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전국에 5개 산하병원을 둔 A대학병원이 전공의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지키지 않고 수련계약서도 교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8일 A대학병원 전공의 제보에 따르면, A대학병원은 수련계약서에 명시된 수련시간 12시간 중 수련적용시간 9시간을 제외한 휴게시간 3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수련병원이 사실상 전공의에게 12시간 연속으로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가천대 길병원 전공의 사망에 관한 뉴스를 봤다.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24시간 근무를 하면 6시간 휴게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단 한 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휴게시간을 가진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전공의법 위반이지만 병원은 현장의 전공의에게 주어지지 않는 휴게시간을 서류상 지킨 것으로 처리해 합법으로 위장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철저한 감독과 처벌이 없으면 전공의법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전공의는 "5개 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500여명이 모두 수련계약서에 명시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대학병원 전공의 수련계약서에는 '전공의의 평일 주간수련시간은 06시부터 18시까지를 원칙으로 하고, 수련적용시간은 9시간으로 하며, 수련시간 중 수련적용시간을 제외한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한다'는 조항과 '전공의의 평일 야간당직시간은 18시부터 익일 06시를 원칙으로 하고, 수련적용시간은 9시간으로 하며, 야간당직시간 중 수련적용 시간을 제외한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한 A대학병원은 전공의에게 수련시간 12시간 중 수련적용시간 9시간을 제외한 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전공의는 "병원은 휴게시간은 알아서 챙겨 쉬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하지만 모든 전공의들은 휴게시간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온콜(대기) 상태로 쉬는 것은 쉬는 게 아니다. 밥을 먹다가도 콜을 받으면 달려가기 일쑤다"며 "그것이 쉬는 것이라면 전공의법이 보장하도록 하는 휴게시간은 있으나마나다"고 말했다.
그는 "휴게시간에 전공의들이 처방을 한 기록이 있다. 그게 바로 수련병원이 전공의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증거다"고 말했다.
그는 수련계약을 할 당시 병원측으로부터 수련계약서를 받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전공의법 제 10조에 따르면 수련병원등의 장은 수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전공의에게 수련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보건복지부의 과태료 및 시정명령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전공의법에 따른 수련병원의 수련환경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전협 이승우 회장은 "전공의법이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소홀한 감시와 미약한 처벌 때문에 수련병원은 전공의법을 지키려고 하지 않는다"며 "법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려면 복지부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수련병원의 수련기관 취소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법이 만들어졌지만 의료 현장의 전공의들은 여전히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과로사에 내몰리고 있다"며 "길병원에서처럼 안타까운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보건복지부가 수련병원이 법을 지키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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