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석 회장 "아주대병원 압수수색, 비공개 사과로 끝낼 일 아냐…현장은 '비상'인데 의사단체는 '뒷짐'만"
[인터뷰] 경찰 비공개 사과쇼 아닌 전체 의료계 응급실 의사 대한 사과·재발방지책 필요
의협 회의서 강경 대응 요구했지만 답변은 '억울함 호소 이외 할 수 있는 것 없어'
서울특별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이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비공개로 병원을 방문해 사과했다고 해서 절대 이대로 사태가 마무리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더불어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경찰이 단순히 사건을 덮기 위해 부랴부랴 병원을 찾은 것 뿐이라는 취지다.
특히 황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무용론'도 제기했다.
황규석 회장은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사태를 보며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의료 결과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바라 보는지, 한국의 의료 이용 문화와 의료사고 처리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전자의무기록은 수정 이력이 모두 남는 구조라는 점에서 경찰의 변명은 납득하기 어렵고,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이후 소아응급 전문의들의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런 비이성적인 수사가 반복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협회 차원의 강력한 항의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29일 아주대병원을 찾아 비공개 사과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대로 사태가 마무리돼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황 회장은 "아주대병원 차원의 비공개 '사과쇼'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의료계와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 특히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강압적 수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공식적인 확약을 받아야 한다. 이런 약속 없이 적당히 타협해 사태가 마무리된다면 언제든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의협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28일 의협 내부 회의에서 아주대병원 압수수색 관련 논의가 있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강경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으나, 논의의 결론은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말로만 투쟁하는 단체가 아니다. 실제 행동과 결과로 회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회원들이 부당한 처분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나서고, 잘못된 의료정책이 추진될 때에는 가장 강력하게 저항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경찰청을 상대로 의협이 과감하게 결정하고 법적 대응과 조직적인 행동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와 잘 지내는 의협이 아니라, 정부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의협이다. 의료계는 이제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는 외교력, 잘못된 정책에 맞설 수 있는 투쟁력, 특히 회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조직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안일하고 우유부단한 집행부의 대응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황규석 회장은 의사협회 내부 회의 과정을 지켜보며, 이번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사태를 풀어가는 의협의 스텐스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황규석 회장은 의료진에 대한 경찰의 강압 수사와 더불어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으로 인해 앞으로 의사 사법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액 지급, 책임보험 가입,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등의 요건을 충족하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기소를 제한하는 특례가 적용된다.
다만 의료계는 12대 중과실 기준이 모호해 오히려 과실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과 기소제한 특례 적용을 위한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12대 중과실 중 ▲사망이나 신체 손상 발생이 예측 가능했는데도 필요한 진단이나 처치 등을 하지 않은 경우 ▲의학적 진료 지침이나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벗어난 의료 행위 등 조항은 해석에 따라 오히려 의료 과실 범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황 회장은 "개인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은 입법부 만능주의에 의한 괴물의 탄생으로, 입법부 영역인 실천이성이 사법부의 영역인 판단이성을 잠식하도록 허용한 명백한 과실 입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현 의협 집행부가 너무나 성급하게 입법을 추진했다. 의협 부회장으로서 내부 회의에서 여러차례 반대의견을 개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회원보호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주장하며 동의해 준 43대 집행부는 명백한 과실을 범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이미 처참하게 무너졌다. 더 이상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의료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대한민국 의료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