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3.04 09:50최종 업데이트 15.05.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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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두는 내과 전공의들

전문의 처우 갈수록 악화되자 미련 없이 포기

"'내과부심' 버리고 수련환경 개선 노력할 때"


<사진출처 : JTBC NEWS>

 

작년 가을쯤 의사 구직 사이트에 내과 전공의 결원 모집 공고가 많더니, 올해는 '사상 첫 전공의 미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전공의 수련이 정식으로 시작하는 3월이 되기도 전에 내과 수련 포기자들이 늘고 있다.

 


<모 의사 커뮤니티의 내과 전공의 모집 광고>

경기도에 있는 A대학병원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3일 "내과 전공의 한 명이 픽스턴* 도중 진로를 고민하더니 그만두었다"고 전했다.

 

서울의 H병원은 "현재 내과 전공의 3명 중 1명이 그만둬 서둘러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 커뮤니티의 전공의 초빙 게시판엔 벌써 충원 모집 공고 글이 올라와 있다.
*픽스턴 : 전공의 지원 후 합격이 결정된 상태에서 합격과의 인턴 업무를 보는 것

 

5년째 봉직의를 하는 한 내과 의사는 "개원 수련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된 것이 아닌 이상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전문의 처우 때문이다. 내과 전문의 공급이 많아지다 보니 월급도 낮아진 것이다. 원격의료와 리베이트 쌍벌제까지 겹치면서 내과 전공의들이 계속 수련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나이 어린 윗년 차에게 까이고 환자 보호자에게 멱살 잡혀도, 그나마 참을 수 있게 만들던 '수련 이후의 모습'이 암담해지니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전문의를 취득한 다른 의사는 더욱 비관적이었다.

 

"전공의 급여는 근무시간 대비 터무니없고, 수련 때 술기 하나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 환자만 보다가 4년을 보내고, 술기를 배우기 위해 펠로우(전임의)를 다시 한다. 가정이 있는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박봉에 고생만 하는 2년간의 전임의를 또 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의가 되어) 나와도 별볼일 없는데 누가 이런 것을 시작하려 하겠는가?"

 

 

의국과 병원의 생존 방법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사의 미래를 의사 힘으로 발전시키기는 어렵다. 의료계 외부에서 의료수가 개선이나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병원과 내과 의국도 스스로 수련 과정을 개선하면서 전공의 내과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한 내과 의사는 "힘든 전공의 생활을 버텨내게 했던 '그래도 평타는 치는 내과'가 아닌 이상, 수련 과정을 개선해줘야 한다. 힘들고 돈도 못 버는 과를 사명감만으로 강요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는 전임의가 응급실 당직 전화를 받는 상황까지 몰리자 전문간호사* 채용을 확대해 주치의 업무를 분담했다.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부 과는 지원자가 줄어들자 연 2회 휴가 보장, 주치의 당직 분담, 업무 분담 등의 처우 개선을 통해 전공의 지원을 소폭이나마 늘렸다.
*여기서는 전공의 업무 분담을 위해 의국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의미에서 예를 들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하지 않고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기도 했다.

 

미국에서 호스피탈리스트 운동을 주창해온 로버트 워터 교수는 대전협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호스피탈리스트들은 미국 수련병원에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규제의무가 생기면서 그동안 레지던트들의 해왔던 의료 서비스의 공백을 전문적으로 보충하고 의료 효율을 증가시키는 등 병원 진료의 핵심적 공백들을 잘 메웠다"고 평가했다.

 


<출처 : womensvoicesforchange.org>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수련 도중 후임 전공의가 없었다는 한 내과 의사는 "전공의 결원이 생겨도 교수들에겐 당장 업무 부담이 없다. 윗년차 전공의가 땜빵하면 그럭저럭 병동은 돌아가고, 교수들은 이전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라며, 교수들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이어 "박봉에 힘들어도 윗년차로 올라갈수록 ‘일이 줄어드는 맛’에 버티던 전공의들이 밑년차가 없게 되면, 남은 전공의 생활이 정말 우울해진다. 3년차 올라가기 전에 길을 틀어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과 의사의 공급 과잉이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내과 전공의 부족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 결원이 예상되면, 기존 전공의들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동요할 수 있다. 명절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펠로우가 응급 전화를 받게 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내과 의사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내과부심*을 버리고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개선해야 한다. 지금이 내과 위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못된 모습 그대로 후배의 후배들까지 대물림되는 현실이라면, 의료계 발전이 가능할 리 없다."
*내과부심 : 내과 + 자부심

 

내과 의사의 당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내과는 주요 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상 의학의 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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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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