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는 누가 해야 할까?
마취전문간호사들, 직접 마취 허용 요구
마취통증의학회 "환자 안전 위해 불가"
마취간호사회는 30일 '마취전문간호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센트럴병원 김미형 마취전문간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2010년 대법원이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로 판결한 이후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적법하게 시행한 마취 진료보조행위가 의료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불합리한 입장에 처했다"고 호소했다.
마취전문간호사는 1960년대 마취전문의 부족으로 환자들이 적기에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성됐다.
복지부는 1973년부터 2002년까지 마취(전문) 간호사 자격을 인정했고, 2003년에는 마취전문간호사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1991년 9월 '마취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감독 아래 마취 시술 등 진료보조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법상 적법한 행위'라고 대한의학협회에 회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마취간호사라고 하더라도 마취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은 것일 뿐이어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이므로 의료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시 말해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취 시술이라는 진료보조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위법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를 남긴 사건을 살펴보면 H병원 소속 마취전문간호사는 이 병원 외과 과장의 지시에 따라 치핵제거수술을 위해 요추 4번과 5번 사이에 척수바늘주사기로 포도당을 섞은 테트라카인 8ml를 주사했고, 마취가 잘 되지 않자 다시 리도카인 등의 마취액을 투여해 척수마취를 시행했다.
그러나 마취시술 이후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고 출혈이 발생했지만 외과 과장은 수술을 중단하거나 필요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지혈제를 투여하면서 치핵제거수술을 계속했고, 결국 환자는 사망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을인정해 징역 1년을, 2심 법원은 징역 6개월에 1년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외과 과장은 1심에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태민(왼쪽) 전 마취간호사회 회장이 지정토론하자 이국현 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이 지켜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대법원 판례 이후에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시술이 불가하다고 회신하고 있다.
김 마취전문간호사는 "현재 마취전문간호사들은 수술이나 마취의 결과와 상관없이 마취를 시도한 것이 확인되면 사건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무면허 의료 행위라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의료법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불안하게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환기시켰다.
김미형 마취전문간호사는 "마취전문간호사의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마취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비전문가의 마취 의료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취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마취 시술 등 진료보조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와 업무 한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국현(서울의대) 이사장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국현 이사장은 "마취는 환자안전 우선의 원칙을 바탕으로 위험성과 전문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마취전문간호사는 독자적으로 마취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못 박았다.
이국현 이사장은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과 전문의 또는 소정의 교육을 받은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마취행위'가 아닌 '마취 보조행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신마취시 마취유도와 각성, 발관 뿐만 아니라 척추마취시 척추주사는 마취과 전문의나 마취에 대한 소정의 교육을 받은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며, 마취전문간호사는 의사의 지시 아래 이를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마취전문간호사는 "20년 이상 마취를 전문으로 한 마취전문간호사와 신입 마취과 전문의가 있다면 수술 집도의는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면서 마취전문간호사의 마취 시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마취통증의학회 이일옥(고려의대) 고시이사는 "이는 불법행위를 자인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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