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건강 프로그램은 돈이 된다. 의료단체에서도 쇼닥터를 제어하지 못한다. 사회적 감시망도 열악하다.
쇼닥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들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13일 '방송·인터넷의 식품·건강정보 오류, 어떻게 걸러내야 하나?'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 심의 동향'을 발표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은 오락 장르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정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건강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중요한 과제"라고 환기시켰다.
'생로병사의 비밀' '비타민' '내 몸 사용설명서' '천기누설' '건강 한의사' 등과 같은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은 지상파 TV, 종합편성채널방송,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공급자)를 모두 포함하면 50여개에 이른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건강의료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이유는 뭘까?
'의사(한의사)'가 출연하는 건강의료 프로그램은 믿을 만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정영진 전문의 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이 병원 외래환자·보호자 중 최근 1주일간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1시간 이상 본 적이 있는 50세 이상 성인 2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1%는 TV 건강 프로그램에 의사가 출연하기 때문에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시청률 1%만 나와도 성공작이라고 평가하는 종편의 경우 '내 몸 사용설명서(TV조선)'가 2.3%, '나는 몸신이다(채널A)'가 2.2%, '천기누설(MBN)'이 3.2%, '알토란(MBN)'이 4.5%에 달한다.
문제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보다 '오락형'을 지향하면서 쇼닥터들이 기생할 수 있는 최적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재하 선임연구위원은 "올해에도 여전히 건강의료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 한의사, 기타 건강 전문가 등이 실질적인 의료행위 또는 유사 의료행위를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전화 상담 등을 통해 원격 진찰과 처방 행위에 가까운 내용을 방송으로 제공하는 게 적법한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단체의 자정 노력도 미미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어성초가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 방모 씨, 자연치료의학을 주장하는 서모 씨를 각각 쇼닥터 1호, 2호로 지목하고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쇼닥터들은 의사협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사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안내해서는 안된다'
'한의사는 방송 출연시 한의학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한의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적극 적극 노력해야 한다'
앞의 것은 의사협회가, 뒤의 것은 한의사협회가 만든 '방송출연 가이드라인'의 일부 내용이다.
가이드라인이 법적 효력이 없긴 하지만 한의사협회도 의사협회처럼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제시해 쇼닥터 자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와 함께 일본처럼 의료와 관련한 방송 프로그램을 감시하는 '미디어 닥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박태균 회장에 따르면 일본 미디어 닥터(www.mediadoctor.jp)는 의료에 관한 보도 방식을 공부하는 모임으모, 의료 전문가와 미디어 관계자들이 참여해 관련 기사와 방송을 임상 역학 등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명지병원 신희영(가정의학과) 교수는 "쇼닥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부터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모니터링해서 시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 예방까지는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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