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생제 내성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며 실질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은 5일 오전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국내항생제 내성 현황과 환자의 전원 과정에서 CRE(카바페넴내성장내속균종, 다제내성균) 유입 현황 등을 바탕으로 다제내성균 확산의 위험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재갑 교수는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률은 다른 국가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인데 특히 중증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 내성률이 약 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마땅한 치료 대안이 없어 기존의 항생제들을 섞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제도의 현실"이라며 "이러한 치료 방법은 임시방편이 될 뿐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들을 위한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앞으로 감염 환자들이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없어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일이 없도록 보다 폭넓은 치료옵션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항생제 다제내성균 치료 항생제 현황 및 개선방안을 발표한 고려대 의과대학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2018년 총 102개 항생제 품목이 국내에 허가·신고돼 있지만 내성균에 유효한 항생제 12종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항생제 내성 문제가 대두된 2014년 이후 미국은 13개, 유럽(EU)에서는 11개의 항생제 신약이 도입 됐지만 국내는 단 2개만이 허가를 받았으나 그마저도 현재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원석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출현 속도는 항생제 신약의 개발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특히, 항생제는 시장 가격이 매우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 기업에만 맡겨서는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며 "정부에서 국내 제약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꼭 필요한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이미 개발된 신규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제들의 신속한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국내 허가된 항생제 신약 ‘저박사’는 올해 6월 개최된 약평위 심의에서 비용효과성 불분명으로 비급여 결정됐다. 또한 최근 10년 간 유일한 급여 적용 약제였던 '시벡스트로'는 외국과 비교해 약가 수준이 낮아 국내 출시를 포기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일한 신약인 두 치료제 모두 실제 사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 옵션이 없어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 치료에 현장 전문가들이 어려움이 많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며 "특히 항생제 경제성 평가와 관련해 토론회에서 심각성이 지적된 바와 같이 항생제 특수성을 감안해 전문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 최정현 교수는 "항생제 적정 사용, 감시체계 강화 등 국내 항생제 사용량 억제 중심의 현 정책으로만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에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 국내에서 수십 가지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이들 약제로 치료할 수 없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내성균의 출현과 전파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존을 위협하는 다제내성균 감염에 대해 암과 같은 중증질환 이상의 위험으로 인식하고 경쟁력 있는 항생제 신약 개발과 항생제 신약의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제도 등 중증감염 치료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수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률과 사회경제적 비용이 높아져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국내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신규 항생제 허가, 신속한 급여 등재에 있어 다른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들과 다른 항생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검토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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