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20 06:28최종 업데이트 18.02.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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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태움, 인력 부족 문제 아닌 그냥 괴롭힘"

월급턱 안돌렸다는 이유로 태우고, 쌍욕으로 태워…신입 이후에도 계속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신규간호사 A씨가 자살한 사건으로 인해 '태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태움은 병원 내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가르친다는 명목을 내세워 신규간호사를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현재 태움은 간호계에 이상하고 고질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
 
A씨는 지난 15일 오전 서울의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 남자친구는 18일 SNS를 통해 ‘여자친구의 죽음은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간호부의 태움이 A씨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고 폭로했다.

1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A씨는 입사 후 6개월의 신규적응교육기간동안 살이 5kg 빠질 정도로 극심한 업무량과 태움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간호사의 업무 과중과 이로 인해 생기는 태움 문화를 개선해달라는 청원이 시작됐다.
 
경찰 또한 같은 날 오전 종로구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족과 남자친구는 A씨가 병원 내 괴롭힘으로 인해 투신했다는 진술을 했다"면서 사망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동료 등 병원 관게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A씨 사건은 명확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하지만, 간호계에서의 태움은 다른 직종보다 독보적으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이미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간호계가 이야기 하는 태움이 존재하는 이유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기 때문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고 선배 본인들도 겪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라며 "후배 실수로 인해 사수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기거나 신규 간호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간호사 부족으로 인한 업무과중 등에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태움을 당한 상당수 간호사들은 이를 견디다 못해 이직하거나 퇴사한다. 이직한 병원에서도 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어져 아예 간호계를 영원히 떠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정신간호학회지가 발표한 ‘병원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과 직무스트레스가 이직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간호사의 60.9%가 근무기간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같은 간호사가 53%로 가장 높았으며, 의사 23%, 환자 17.8% 순이었다.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널스스토리'라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태움으로 고통 받는 현직 간호사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온라인 모 커뮤니티에 공개된 널스스토리 익명 게시판에 모 간호사는 선배 간호사가 매일 인사를 받아주지 않으며,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음에도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을 했다고 적었다. 심지어 이미 퇴근했음에도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지 않았다며 다시 부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른 간호사는 '태움, 어디까지 당해봤냐'고 물으며 자신은 선배로부터 쌍욕을 들어봤으며, 면전에 대고 '나 너 싫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대답하지 못할 때까지 집요하게 물어보며 꾸짖었으며, 자신에 대한 이상한 소문까지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첫 월급을 받았는데 월급턱을 돌리지 않았다고 미움 받다가 결국 사직했다는 간호사, 화장실·식사 갈 때마다 눈치를 봤다는 간호사, 심지어 외모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태움을 당한 간호사, 태움이 전체 간호사 왕따로 번졌다는 간호사 등 여러 에피소드가 많았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지식인에는 '간호사 태움이 얼마나 심하냐', '몇 년을 버텨야 태움이 없어지나' 등의 질문도 올라와 있어 간호사 태움 문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태움은 폐쇄적인 의료계 조직문화와 충분하지 못한 간호사 부족 문제 등이 합쳐지면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인력수급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움을 당한 간호사들은 간호인력 문제 또한 태움의 한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질적인 악습인 태움은 인력부족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사라져야 할 하나의 문화라고 강조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4년째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태움은 신규간호사 때 가장 심하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태움으로 인해 일을 그만두고 공무원 등 다른 업종을 공부하는 동기나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B씨는 "신규간호사가 실수했을 때 실제로 선배들이 '너 때문에 병원에서 얼마 손해 봤다고 하니까 네가 그 비용 물어내라'는 발언 등을 하는데, 이는 굉장히 흔한 일"면서 "간호사가 인력 부족 등 여러 환경적인 측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후배 간 태움은 그냥 괴롭힌다는 것에 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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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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