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09 09:23최종 업데이트 16.05.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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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의 상실감 "선배들이 단물만 빨아먹었다"

은행은 한의원 대출 한도 줄이고

봉직의는 연봉 줄여서라도 근무

30대 초반의 한의사 김 씨는 '그럭저럭' 유지가 되는 강남의 모 한의원에서 근무한다.
 

"(월급을) 많이 받진 않아요."
 

그녀는 2개월째 이 한의원에서 부원장을 맡고 있다.
 

"요양병원이 그래도 좀 낫긴 한데 남자들만 받더라고요. 거기에서 일하면 야간당직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좀 두렵기도 하고요."
 

6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인사를 하고 비좁은 방으로 들어와, 그녀의 진료 침대에 눕는다.
 

"지방 가면 좀 더 받긴 하지만 서울을 떠나고 싶지는 않아요. 이 근처 한의원 부원장들의 월급도 (네트) 400만원은 넘지 않을 거예요."
 

김 씨는 일회용 침이 들어있는 봉투를 무심히 뜯으며, 본인은 이보다 조금 덜 받는다고 귀띔해 줬다.
 

"학생 때 선배 얘기 들으면 그래도 600(만원)은 받았다던데, 막상 나와보니 많이 줄어 있더라고요."
 

그녀는 주6일 일 하고 하루에 30~50명의 침을 놓는다.
 

여한의사를 여의사로, 침 봉투를 레이저로 바꾸면 익숙한 장면이다. 강남이라는 장소까지도.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상대방은 알고 싸우자
 

사안별로 자주 티격태격하는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지만, 이번엔 웬일인지 '단식'이라는 아름다운 공통 분모를 만들어냈다.
 

두 회장이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니 다행이지만, 긴장감이 완전히 수그러든 상태는 아니다. 게다가 3월은 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있고, 후보들은 어필할 수 있는 아젠다를 들추어야 하는 상황이다.

 

'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이런 대응은 적절하지 못하다.

 

한의협에서 얼마 전 실시한 설문 조사. 다음엔 이런 설문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 상황 대처를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평소 맘에 들지 않던 상대가 내 영역에 발을 들이겠다고 하니 당연히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감정적 배출이든 합리적 대응이든, 누군가를 상대하려면 상대방의 현실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한의사 개원가 상황은?
 

"2008년쯤부터였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안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원한 한의사 B 씨는 7년째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 선배 말로는 개원 대출로 3억씩 쉽게 빌렸다던데,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이후에 그 반절도 대출받기 힘든걸로 알아요."
 

그는 공교롭게도 상황이 안 좋아지던 2008년에 개원했다고 한다.
 

"제가 개원했을 당시 이미 상황이 나빠진 후여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선배들 말로 한참 좋을 때는 3장(3000만원) 못가져가면 바보라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는데...먼 얘기일 뿐이죠. 그래도 저는 만족하고 삽니다."
 

‘만족하는 삶’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하루 30~50명 정도 진료하고 시술하죠. 토요일 진료는 당연하고요. 80%는 급여 환자고, 나머지는 한약 등을 처방하는 비급여 환자에요."
 

B 씨는 월 수입에 대해 묻자 손사래 치다가 집요하게 되묻자 포기하듯이 대답한다.
 

"한 장(천만원)정도 벌면서 유지하고 있어요. 봉직의보다 2배 정도 버는 것이 이쪽에서 개원을 하는 이유니깐 그 정도 생각하시면 돼요."

 

한의사의 상실감

2000년대 초반 한의대의 입학 성적은 정점을 찍는다. 경희대 한의대와 서울대 의대의 입학 성적은 큰 차이가 없었다. 전체 한의대 입학 성적 평균이 의대보다 조금 높다는 인식도 있었다. 당시에 입학했던 한의사들은 졸업 후 상황이 나빠지면서 상실감이 커졌다고 한다.
 

"쉽게 말해 '허준'에 낚인 거죠."

POSTER

드라마 '허준', 당시 폭발적인 인기로 한의대 입학 성적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허준 학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출처 : 네이버 무비>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한의사 C 씨는 당시에 대해 회상한다.
 

"IMF 직후 전문직이 인기를 끌면서 이쪽(의료)이 더 뜨기 시작했잖아요? 조금 아쉽긴 해요 제 선택이…"
 

그는 의대와 한의대를 고민하다가 수련과정이 없는 쪽을 선택했다고 한다.

 

"(선배들 말로는) 한참 좋던 시절엔 주로 비급여 처방이 많았다더군요. 한약도 지금보단 많이들 드셨고요."
 

그는 이어 '공공의 적'에 대해 얘기해 줬다.
 

"한의사들 사이엔 '홍삼'과 '비아그라'가 한의원을 망하게 했다는 얘기가 있죠. 실제로 그게 이유일 수도 있지만 젊은 사람들의 불신이 더 큰 것 같아요.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이들 급여 환자로 (진료를) 바꿨어요. 물론 피부미용처럼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요."

 

한의사의 현재
 

"요양병원이 늘어나면서 한의사들이 일할 수 있는 곳도 늘어나긴 했는데,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싼 가격에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사 1명을 채울 수 있어서 고용하는데, 청구 압박도 하고 페이 줄인다고 압박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는 주로 컨설트 환자에 대해 보조적 치료만을 해주다 보니 자기 발전을 할 수가 없죠."
 

C 씨는 본인이 그래도 여한의사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한다. 여한의사들은 취직이 더 어렵다 보니 급여를 내려서래도 일할 수밖에 없다고.
 

이 때문에 한의사 커뮤니티에서는 봉직의의 평균 급여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가이드라인까지 둬서 그 이하로는 받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급한 데 가릴 수가 있나요? 후려쳐서라도 일하는 거지. 한의사 배출 인원도 만만치 않은데 시장 논리를 어떻게 벗어납니까?"
 

그가 밝힌 가이드라인 액수는 대기업 회사원 급여 정도였고, 그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학문적 체계를 잡아놨어야 해요."
 

C 씨는 선배 한의사들에게 쌓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단물만 다 뽑아먹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선배들이. 좀 더 학문적으로 공을 들였어야 해요."
 

그는 지금 상황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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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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