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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병원에 등장한 연봉 6000만원 인턴 구인의 허와 실

    인턴제도 유지한다면 인턴교육의 기능과 의미, 정부 지원 방안 마련 논의해야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10.23 06:59 | 최종 업데이트 19.10.23 08:3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인턴모집에 연봉 6000만을 제시한 병원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정도면 틀림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턴과정 급여로 보인다. 아마도 이렇게 된 배경에는 일부 대형병원들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인력난을 타개해보려는 의도가 일정 부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턴에게 비교적 큰 금액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사실은 얼핏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고액을 지급하는지 추측해 보면 꼭 반가운 현상은 아닐 수도 있다. 인턴 과정이 아직 존재하는 이유는 이론적인 측면에서 의사라면 갖춰야 할 일반적인 역량을 습득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인턴과정이 허드렛일이 아닌, 의사라면 갖춰야 할 역량을 습득할 수 있는 시기가 될지 의문이다. 

    허접한 인턴과정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무용론 항시 존재  

    과거 인턴과정은 일반적 역량에 대한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보다는 속칭 의사가 직접 할 것을 요구 받는 정맥주사, 입원서류 작성, 혈액 채취, 심전도 촬영 등 이른바 수련교육병원의 ‘잡일’을 도맡아 담당하는 역할로 전락했다.

    지금은 비록 의무기록의 전산화로 상당 부분의 잡일이 없어졌으나 여전히 인턴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은 흔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인턴을 많이 모집하는 대형 병원일수록 의사로서의 일반적인 역량의 배양보다는 의사로서 해야 하는 잡일과 세부전문 과목의 견습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졸업생이 전문의를 목표로 하고 있어 현재 인턴과정이 실제로 의사로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마지막 과정이 될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목적에 미치지 못하는 인턴교육은 개선책을 놓고 이렇다 할 해법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런 식의 교육을 할 바에는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겠다는 의견도 항시 존재한다. 

    미국, 병리 전공 이외 인턴과정 필수 내, 외과 계열은 통합 연계과정으로 설계   

    몇 년 전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시행과 의사면허 실기시험이 도입됨에 따라 인턴과정 무용론이 제기됐다. 의료계 내에서 한동안 핫한 논의의 대상이었다.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이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예를 들어 인턴과정은 없어졌다고 우리도 실익이 없는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제도를 잘 살펴보면 병리전공자 이외는 모두 인턴과정을 밟도록 돼있다. 내과와 외과 계열은 인턴과정이 전공과목과 맞물려 ‘통합 연계과정(integrated year)’으로 짜여 있다. 

    내과 계열 통합연계과정의 인턴 선발에서 경쟁적인 과는 대부분 유명 대학(Harvard, UCSF)의 프로그램이다. 통합연계 인턴과정은 내과 전공의와 동일하게 근무 강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외과 계열의 인턴도 직무의 과도함에 대한 꼬리표가 붙어 있어 비교적 선발이 쉽다고 한다.  

    대학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병원은 대학병원의 내, 외과 계열 인턴과정보다 직무가 수월해 오히려 대학병원보다 선발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같은 인턴 과정이라도 내과계열의 통합연계 인턴과정 보다 인턴으로 일반과정의 수료가 종료되는 기초인턴(preliminary)과정이 더욱 인기가 있다는 것이다. 

    선진 의료 영역도 젊은이들 시대상 반영 편하고 수월한 코스 선호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들어가기 힘든 인턴과정은 내, 외과가 혼합된 ‘Transition Year 과정’으로 직무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한다. 이 과정을 지원하는 인턴은 행복한 삶을 인도(Road to happiness : ‘ROAD’ ; Radiology, Ophthalmology, Dermatology, Anesthesia)한다는 전공과목인 영상의학과, 안과, 피부과, 마취과 지망생들이 꿈꾸는 인턴과정이다.

    최근 미국에서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가장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임상과인 것이다. 당연히 전공의로서 진입도 힘들고 이런 전공을 희망하는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인턴과정이 'Transition Year' 인턴이다. 이에 지원과 선발 과정이 매우 경쟁적이다. 다시 말해 젊은이들의 시대정신에 걸맞게 직무가 수월하고 당직이 적은 인턴과정이 인기가 높은 것이다.

    이런 배경으로 마취과를 지망하면 Transition Year 인턴보다는 다른 형태의 인턴을 권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영상의학, 피부과, 안과 전공자는 심부전, 중환자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 없다고 인정돼 굳이 힘든 형태의 인턴과정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공과목에 따른 매우 실용적인 접근임에 틀림없다. 

    영국은 인턴과정을 2년으로 볼 수 있다. 인턴 대신 ‘Foundation Year’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5년이면 의과대학을 졸업할 수 있고 마지막 학년은 면허취득 전의 임상수련으로, 그리고 면허(registration and license)를 취득하고 Foundation Year를 2년 거쳐야 한다. 영국에서 일반의는 북미나 다른 나라의 ‘가정 의학’을 의미한다. 2년간의 인턴 과정 후 다시 3년의 전공의 과정을 해야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가 될 수 있다.

    영국, 면허 취득 후 Foundation Year-GMC 엄격한 평가 질 관리 맞물려 

    영국은 나라 전체의 인턴과정에 대한 감독은 영국의학교육협회(General Medical Council)에서 매년 Foundation Programme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실시한다. 영국도 2년의 Foundation 과정의 정착에 많은 세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물론 이 기간의 교육에 대한  비용을 국가부담으로 하고 있어 통일된 표준화 과정의 제시와 이를 근거로 한 교육의 질 평가도 우리보다는 훨씬 수월하고 제대로 정착돼 있다. 

    좋은 인턴과정을 만든다는 것은 전문의나 세부전문의를 양성하는 것 보다 훨씬 어렵다. 즉 의사로서 갖춰야 할 일반적 역량에 대한 교육은 이보다 범위가 비교적 한정돼 있는 전공의교육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더욱 사정이 어렵다. 비록 전공의 교육은 병원 담당이나 전공의교육에 대한 세부 단위는 의국이어서 가족적 가치에 의한 도제식 교육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여러 의국이 모여 의사로서 갖춰야 할 일반적 역량에 대한 합의를 하고 인턴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역량도달이 됐는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나라, ‘잡일’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획일적 도제방식 교육에 묶여 있어

    실제 국제적으로 인턴교육을 훌륭하게 잘 소화해내고 있는 나라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직도 무급인턴을 고집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의과대학의 임상실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요한다. 학생실습이 더욱 어려운 것은 의국을 넘어 병원과 대학의 협력구조도 필요하기 때문이고, 의과대학생의 직무능력이나 임상추론에 대한 경험이 가장 낮은 단계에 있어 이들에 대한 교육적 시선과 감독의 수준은 더욱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턴과 임상실습을 위한 임상 각과의 협력구조 그리고 병원과 대학의 협력구조는 우리의 문화적 특성(?)에 더욱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사회에서 ‘협치’라는 단어는 찾아보기도 또한 실현하기도 너무나도 어려워 보인다. 정치적 취약성이 그대로 전문직 교육과 훈련에도 스며들어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일본은 맥아더 장군의 지시에 의해 1960년대 인턴교육을 도입했으나 아무도 북미 식 인턴과정을 밟아본 교수는 없었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일본인 고유의 사고방식에 의한 도제방식대로 반복적이고 가장 단순한 허드렛일을 맡게 했다. 이에 최고의 전문 직종인 의사로서 고등사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도록 오히려 손발을 묶는 퇴화 방식의 수련과정에 머물러 있게 한 셈이다. 결국 동경대학 인턴의 시위 사태를 기점으로 해서 폐지됐다.

    그러나 인턴 폐지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가 일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련제도가 모습을 보이게 됐다. 환자에 대한 전인적인 접근방식의 결여와 일반적 역량부족에 대한 사회적 항의를 비롯해 지나치게 세부 전문의화됐다는 일본 의료계 내의 날선 비판과 함께 1990년대 말경 2년간의 ‘임상수련 의무화’라는 타이틀로 제도권으로 밀려들어온 것이다.

    이제 일본에서 의사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의사면허시험의 합격과 이후 2년간의 임상수련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임상 술기 터득 연마 단계 인턴 국가적 지원 있어야 의료강국 초석 다질 수 있어

    일본의 새로운 과정 역시 초기 정착에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이제 제법 교육적 내용과 구조가 갖춰지고 추후 전공의 과정에 대한 선택에 따라 인턴과정도 2년차는 계열별 특성을 갖게 됐다. 즉, 첫해 1년은 모든 인턴이 공통적으로 이수하는 교육과정과 자신의 희망 전공에 따라 수련을 받을 수 있고, 2년차에 진입한 인턴은 내, 외, 산, 소 계열로 분리 운영되는 일종의 심화 인턴 십을 설계해 그 과정을 이수하도록 정착시켰다. 

    무엇보다 일본식 인턴과정의 성공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졸업 후 의학교육에 대한 정부 재원을 본격적으로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각 수련병원이 떠안게 되는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서 졸업 후 2년간의 인턴과정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선 교육제공 기관에  간접교육비 형태로 정부가 나서서 국고를 지원했다. 의사양성의 사회적 투자라는 명확한 인식과 함께 수련과정에 있는 의사들에게도 그 사회적 책무를 자연스레 몸에 배일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 실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부 수련 병원의 인턴 급여가 ‘연봉 6000만원’이라는 상종가를 찍으며 인턴 급여의 국제적 위상도 하루아침에 수직 상승한 듯 착시효과를 형성하고 있다. 아마도 인턴 급여가 가장 높은 국가로 각인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인턴 급여를 이렇게 지급할 수 없는 병원의 입장은 그 속사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급여가 높은 만큼 인턴 교육에 대한 질적 향상도 가능하다면 더 할 나위없어 보인다. 차라리 인턴 급여가 이보다 낮아도 여분의 자금을 인턴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육적 지원이나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평가에 사용을 하는 것이 인턴 교육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사회문제로 비화됐던 필수 영역의 비인기과 문제를 재정지원으로 해결하지 못했듯 인턴모집을 위한 고액급여제도는 부실한 인턴교육제도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턴 제도를 유지하겠다면, 다시 한 번 인턴교육 고유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 플랜의 국가 주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때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생각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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