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전 설문조사보다 참여 회원 늘어 충분한 대표성...향후 회원투표제 정관 논의도 가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대정부 투쟁에 대한 설문조사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설문 대표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부터 의도적으로 답변을 유도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22일 '의료 4대악 대응에 대한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최대집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의협의 향후 투쟁은 정당한 저항이라는 당위를 얻었다"며 조만간 의사 총파업 등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집행부 지지층 답변 과다 집계 가능성 농후…답변도 편파?
그렇다면 정말 이번 설문조사가 전체 의료계의 대표성을 담보하고 있을까. 우선 설문조사는 의사 회원 2만6809명을 대상으로 ‘의협신문 닥터서베이’를 통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문제는 의협신문을 통해서만 온라인 설문이 진행되다 보니 의협 집행부 지지층인 신문 열혈 구독자들의 의사가 설문결과에 과다 집계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 우선 나온다.
또한 질문 문항도 다소 편파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설문 문항 1번은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묻고 있다.
이에 대해 제시된 답변을 보면 매우 부정적, 대체로 부정적, 약간 부정적,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음 총 4가지로 구성돼 있다. 즉 제시된 답변 중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그나마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문항을 제외하면 4가지 중 3가지 답변이 부정적인 답변이다.
의료계 내 일부 직종은 거의 설문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다.
응답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2만6809명 중 개원의 응답자가 1만1743명인 43.8%로 가장 많았고 봉직의도 33.5%로 그 뒤를 이었다. 즉 개원가 의사들의 의견이 80%를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교수 직역은 8.1%, 전공의는 5.5%, 공보의 2.7%, 군의관 2.6% 등 개원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역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참여율을 보였다.
직역 전체 인원 중 참여자 비율을 살펴봐도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 개원의는 전체 4만5000명 정도로 이번에 참여한 약 1만1000명은 전체의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수 직역도 전체 약 9000명 중 2100여명만 참여해 20%에 그쳤다. 전공의들도 전체 1만6000명 중 1400여명만 참여해 참여율은 10%에 불과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만으로 의협 집행부의 투쟁이 근거를 얻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것이다"라며 "전체 13만 회원 중 소수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반쪽자리 설문조사라는 꼬리를 제외하더라도 대표성을 주장하기엔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안이 심각한 만큼 회원 일부가 참여하는 설문조사보다는 대회원 투표가 실시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투쟁에 대한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총파업이라는 강력한 방법론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투쟁의 근거와 대표성이 확실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대집 회장 “타 설문조사 비해 참여도 늘어…회원투표 정관에 없다”
반면 의협은 이번 설문조사만으로도 회원들의 투쟁 의사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타 설문조사 때와 비교해 회원 참여가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의협은 회원투표에 대해 협회 정관에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아 향후 조직구조 개편 때 심도 있게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대집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회원들의 투쟁의지와 방법론 등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였다"면서 "2014년 원격의료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응답자 수는 1만1000명으로 2019년 문재인케어 투쟁 때도 설문 응답자는 2만1800명에 그쳤다. 이번 설문 참여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회원투표제는 정관상 절차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설문조사는 의견 전체를 자문하는 역할로 투표제보다 참여율은 떨어지지만 충분한 대표성을 갖고 있다. 향후 투표제 관련 조직구조 논의는 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질문 편파성과 직종간 참여에 대해서도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가 질문을 설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대부분의 의사들이 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어 세분화해 물어봤다”며 “전공의나 공보의 등 직종은 바쁘기 때문에 설문참여가 항상 저조한 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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