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송승윤 기자]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회삿돈을 빼돌려 가상자산 투자와 불법 도박 등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에 이어 업계를 가리지 않고 횡령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영업담당 직원 3명은 회삿돈을 횡령해 이를 주식, 가상자산 투자 및 불법도박 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들은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대금을 착복하거나 허위 견적서 또는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는 식으로 회사 자산을 가로챘다. 또한 상품권 현금화 등의 편법도 활용했다. 이렇게 빼돌린 금액은 30억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주위 다른 직원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일부 직원들에게 불법도박 홈페이지를 소개한 뒤 10여명이 모여 사내 및 재택근무지에서 불법도박을 일삼은 것이다. 회사 인사위원회는 이들을 징계 처분하고 횡령금액 환수 조치를 진행했다. 해고 등 징계 수위는 밝히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기자본의 5% 이상에 해당하지 않는 규모라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공시하지 않았다"라며 "경찰에는 따로 고소하진 않았고 내부 감사를 통해 자체 적발 후 대부분의 횡령액을 회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클리오에 이어 업계 최대 규모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화장품 업계도 침울해지는 분위기다. 앞서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13일 클리오의 영업부서에서 과장급으로 일했던 40대 남성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홈쇼핑 화장품 판매업체로부터 받은 매출액 일부를 자신의 통장으로 빼돌리면서 18억9000만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횡령한 돈을 이미 인터넷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 화장품 업체 직원 A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업황을 다 같이 힘겹게 버티고 있었는데 누구는 회삿돈을 가로채 돈을 흥청망청 써댔다니 어이없고 황당하다"라고 털어놨다.
화장품 업계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금융 등 올해 들어 업계를 가리지 않고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기업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연초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상장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2215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계양전기(245억원), 서울 강동구청(115억원), 우리은행(614억원) 등에서도 줄줄이 회삿돈이 유출됐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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