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환자가 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했던 ‘척추 수술 후 발생한 신경병 증상’과 관련한 대법원 파기 항소심에서 의료행위의 결과보다는 과정의 적절함이 중요하다며 원고(환자) 패소 판결을 내렸다.
A환자는 허리 통증 때문에 B병원에서 간헐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받던 중 악화한 허리 통증과 (500m 보행 시 생기는) 파행을 동반한 오른쪽 방사통으로 2007년 MRI 검사를 받는다.
판독 결과 L5~S1 간 양쪽 척추 분리증(bilateral Spondylosis), 전방전위(Spondylolisthesis), 추간공 협착 소견(Foraminal Stenosis)이 보였고, A환자는 검사 다음날 바로 수술받고 1주일 후(POD 6) 퇴원한다.
환자는 퇴원 5일 후(POD 11)에 B병원이 아닌 OO병원을 방문해 우측 하지와 새벽에 잠을 못 이룰 정도의 심한 통증을 호소 후 다음날 우측 족하수(Rt Foot Drop)를 진단받고 6개월 이상(~2007.08) 보존적 치료를 받지만, 증상의 호전은 없었다.
약 2년이 지난 후 환자 A는 병원에서 근전도 검사를 받는다. 양측 제5요추 신경근 병증 및 탈신경전위 Meyerding Grade III 이상을 진단받았고 현재까지도 관련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환자는 의사가 불완전 감압 및 불완전 정복이라는 수술상 과실 때문에 하지 신경손상이 발생했고, 수술 후 영상의학 검사 결과를 오진하고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영구적 장애가 있다고 판단, B병원을 소유한 의료재단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1심과 대법원 판결(3심) 및 대법원 파기 환송으로 인한 항소심 결과와는 다르게 2심에서는 의사의 잘못을 일부 인정하는 결과가 나왔었다.(대법원 판결이 2심과 달라 2심 판결로 다시 보냄)
2심 재판부는 "환자 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 의무 위반과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술 전 하지의 근력 및 감각기능이 정상이었던 점
-수술 전에 없던 새로운 신경 증상이 수술 후에 생겼고, 이 증상은 수술 부위인 제5요추에서 기원한다는 점
-수술 직후 B 병원에서 찍은 CT 및 X-ray 촬영검사 결과 수술부위에 신경공 협착증이 남아 있어 감압과 정복이 불완전했다
이런 근거를 들어 환자의 증상을 유발한 수술 외의 직접적인 원인을 병원 측에서 밝혀내지 않으면 병원과 의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은 결국 "환자의 수술 후 증상이 의료인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의료인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법원에서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임을 이해하고 결국은 의료인(혹은 의료재단)이 적극적으로 인과관계를 해명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유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 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하므로, 진료의 결과를 가지고 진료채무 불이행 사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2심과 다른 판결을 내린다.
즉 의사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고 의료행위를 하던 당시에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치료를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2심에서 근거한 의료인 스스로 수술 외 직접적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수술 행위와 결과 사이에 명확한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수술 후 10일이 지난 후에 관련 증상을 호소한 점을 들어 수술 직후에는 증상이 없었다는 점, 6개월 OO병원에서 수술 등의 적극적 치료가 아닌 보존적 치료만을 하고 2009년에서야 근전도 등의 검사를 통해 신경공 협착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개시한 점을 근거로 피고의 잘못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결국 수술 결과가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의료과실로 보기는 힘들고 수술 후 악화한 신경 증상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환이 완벽하게 치료되지 못하면서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어 의료상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