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15 07:27최종 업데이트 24.03.17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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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사 '엑소더스'...재원 문제에 따른 직업 불만족과 정체된 급여

매년 5000명 이상 영국 의사 해외 취업 자격증 신청, 신규 의사 절반은 외국 의대 졸업생

[칼럼] 안덕선 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세계의학교육연합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2022년 6950명의 영국 의사가 해외 취업 자격증을 신청했다. 2021년 5576명보다 늘어난 수치다. 현재 많은 영국 의사가 느끼는 직업에 대한 높은 불만족과 일상화된 의사 파업의 원인이 되고 있는 급여, 조건, 연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마도 영국 의료가 영국 의사에 의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전망을 스스로 내고있다. 2022 새로이 영국 GMC(General Medical Council)의 명부에 등록된 신규 의사의 52%는 외국 의대 졸업생이라고 한다. 
 
영국도 건강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고 의대 정원도 늘리고 있으나 재원 조달이 문제다. 이미 GDP(국내총생산)의 12% 이상을 의료비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가장 큰 왕국인 영란(England 영란, 英蘭))에는 현재 약 7만5000명의 전공의(Trainee)가 있다. 2022년 9월 기준 47%의 전공의는 영국 국적이 아닌 외국 의대나 유럽경제지구(EEA) 국가 출신이었다.

2022년 영국 GMC의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5분의 1에서 소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은 이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국제적으로 의사의 소진과 휴직, 이직은 이제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으로 늘어난 의사 수에도 영국의 모든 의사직 총 8728곳이 공석이라고 한다. 질병 결근 등 기타 결격사유를 모두 포함하면 매일 약 1400명의 전문의(Consultant)가 없는 셈이다. 영국은 의사 수가 현재 1000명당 3.1명에 도달했다. 

전공의는 일반 대학졸업자보다 약간 많은 연봉 2만9384 파운드, 한화 5000만원으로 시작해 가장 높은 고년차는 5만8398 파운드, 한화 1억이 조금 안 된다. 외과 계열 전공의는 의대졸업 후 10년이 걸리기도 한다. 2010/11년에서 2021/22년 영국 전공의는 10년간의 인프레로 인해 4500파운드의 실질 급여 손실을 입었고 2022/23년에는 손실액이 약 9500파운드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의 젊은 의사들은 2019년부터 다년간 급여 계약을 맺어 매년 2%씩 임금이 인상됐다.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국에서 전공의는 예외로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인정돼 2020년 10월부터 2% 인상 외에 추가수당도 지급됐다고 한다. 영국 전공의는 다년간 급여계약에 1억2000만 파운드, 한화 2037억원에 달해 추후 인상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영국의사회(BMA)는 전공의 실질임금이 26% 감소했다는 견해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3년부터 현재까지 영국의 젊은의사회는 10차례 이상의 예고된 파업을 통해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도모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 NHS(National Health Service)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임금 인상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998년 유럽연합은 전공의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근무시간지침(European Working Hour Directive, EWHD)을 제공하고 회원국은 반드시 준수하도록 했다. 지침의 최소규정은 주당 최대 근무 시간 48시간, 하루 중 최대 11시간 연속 근무, 일주일 근무당 최소 1일 휴식이나 14일간 근무당 최소 2일의 휴식 시간을 부여하고, 최소한 연간 4주 유급휴가, 6시간 근무마다 최소 20분 휴식을 요구하고 있다.

EWTD를 근거로 지침 배포 후 10년 뒤 전공의 근무 조사에서 덴마크 전공의가 주당 37시간으로 가장 짧았고 스웨덴, 독일, 핀란드는 규정 준수, 노르웨이는 주당 45시간이었다. 영국은 2008년 조사 당시 아직 25%의 전공의는 시간초과 근무를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미 시간이 많이 경과한 자료인데 현재 상태는 회원국의 규정 준수가 향상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프랑스는 2010년대 중반 유럽연합의 개입으로 60시간이던 전공의 근무 시간을 규범에 맞게 줄여야 했다고 한다. 유럽이나 영국의 전공의 근무환경은 우리나라의 전공의 근무환경과 비교해 보면 월등한 조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의과대학 졸업자의 상당수는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캐나다, 중동 등으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대신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에서 외국 의대 졸업자의 급속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영국 GMC(General Medical Council)의 연례보고서에 의하면 영국 신입 전공의(Trainee)의 절반 이상인 52%가 외국 의대 졸업생으로 발표됐다. 외국인 전공의가 영국인전공의 보다 많아지게 됐다. 2021년에 9825명의 영국 의사가 의사직을 그만뒀고 이 수치는 2022년 15% 증가한 1만1319명으로 늘어났다.

2018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대폭 늘린 영국에서 영국 시민이나 외국 국적자로서 영국 의대를 졸업한 의사 모두를 합해도 1만명 미만이다. 2022년에 해외로 떠난 의사와 은퇴 의사 수가 영국 전체 한해 졸업생 보다 많아 보인다. 영국의 사례는 의대 입학정원 증가보다 해외 의사 수입이 빠르고 비용 절약도 된다는 주장도 설립된다. 

현재 의대 정원 증가는 재정 문제로 정부가 2023년으로 중지된 상태인데, 향후 영국 의사의 유출 비율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대영제국(British Empire)의 역사는 과거의 식민지 국가의 의사와 유럽경제지역국 의사의 유입을 아주 강력하게 이끌고 있다. 2022년에는 외국 의사 2만3838명이 유입돼 오히려 영국 전체 의사 수는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결국 현재 영국 의사 35만7198명 중 영국 의대 졸업자는 58.4%인 20만9114명, 외국 의대 졸업자는 31.4% 11만2026명 그리고 유럽경제지구(European Economic Area) 국가 졸업자가 10.1%인 3만6058명으로 집계됐다. 늘어가는 영국 의사의 유출에도 영국 GMC의 의사인력에 관한 보고서는 유입자가 유출자보다 거의 2배가 돼 당분간 괜찮다는 자기 위안식 결론을 맺고 있다. 마치 ‘서부전선 이상없다’ 라는 소설 제목 같은 인상인데 영국이 갖는 거대한 세계관이 부러울 뿐이다. 
 
참고자료 
England gets 900 new training posts—but will doctors stay?BMJ 2023;380:p79
https://www.gmc-uk.org/-/media/documents/national-training-survey-summary-report-2022-final_pdf-91826501.pdf
Resident duty hours around the globe: where are we now?
John Temple  BMC Medical Education volume 14, Article number: S8 (2014) C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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