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사회 "지역별 병상·중환자실 확보, 2025년 5만병상 축소 계획 수정 등 장기 대책 필요"
코로나19, 제2의 유행을 대비하라 ①일본, 병상수 축소·의료비 절감 대책 전면 재검토 필요성 제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은 아직 치료제가 없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경증 환자여도 갑자기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으면 내년 올림픽 개최도 어렵다.”
일본의사회 요코쿠라 요시타케(横倉義武) 회장은 최근 NHK 등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일본의사회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따라 정부에 단기·장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정부는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사회는 4월 1일 위기 선언을 통해 일본 정부가 비상 사태 선언을 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아베 신조 총리는 일주일 뒤인 4월 7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작했다. 일본의사회는 3월 20일 이미 감염 경로를 알수 없는 확진자가 50%를 넘은 상태에서 검사 확충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적극적인 검사 시행도 주문했다. 또한 5월 6일까지인 비상사태 연장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일본의사회는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일부 지역의 심각한 병상 부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일본의 병상수는 2016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3.1병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우리나라는 12.0병상으로 2위)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제2, 제3의 신종 감염병 대비를 위해 병상수를 확보해 의료시스템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사회, 코로나19 대응 병상과 중환자실 병상 확보 주문
일본의사회 요코쿠라 요시타케 회장은 “코로나19 환자가 더 늘어나면 의료현장의 대응력을 뛰어넘고, 폭발적인 감염이 일어나면 의료붕괴를 막을 수 없다.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일본의사회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병상수와 중환자실 병상수를 파악하고 여유 병상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 학회와 함께 지역별로 코로나19 병상수와 중환자실 병상수를 파악하고 현재 점유율 등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호흡기 2만8197대, 에크모 1412대의 구비 현황 파악하고 현재 사용 현황을 공개했다.
이를 민간에서 활용해 대시보드 형태의 현황판이 제작되기도 했다. 일본 민관합동 코로나19 상황판(https://www.stopcovid19.jp/) 사이트에 따르면 일본 확진자는 5월 1일 기준 1만4331명이며 4944명이 퇴원했다. 코로나19 병상수는 2만3025병상이고 입원한 환자는 8904명으로, 현재 코로나19 병상 점유율은 38.6%이다.
도쿄, 홋카이도, 사이타마, 치바 등의 지역은 환자수가 병상수에 근접해 중점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경증 환자는 호텔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대체하거나, 가정에서 요양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은 병상수는 많아도 중환자실 병상수는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인구 10만명당 중환자실 병상수는 미국 35병상, 독일 30병상, 이탈리아 12병상 등이지만 일본은 5병상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지역별 코로나19 중환자실 현황에 따르면 홋카이도는 원래 수용 능력보다 2.0배를 초과하고 있으며 도쿄도 1.1배였다.
요코쿠라 회장은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원 내 감염이 우려된다. 의료종사자가 감염되면 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여유 병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처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응급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실시간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응급환자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는 우선 일선 병원에 보호장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상수 축소와 의료비 절감 아닌, 공공병원 기능 재편과 지역의료체계 정비
일본의사회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시행하는 의료비 절감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병상과 인력 확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일본 정부의 지역의료구상 계획에 따라 병상수를 줄이는 것이 아닌, 공공병원 기능을 재편하고 지역의료체계를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지난해 9월 지역의료구상에 따라 2025년까지 5만병상을 줄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후생노동성은 우선 424개의 국공립병원 명단을 공개하고 병상의 전면 재편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일본의 병상수는 공공병원이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민간병원이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은 많지 않아 200병상 미만 병원이 전체의 절반, 300병상 미만의 병원이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국립대나 사립대 병상수는 대부분 500~700병상 규모이며 1500병상 이상 병원은 1개에 그친다.
후생노동성의 지역의료구상 워킹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의사회 나카가와 토시오 부회장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동시에 미래도 대비해야 한다"라며 "일본의 국공립병원은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다. 공공병원의 기능 개편 등 전국적인 코로나19 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 확산을 대비한 지역 단위의 의료제공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나카가와 부회장은 "우선 9월까지 국공립병원의 기능 재편과 통합을 통해 병상수 축소가 아니라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능 재정립이 필요하고, 지역의료구상 계획의 틀을 재점검해야 한다"라며 "신종 감염병이 빈번하지 않고 10년에 한 번, 20년에 한 번 발생하더라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은 감염병 상황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철저하게 의료비를 억제하고 병상수를 줄이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마츠의대 부속병원 의료복지지원센터 코바야시 토시히코 교수는 “평상시라면 급성기 중증 질환은 중환자실이 있는 대형병원에서 치료하고 회복기는 중소 규모의 만성기 병원에서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병상과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바야시 교수는 “연쇄적으로 대형병원에서 담당해야 할 급성기 중증 환자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병원 내 감염까지 일어나 의료시스템 붕괴가 초래되고 있다”라며 "민간 중소병원까지 코로나19 치료에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민간 병원들의 안정적인 경영도 매우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한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신 의사는 "일본은 코로나19 등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중, 삼중으로 대비하고 이를 위해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에 익숙하다"라며 "일본의사회가 크게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정부가 일본의사회의 의견을 수용하고, 일본의사회의 정치력이나 영향력이 그만큼 일본 사회에서 막강하다는 데서 우리나라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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