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04 09:08최종 업데이트 16.05.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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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법의료기관 판치는데 정부는 뒷짐 "정말 지친다"

진료비 할인, 차량 제공, 심지어 환자 매수…"선량한 의사만 피해"

A원장은 "병원을 개원하자 환자 보호자들이 하나 같이 '다른 요양병원은 한 달에 얼마씩 깍아 주는데 여기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너무 황당했다"면서 "알아보니까 본인부담금을 할인하지 않는 병원이 없더라"고 하소연했다.
 

투석의료기관의 진료비 할인, 식사 및 교통편의 제공, 심지어 환자 사오기 등은 더 심각하다.

"00재단은 환자들에게 혈액투석 뿐만 아니라 숙식과 관광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혈액투석이 없는 날이면 환우들은 전용버스 편으로 제주도 성산일출봉 등 유명 관광지로 나들이 한다"
 

지난해 8월경 모 언론에 실제 게재된 기사 일부다.
 

의료법상 환자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숙식 등 유인행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 병원은 이런 불법행위를 당당하게 언론에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어려운 환자들을 돕는 게 뭐가 문제냐'는 사회적 인식이 한 몫하고 있다. 정부도, 경찰도 뒷짐을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룡화된 탈법의료기관 환자 싹쓸이 심각

이렇게 탄생한 '공룡'은 순식간에 투석환자들을 싹쓸이하고 인근 도시로 세를 확대해 나간다.
 

대한투석협회 최영일 윤리이사는 "이런 불법 의료기관을 숱하게 고발하고 있지만 영리 목적이 아니라는 이상한 논리로 풀어주는 게 현실"이라면서 "심지어 불법행위를 고발한 의사들이 무고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집중 포화를 당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설령 사무장병원이나 불법 의료생협 대표가 구속되거나 처벌 받는다고 해도 독버섯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최영일 이사는 "지방의 모 사무장병원 대표는 횡령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 뒤 환자가 더 늘었다"면서 "방법은 간단하다. 환자들을 돈으로 사오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탈법 의료기관이 들어서면 한 도시가 초토화된다는 점이다. 
   
탈법 투석의료기관은 1명당 20만~30만원을 주고 환자들을 유치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100명, 200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면 방법은 두가지다. 버티느냐,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불법행위에 가세하느냐다.
 

실제 모의원은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환자들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사무장 투석병원이 월 20만원을 주자 환자들이 의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 이사는 "공룡들이 활개치다보니 선량한 개원의들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불법 행태를 따라하면서 결국 진흙탕싸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석협회 김성남(사진) 총무이사는 "불법 의료기관들은 공익을 목적으로 본인부담금을 깍아준다고 홍보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행위를 할 때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느냐 하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환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충분한 투약과 치료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석협회는 이런 불법의료기관들과 10여년째 전쟁을 하고 있지만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되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영일 이사는 "환자에게 교통편의나 식사를 제공하는 생협이나 사무장병원을 보건소에 고발하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우리한테 불법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우리가 검찰도 아닌데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사무장병원이나 불법 의료생협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공무원조직과 경찰은 척결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면서 "한달에 2억원의 진료비를 건보공단에 청구하는 이들에게 500만원 벌금은 껌값"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법을 지키고 정당한 비용을 받는 의료기관을 도와주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정말 지친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환자들의 인식이 개선되고 있어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라는 게 투석협회의 설명.
 

투석협회 김성남 총무이사는 "진료비를 할인하는 불법의료기관에서 투석치료를 받으면 신부전이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이제 깨닫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희망적인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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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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