인 후 15일간 추가 복용하는데 이 시기는 정확히 태아의 기관형성기에 해당한다. 산모에서 태아흡수를 관찰하기 어려워 단순히 임신 실패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전이 바로 한방난임치료가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참사를 낳은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외에도 온경탕과 배란착상방에 함유된 인삼은 동물실험에서 선천성기형 발생이 확인돼 특히 임신 제1기에는 인삼 섭취를 금해야 한다. 그런데 토사자, 당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연구에서는 태아의 기관형성기에 인삼을 복용토록 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그간 대한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 25~30%에 달하는 높은 임신성공률과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본 연구소는 이 임상연구의 임신성공률이 최소한 25~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7주기 누적임신율이 달랑 13%(최초 대상자 100명 중 13명)에 불과했다(연구자들은 중도탈락자를 제외한 치료 완료자를 기준으로 임신성공률을 구했으나, 부작용이나 효과 부족 등의 이유로 탈락한 대상자도 모수에 포함시켜야 유효성 및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임신율은 2017, 2018년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10.5%, 11.8%와 유사한 수준으로 아주 초라한 성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그래서 그런지 연구소가 지난 6월부터 복지부에 최종보고서를 정보공개 청구하자, 복지부는 "귀하께서 요청하신 최종보고서는 2019년 5월31일 종료된 과제로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제23조(연구개발성과의 공개)에 따라 주관연구기관의 비공개 요청을 받아 보안등급을 검토 중에 있으며 이에 따라 비공개 승인될 경우 일정기간 공개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상연구 결과가 그리도 좋았다면 바로 공개했을 텐데 왜 연구기관에서 비공개 요청을 한 것일까? 참으로 의아했다. 이는 연구자들 스스로도 연구결과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닌가? 10월14일 이의신청을 했으나 아직까지도 최종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14일 연구책임자가 느닷없이 개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편 이 임상연구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복지부는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려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요청서'를 제출하면 "보건복지부에서 현재 추진 중인 임상연구(2015∼2018년)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 재검토 필요"라는 검토의견을 분명히 밝혀왔다. 복지부가 언급한 임상연구가 바로 이 연구다. 그러나 이 연구는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 입증에 실패했으므로 복지부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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