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내년건강보험 국고보조금 예산이 원래 예산안보다 2200억원이 줄어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실행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의료계는 정부에 대해 문재인 케어 시행 의지가 있다면 10년간 미지급된 국고지원금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2018년 국고보조금 일반회계 예산은 원래 예산안 5조4201억원보다 2200억원이 줄어든 5조2001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2018년 건보료 예상수입 53조3209억원의 9.8%에 해당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는 국고지원금 기준인 건보료 수입의 14.0%보다 4.2%p 적었다. 금액으로 보면 2조2739억원 적었다.
복지부는 원래 2018년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을 위해 일반회계 5조 4201억원, 건강증진기금 1조 8848억원 등 7조 3049억원을 편성했다. 또 2018년 보험료 인상률 2.04%와 올해 말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1조원 등을 감안해 일반회계 국고지원을 지난해보다 5373억원 늘렸다.
여당은 복지부가 요청한 국고보조금 5조4201억원이 부족하다며 2조698억원의 증액을 주장했고, 야당은 관행적인 삭감을 주장하다가 결국 2200억원 삭감에 이른 것이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1조원에 이르는 것도 국고지원 예산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재정의 국고 지원 규모는 일반회계 14%와 건강증진기금 6% 등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예상 수입액을 낮게 책정하고, 사후에도 이를 정산하지 않는 방법으로 국고지원을 축소했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일반회계 국고지원 부족금은 5조원이 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10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료 실제수입액 대비 국고지원 부족금은 2014년 4707억원, 2015년 5878억원, 2016년 1조4169억원 등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5조 3245억원에 달했다.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지 않은 국고지원 부족금까지 계산하면 10년간 누적된 국고지원 부족금은 15조원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국고지원금의 부족액은 국고 5조5720억원과 기금 9조986억원으로 전체 14조 6706억원에 이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건강보험재정운영특별위원회 결과보고서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 대한 국고지원율은 규정 20%보다 적은 15.2%(2014년 기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전체 건강보험재정 지출 대비 국고지원율은 1991년 23.6%로 가장 높았다가 1999년 12.1%, 2000년 15.4% 등으로 떨어졌다. 이어 2007년 18.5%, 2009년 17.9%, 2011년 15.6%, 2013년 14.9%, 2014년 15.2% 등 최근 10년간 국고 지원율은 20%에 미치지 못했다.
의협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실행 의지가 있다면 국고보조금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야당 의원들을 설득했어야 한다"라며 "내년 예산을 보면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실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번 기회에 문재인 케어의 목적이 보장성 강화가 아니라 의료기관 통제에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려면 10년간 미지급된 건강보험 재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계와 건보공단 노조가 국고보조금 지원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보험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주요국은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서민 중산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건보공단 노조가 조사한 결과, 일본의 국고보조금은 건강보험 총수입의 38.4%, 대만은 37.8%, 프랑스 52.0%, 벨기에 33.7% 등 우리나라 정부 지원의 1.5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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