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1.04 08:45최종 업데이트 25.01.0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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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공항 세우고, 의대 짓고"…의료계가 본 무안공항과 의대신설

정치적 이유로 곳곳에 공항∙의대 세워 되레 부작용 야기…의대증원 2000명 부작용 최소 10년 갈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제주공항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이 건설된 배경이 지방의대 신설, 의대증원 2000명 등의 정책이 결정된 배경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서울의대 허대석 명예교수는 3일 페이스북에 ‘무안공항과 지방의대 신설, 지역 균형 발전의 실험은 성공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치적 이유로 각 지역에서 공항과 의대를 신설∙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무안공항이 개항되기 전에도 전남 지역에 광주, 목포, 여수 등에 공항이 운영되고 있었다”며 “국토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거론되던 무안공항은 그 지역이 고향인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며 확정됐고, 2007년 개항했다. 이후 국제공항 업무는 무안으로 이관하고, 광주공항은 국내선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안공항이 업무를 시작한 지 17년이 지났음에도 2023년 이용객 총수는 23만명으로 205만명인 광주공항의 11% 수준이다. 광주 지역의 주민들이 접근성 문제로 광주공항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업무가 두 공항으로 이원화되면서, 두 공항 모두 적자 상태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결과론적 얘기지만, 항공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한 공항에서 통합 운영하며 안전 시설 투자와 전문인력 활용을 극대화했더라면 이번 사태와 같은 대참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공항∙의대, 동일 권역내 여러 곳 짓기보단 중앙집중화로 시너지 추구해야
 
허 교수는 “전남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려는 시도도 비슷한 맥락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그 지역의 중앙에는 전남의대, 조선의대가 있다”며 “그런데 1986년부터 광주시가 광역시로 전남도와 분리되면서 전남 행정구역 내에는 의대가 없다는 논리로 목포, 순천 등에서 의대 설립과 대학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의료기술이 발전해 진료분야가 세분화되면서, 인프라를 중앙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인식되고 있는데 환자 안전뿐 아니라 전문의에 대한 인력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지방공항 건립이나 지방의대 신설 모두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앞선 주장이다. 의료수요에 기반한 시설 투자 및 전문인력 확보 등을 고려하면 일정 권역 내에 여러 곳으로 인프라를 분산시키는 것보다 한곳이라도 제대로 운영되는 의료기관 및 신속한 후송 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공항이나 의료시설과 같이 공공성이 높은 시설의 경우, 지역 균형 발전도 중요하지만 효율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중앙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정치적' 이유 건설 비판하면서 의대증원 '정치적' 결정엔 침묵
 
대한의사협회 박형욱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무안공항과 의대증원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그는 “무안공항의 구조적 문제를 이번 항공기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적으로 결정돼야 할 사안을 정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났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런 정치적 결정을 한 사람들이 이번 항공기 사고의 책임자라며 비난한다”고 했다.
 
이어 “의대증원도 비전문적 정치적 결정이긴 마찬가지다. OECD 어느 나라에서 갑자기 의대증원을 67%나 증가시키나. OECD 어느 나라에서 갑자기 개별 의대가 2~5배의 의대생들을 가르치는 상황을 내버려두나. 그런 나라는 없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은 최소 10년 간다”고 우려했다.
 
그는 “법원이 2000명 증원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도 보건복지부는 제대로 된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전문적 결정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무속을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2000명 부른 거다. 그리고 거기 맞춰 마음에 드는 보고서 몇 개를 선택적으로 골라 아무 데나 선택적으로 선을 긋고 2000이란 숫자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무안공항 건설 과정에서의 비전문적 판단을 거칠게 비난하는 사람들 중 2000명이라는 비전문적 정치적 의대증원에 대해서는 침묵한 사람들이 많다. 더 나아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거칠게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나만 해라. 비전문적 정치적 결정을 모두 비난하든가 아니면 둘 다 비난하지 말든가”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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