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의 램(RAM) 용량이 얼마든, 혹은 새로운 9.7인치 아이패드 프로가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든 아니든, 응당 의료 전문지의 관심은 애플의 새로운 헬스케어 프레임워크(Framework)다.
3월 21일(현지시각) 쿠퍼티노 타운홀에서 열린 '스페셜 이벤트'에서, 애플은 새로운 하드웨어에 이어 세 번째 헬스케어 프레임워크인 '케어킷(Care Kit)'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케어킷(Care Kit)은 헬스킷과 리서치킷에 이은 애플의 본견적인 '질환 관리' 플랫폼으로 앱(App)을 만들기 위한 개발자 툴이다.
애플은 새롭게 공개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의료 공급자-소비자 간 실질적인 '치료'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고 의료의 코어에 한발 더 다가섰다.
애플은 케어킷 설명에 앞서, 리서치킷의 1년 성과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리서치 킷이 1년 동안 이룬 업적들
-미국 50개 주에서 천식의 새로운 유발인자들 발견
-제2형 당뇨병의 아형(Subgroup)을 발견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파킨슨병 스터디 진행
케어킷(Care Kit)의 구현
애플은 포괄적인(바꿔 말하면 '변죽을 울리는') 건강(Health Kit) 관리와 의학용 리서치(Reseach Kit)에 이어 본격적인 질환 중심(Care Kit)의 플랫폼을 선보였다.
'Care'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번 프레임워크는 근본적으로 환자가 '치료'에 대한 정보를 담는 플랫폼이다.
케어킷은 앱 개발에 도움을 주는 다음 4가지 모듈을 포함한다.
Care Card : 약물 복용이나 PT 스케줄 같은 개인화된 치료 플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듈. 특정 항목은 애플워치나 아이폰을 통해 자동으로 트래킹된다.
Symptom and Measurement Tracker : 사용자에게 증상을 기재시키고 통증이나 ROM을 측정케 하는 모듈. 여기엔 단순한 설문조사 도구가 포함됐다.
Insight Dashboard : 치료에 따른 증상의 개선 정도를 알려주는 모듈.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Connect : 사용자가 의료정보를 의료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모듈.
사용자는 케어킷으로 개발한 앱에 본인의 치료 과정을 저장해 트래킹하고, 의사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는 처방받은 당뇨약의 복용 상황이나, 식이요법 진행 정도를 입력해 의사에게 전달한다.
환자는 질환에 따라, 아이폰의 가속계(accelerometer)나 자이로스코프를 이용해 사지의 ROM(Range Of Motion, 관절가동범위)을 측정하거나, 휴대 전화 카메라로 찍은 상처의 치유(Wound Healing) 정도를 업로드 해 증상의 진행 정도까지 저장할 수 있다.
환자가 입력한 치료 과정이나 증상 추이를 공유하면, 주치의는 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추적관찰(Follow Up) 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 COO(Chief Operating Officer)인 제프 윌리엄스(Jeff Williams)는 이날 프리젠테이션에서 "케어킷은 대중에게 자신의 건강을 이해할 만한 데이터를 위한 앱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테러리스트의 아이폰 보안해제 문제(백도어)를 두고 FBI와 법정 분쟁 중인 애플은 프라이버시 문제도 잊지 않았다.
애플 측은 사용자가 케어킷으로 만든 앱을 이용할 경우, 개인 정보 중 어떤 부분을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취사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케어킷은 오픈 소스 형태로 4월에 정식 공개되며, 이날 소개한 파킨슨병 앱 외에 더 많은 앱이 추가될 예정이다.
케어킷(Care Kit)의 첫 번째 앱은 역시나 신경퇴행성 질환!! - 파킨슨병
신경퇴행성 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에 대한 헬스케어 회사들의 관심이 뜨겁다.
'장수'를 목적으로 내건 칼리코(CaLiCo, 알파벳의 자회사)가 제약사 애브비(Abbvie)와 공동 투자해 만든 R&D 설비 역시 주요 연구 분야를 노화, 특히 신경퇴행으로 정했다.
애플이 작년 리서치킷을 공개하면서 개시한 앱도 그렇고, 이번 케어킷으로 만든 첫 앱도 파킨슨병이다.
애플은 텍사스 메디컬 센터와 공동으로 파킨슨병 앱을 개발해 발표했다.
이 앱은 케어킷 모듈을 활용한 치료 카드(Care Card), 증상 트래커(Symptom Tracker), ROM(관절가동범위) 테스트 등을 특징으로 한다.
존스홉킨스병원을 포함한 미국 내 여섯 개 의료기관이 이 앱을 활용할 예정이다.
케어킷이 '구글헬스'가 되지 않으려면...
애플은 수억 개의 IOS 디바이스에 깔릴 케어킷을 통해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겠지만, 헬스케어 플랫폼의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사용자가 개인의 정확한 정보를 '꾸준하게' 입력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 사용자 기반의 PHR(Personal Health Record) 플랫폼 성공 사례가 없는 이유다.
구글 역시 '구글헬스'란 PHR 플랫폼을 2008년에 선보였다가 3년 만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처음 구글헬스를 개발했던 Adam Bosworth는 실패 원인을 묻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셜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했다
많은 전문가 역시 '소셜성의 부재'라는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건강과 아주 멀어질 때만 관심이 생기는(Situational Involvement) 건강(Health)이라는 영역의 특성상, 사용자가 아프지 않을 때도 꾸준히 개인 정보를 저장할 만한 동기를 만들어줘야 했다는 것이다.
구글헬스의 UI
물론, 애플은 이미 두 개의 헬스케어 플랫폼을 성공해 케어킷 연동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으며, 구글과 달리 앱을 개발하는 서드파티에 다양한 아이디어 생성을 맡긴다.
게다가 애플의 생태계는 런칭 당시의 구글헬스 환경보다 훨씬 사용자 친화적이고, 시장의 환경 역시 5년 전보단 긍정적으로 변했다.
애플이 앞선 실패 사례를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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