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대의 대명사인 '서남의대' 처리 문제가 점점 꼬여가고 양상이다.
의대 폐과로 결론 날 것 같더니 최근 예수병원이 교수, 동문, 지역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다시 인수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남의대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남대 관선 이사회는 2014년 12월 서남대 정상화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나섰다.
사실상 서남대 매각 협상이었다.
서남대는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었지만 누구나 탐내는 '의대'가 있다 보니 여러 곳에서 인수 의사를 피력했다.
그 중 서남대 이사회는 지난해 6월 우선협상 대상자로 명지의료재단을 선택했다.
명지병원은 서남대 인수를 위해 35억원 기부 체납, 6개월 이내 학교운영자금 60억원 추가 납부, 3년간 800억원 출연 등을 약속했다.
그러자 서남학원 설립자 이홍하가 주도하는 구재단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이홍하는 현재 국가대표급 사학비리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 있는데, 그는 서남대 매각협상을 통해 자신이 횡령한 330억원을 대신 납부해줄 돈줄이 필요했다.
구재단은 지난해 10월 예수병원과 서남대 정상화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명지병원에 맞불을 놓았다.
예수병원은 이홍하가 횡령한 330억원을 서남대에 기부하고, 500억원의 실탄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빚 내서 의대를 인수하겠다?
그러나 명지병원도, 예수병원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이들은 모두 우선협상권을 상실했다.
빚에 허덕이는 병원들이 빚을 내서 의대를 인수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였다.
교육부로부터 폐교 압박을 받고 있던 구재단은 서남대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의대 폐과, 녹십자병원과 남광병원, 남원병원 등 유휴 교육용 기본재산 매각, 한려대 자진폐교 등을 포함한 정상화 계획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맞서 서남대 관선 이사회는 구재단으로부터 이미 협상권을 박탈당한 예수병원 컨소시엄을 새로운 재정기여자로 선정, 얼마전 서남대 정상화방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지역 정치인들도 의대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교육부도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않은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 서남의대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학에 투자할 여력이 없으면서도 빚을 끌어들여 싼값에 의대를 인수하려는 '탐욕'으로 인해 남아있는 의대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명지병원이 협상권을 상실하면서 벌써부터 재학생 교육이 파행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서남의대 학생들은 의대가 내년에 의대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의사국시에 응시할 자격을 상실한다.
또 하나 양질의 의료인력을 양성할 의지도, 재력도 없는 자가 의대를 인수할 경우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벌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서남의대를 폐과하고, 이를 계기로 다시는 부실의대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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