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경기도 부천시장의 섣부른 감염병 대처
지난 1월 22일, 경기도의 한 이비인후과에 홍역 의심 환자가 내원했다.
진료를 본 의사는 홍역을 강하게 의심하고 보건소에 신고했다. 병원은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를 격리하고 모든 진료를 중단했다. 그리고 환자를 보건소로 이송해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환자에게서 홍역 확진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의료진 모두 검사를 진행했으며 모든 의료진의 항체가 양성판정이 나온 후 진료를 다시 시작했다.
홍역이라는 매우 위험한 2군 전염병에 대처하는 의료진, 병원, 보건소간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이용한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 사건이 발생했다. 홍역 환자 보고를 받은 지역 시장이 보고서를 SNS에 공개해 버린 것이다. 보고서에 병원 이름이 그대로 노출됐고 이 병원에서 홍역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지역 맘까페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병원은 일부 시민들의 항의전화로 마비됐으며 환자 또한 뚝 끊겼다.
이 사건을 보면 두 가지가 매우 아쉽다.
첫 번째, 시장의 실수와 이후의 수습이다. 그는 그의 행동이 시민들의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할지 몰랐을까. 그리고 본인의 행정능력을 전시하고 싶었던 욕심이 앞서 이러한 위험을 간과하고 섣부른 실수를 저지른건 아닐까. 그리고 혹여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정식으로 사과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다음 날, 부시장과 보건소장만이 의료기관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을 뿐, 시장은 그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병원명을 공개한 SNS로라도 사과의 뜻을 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두 번째, 시민들의 대응이다. 홍역을 발견한 의원은 흠 잡을 것 없이 매우 정확하게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홍역이 지역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 냈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지켜낸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시민들은 칭찬을 해도 모자랄 의료기관에 되레 낙인을 찍고 퇴출시키려 했다. 모범기관을 혐오시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역할과 대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자발적으로 병원을 폐쇄하고 메르스 확산 방지에 앞장섰던 병원은 그 후유증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이런 사례들로 인해 감염병을 신고하고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병원을 몰락시킬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분초가 급한 상황에서 신고 자체를 주저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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