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의원을 개원한 K원장은 얼마 전 건강보험공단 지사로부터 진료비 환수예정통보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환수예정통보서에는 "수진자가 외국에 출국한 기간 의원에서 진료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으므로 진찰료와 약제비의 공단부담금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쉽게 말하면 K원장이 실제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진료비를 허위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1년 전의 일이어서 해당 수진자가 몇 시에 어떤 복장으로 왔는지 등을 전혀 기억할 수 없어 소명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억울했지만 약제비와 진찰료에 포함된 공단부담금 1만 7410원을 환수 당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한해 이처럼 출국자를 진료한 것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총 1만 5109곳에 달했고, 총 3만 8524건, 7억 8557만원을 환수했다.
환수 유형을 보면 착오청구(검사일, 진료일, 동명이인 등)가 2만 6533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국자 가족의 대리진찰이 9318건을 차지했다.
또 허위청구에 해당하는 증일청구(실제 진료한 날짜 부풀리기)가 597건, 실시하지 않은 검사 및 진료비 청구가 606건이었다.
출국자를 진료한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면 마땅히 환수처분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K원장처럼 허위청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일부 있다.
전의총 김성원 고문은 15일 자신이 겪었던 일을 소개했다.
김 고문은 "몇 달 전 외국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는 환자의 수진자 자격을 우연히 조회했더니 출국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면서 "알고 보니 남편이 외국에 나갔는데 동행한 것으로 잘못 입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수진자 자격을 조회해 잘못 입력된 것을 수정하지 않고 평소처럼 해당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했다면 꼼짝 없이 허위청구로 몰릴 뻔 했다.
김 고문은 주변에서 자신과 유사한 사례를 전해듣고, 건강보험공단에 출국자 진료비 환수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김 고문은 출입국 당일진료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환수예정통보서가 발송되는 사례가 적지 않자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받은 출입국 정보에 출입국 시각이 포함되지 않는지, 출입국 시각 정보를 받지만, 공단 자격DB에 입력하지 않는지 건보공단에 물었다.
김성원 고문이 건보공단에 정보공개청구해서 받은 자료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제공하는 출입국 일자 정보에 출입국 시간이 추가된 시점은 2014년 4월 23일이며, 그 이전에는 출국일자와 입국일자 자료만 받았다"고 답변했다.
김 고문은 "2014년 4월 23일 이전에는 오전 진료를 받은 후 출국했거나, 입국 당일 진료를 받더라도 출국시간, 입국시간 정보가 없어 다수 의사들이 출국자 진료로 환수처분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몇 달 전 일이면 당시 정황을 기억해 실제 진료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겠지만 건보공단이 수년이 지난 뒤에 환수예정통보서를 보내다보니 이 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김 고문은 "환자가 출국한 뒤 가족이 대신 약을 받아가기도 하는데, 그러면 의사들은 잠재적 허위부당 청구자가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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