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예방의학과 신동천 교수 "세계의사회는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 예방에 주력...의사들이 관심 가져야"
[메디게이트뉴스 김준홍 인턴기자·연세대 원주의대 본1] "의료와 환경 문제가 동떨어져있지 않다. 병원이 수많은 의료폐기물을 소각하고 24시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만 봐도 환경 문제는 이미 의사들의 일상 가까이에 와있다.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동천 교수 겸 에너지·환경 통합형 학교미세먼지관리 기술개발사업단장은 환경보전유공자 분야에서 국가무공훈장 녹조근정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던 국내 보건 전문가다. 신 단장과 함께 최근 ‘의료계 내에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한 노력’ 에 관한 화상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단장은 "대형병원은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하다. 병원은 정부에서 행정적으로 정한 건물에 대한 원칙을 따라야 한다"라며 "에너지관리공단이 건물의 종류, 평수, 면적을 고려해서 각 건물마다 탄소배출의 상한선을 정했다. 기준을 충족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 단장은 법적 기준을 넘어 환경을 지키기 위해 병원 자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단장은 "병원에선 단순히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 달라고만 부탁하면 직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에어컨이나 난방을 줄이는 등의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이렇게 하면 ‘나도 캠페인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인지 확실히 캠페인 참여에 대한 불평불만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나아가 병원 내 보일러, 모터, 펌프, 배터리와 같은 장치를 최적화하고 유지관리를 잘해두면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은 20억원 정도를 시설관리에 투자해 300만 달러(약 34억원)를 절감했다.
신 단장은 "외국에서 ‘친환경 병원은 초기투자가 필요하지만 결국 회수되고 궁극적으로 경제적으로 이득이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많이 나온다“라며 ”반면 우리나라 병원 경영진은 친환경 사업이 돈을 지불하는 프로젝트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도 친환경병원 사업을 하고자 2013년 친환경병원학회가 설립됐지만 지금은 기능을 잘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신 단장은 “병원에선 의료폐기물을 소각처리하면 공기 오염이나 발암 물질 배출 등 2차적인 문제가 상당하다”라며 “우리나라도 멸균분쇄시설을 도입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의료폐기물 소각 대신 멸균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특히 병원에선 플라스틱 계열 폐기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소각하면 다이옥신이 배출될 위험이 있다“라며 ”소각처리장도 지방에 많이 있으니, 수도권 병원은 운송비용이 많이 들었다. 멸균분쇄를 하면 의료폐기물도 일반쓰레기처럼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의 부담은 줄어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교육환경보호법에 의해 학교 반경 200미터 범위까지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이 범위 내에는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5일부터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시행됨에 따라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 도입이 가능해졌다. 이에 신 단장은 앞으로 각 병원마다 자체 멸균처리시설을 마련되면 소각 대신 멸균분쇄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신종 감염병을 초래하고 대기오염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만큼, 기후위기와 의료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1300만명이 예방 가능한 환경적 원인에 의해 사망한다. 신 단장에 따르면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는 2007년부터 환경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예방하는데 있어 의사협회의 역할을 장려하면서 각종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신 단장은 "WMA는 1947년 27개 나라들이 시작해 조직화된 의료(organized medicine), 즉 의료를 어떻게 조직화해 역할을 만들고 영향력을 만들 것인지를 실현해나가는 단체다"면서 의사들이 자신의 분야을 벗어나 한 단계 넘어 어떤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단장은 "세계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외국의사들은 친환경병원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고 자체적으로 모여서 세미나도 자주 연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후변화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신 단장은 "유럽의 사회주의 의료시스템 속에서는 의사가 시간이 많고 이런 활동을 의사 업무의 일부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다"라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임상의사의 업무량이 많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대기오염과 같은 국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앞서 우리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관심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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