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번호만 다른 동일 의약품 2개를 놓고 생동성시험을 했더니, 기준을 벗어났다면 둘은 같은 약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약은 인체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Yes"라고 결론 내리자, 일부 의사들이 들고 일어났다.
제네릭에 대한 신뢰 제고의 계기가 될줄 알았던 '제네릭 품질검증사업'은 석연찮은 식약처 발표로 논란의 불씨만 키우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9일 의약품이 허가 당시 기준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중 유통 의약품 30개 품목을 수거해 진행한 '품질관리시험‘ 및 '의약품동등성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의 발표는 모두 허가사항대로 품질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
품질이 변했을 가능성이 높은 15개 제품을 선정해 제품별로 제조단위(제조번호)가 다른 품목 2개씩 총 30개를 조사한 결과, 함량·용출시험 등 '품질관리시험'에는 모두 합격했다.
식약처는 법적 품질기준인 '품질관리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두 번째 시험인 의약품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 비교용출시험) 결과다.
동일한 제품이지만 제조번호만 다른 두 개 품목을 놓고 생동성시험(사람 대상) 및 비교용출시험(실험실 시험)을 한 결과 무려 40%(6개 제품)가 기준을 벗어났다.
△피나베륨브롬화물(일양디세텔정/일양약품) △모사프리드시트로산염(모사딜정/대우제약)은 등 2개 제품은 생동성시험 범위를, △클로피드그렐황산수소염(피도빅스/한림제약) △에페리손염산염(에손정/한국유니온제약) △로사르탄칼륨(로자틴정/씨트리) △파모티딘(셀트리온파미티딘정/셀트리온제약) 등 4개 제품은 비교용출시험 기준을 벗어났다.
의혹이 많았던 제네릭의 약효와 품질을 검증하기 위해 시작된 이 연구의 취지를 볼 때 식약처가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의약품동등성시험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처음에 오리지널 제품과 제네릭과의 직접 비교연구를 모델로 잡았던 식약처다.
그런데 식약처는 동등성 시험결과 범위를 초과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치료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로 일축하고 있다.
의약품관리총괄과 명경민 과장은 "기준을 벗어난 결과들이 효과와 부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다. 작용기전, 효능효과 등 약동학적 거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영향을 주지 않아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대한의원협회는 성명을 통해 "제네릭이 허가를 받으려면 오리지널약을 대조약으로 한 생동성시험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면서 "동일한 의약품 간의 생동시험에서 범위를 벗어난 것은 같은 약이 아니거나 같은 약효를 유지하고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의원협회 김성원 고문은 "식약처는 품질관리시험을 통과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품질관리시험은 동등성 확인의 아주 기초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면서 "품질관리시험에서 적합하다고 판정된 의약품이 인체에서도 동등한 효과를 나타낼 것인지 평가하는 시험이 바로 생동성시험"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준 초과 제품이 대부분 제네릭 제품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진다.
이번 연구 대상 의약품 중 7개 제품은 오리지널, 8개 제품은 제네릭이다.
오리지널 중 단 1개 제품(일양약품 디세텔정)만이 기준을 초과한 반면, 제네릭은 8개 중 5개 제품이 기준을 초과했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릴리)가 생산하는 오리지널 4개 제품 중 단 한 제품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
김 고문은 "결국 외자사의 오리지널약에 비해 국내 제약사가 생산하는 제네릭의 품질 및 효능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의 소기 목적대로 제네릭의 품질과 효능을 오리지널약과 비교하는 연구를 대대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기준을 초과한 6개 제품에 대해서는 즉각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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