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관련 계획안 공개 후 의대 재학생 등 거센 반발에 '폐기'…고신대 측 "여러 안 중 하나였을 뿐" 해명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방의 한 사립대학교가 자율전공학부로 학생을 선발한 뒤, 이 중 일부는 2학년부터 의예과 전공을 택할 수 있게 하는 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고신대학교는 지난주 공청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가 고신대 의대교수와 의대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전날(28일) 해당 계획을 최종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신대는 부산에 소재한 사립대학으로 1981년 설립과 함께 의대가 개설됐다. 고신의대 부속 대학병원으로 고신대복음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조용하던 고신의대가 최근 발칵 뒤집힌 건 대학 측이 최근 내놓은 자율전공학부 설립 계획 때문이다. 자율전공학부으로 400여명의 신입생을 모집한 후, 다음해에 이 중 3~4명의 학생에게 의예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학교 측의 계획이 공개되자 고신의대 교수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고신의대 학생회는 재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신대는 해당 계획은 여러 안 중 하나라며 ‘폐기’를 선언했다.
입시업계·의료계서 비판 나와…"의대 미끼로 학생들 '희망고문' 하는 셈"
이번 일과 관련해 입시업계와 의료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가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해 의대를 일종의 ‘미끼’로 사용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우수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한 실정이다. 학생 지원율이 저조한 지방대들도 의대만큼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고신대 의대도 2023년도 정시모집 결과, 모집인원(13명)을 훌쩍 넘는 지원자(425명)가 몰렸다. 경쟁률은 32.7대 1로 전국 의대 중 최고였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의대 진학을 꿈꾸고 자율전공으로 들어갔다가 의예과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신입생 유치 전략에 이용당하는 셈이 되고, 자율전공으로 들어간 학생과 기존의대 재학생들 간 차별이 생길 수 있는 등 문제 소지가 있다”며 “지방대가 위기 탈출의 기회를 필요로 하는 건 알지만, 이런 방법이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덕선 전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역시 “무슨 교육 목적으로 내놓은 계획인지 모르겠다. 학교가 2차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부적절한 방법”이라며 “400명의 학생들을 뽑아놓고 의대를 갈 수 있다는 ‘희망고문’을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고신대 "여러 안 중 하나인데 와전된 것" 해명
고신대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신대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계획은 대학 구조조정 관련 공청회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안 중 하나일 뿐이었다”며 “마치 최종안인 것처럼 알려지며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애초에 학교 구조조정을 위해선 법적으로 학생들이나 교직원들 대상 의견 수렴 절차 등이 필요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다”며 “현재 해당 계획은 최종 폐기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의대를 신입생 유치에 이용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대를 노리고 자율전공학부로 들어왔다가 실패한 학생들 수백명이 1년 뒤에 무더기로 다른 대학으로 가버릴 수 있는데 그런 무모한 결정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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