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약물의 기억력 향상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해당 연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조현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아리피프라졸은 환자의 도파민 분비 상태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항정신병 약물이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두뇌 속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환각 또는 환청을 경험하거나 기이한 행동을 보이고, 기억력 등 인지기능까지 저하되는 정신질환이다.
조현병에 사용하던 기존의 약물들은 두뇌 속 뉴런의 도파민 수용체에 결합해 도파민이 작용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아리피프라졸은 도파민 수용체를 점유해 도파민이 과잉생산 될 때는 작용을 차단할 뿐 아니라 도파민 생산이 지나치게 저하돼 불균형이 일어나면, 자체적으로 도파민의 역할까지 할 수 있어 기존 약물들보다 우수한 제 3세대 항정신병 약물로 주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환청, 망상 같은 양성증상 뿐 아니라 정상적인 감정과 행동이 둔해지고 의욕이 저하되는 음성증상, 그리고 인지기능까지 호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한 후 환자의 인지기능이 향상된 사례가 다수 있었으나 치료를 통해 전체적인 증상이 호전되면서 2차적으로 환자의 인지기능도 함께 개선된 것인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아리피프라졸의 투약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향상된 것인지 구분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더불어 항정신병 약물이 조현병 환자의 지각 장애 등 정신증 증상은 호전시킬 수 있지만, 인지기능은 향상시키거나 저하시킬 수 있다는 상반된 연구결과가 있어 임상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리피프라졸의 도파민 수용체 결합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해 이 약물이 작업 기억을 직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증명키로 결정했다.
연구팀은 약물의 도파민 수용체 결합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첨단 뇌영상 분석기술을 이용한 라클로프라이드 양전자 단층촬영(Raclopride PET) 검사를 진행했다. 라클로프라이드 PET는 고도의 기술력과 분석 기술을 필요로 해 세계적으로도 이 검사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드물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병원 그룹만이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한 후 2시간, 26시간, 74시간이 되는 시점에 검사를 진행해 약물의 도파민 수용체 점유율을 측정하고, 인지능력 중 하나인 작업 기억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컴퓨터의 REM처럼 뇌에서 일시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인지기능인 작업 기억을 측정하기 위한 N-back 테스트를 함께 실시했다.
그 결과 아리피프라졸을 투약해 약물이 도파민 수용체를 점유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억력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오류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평균 반응시간도 짧아졌다. 즉 아리피프라졸의 효능이 발휘될수록, 인지기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더 빠르고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아리피프라졸이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는 "그동안 아리피프라졸의 효과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라클로프라이드 PET검사를 통해 이 약물이 조현병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증명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임상에서 조현병 치료방침에 대한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환자들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 능력인 인지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맞춤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신의학분야 학술지인 'Translational Psychiatry(중개정신의학)' 2018년 4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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