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19 10:54최종 업데이트 25.12.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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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의사 업무량·생산성 확 줄어'…추계위서 '의사 수 증원' 주장만 이어지자 "위원회 왜 존재?"

문석균 위원 "여러 변수 고민없이 결론만 내자는 분위기면 위원회 왜 존재하나"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 업무량과 생산성 수준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의사인력 수급 추계위원들은 지난 주(12월 8일) 진행된 9차 추계위 회의에서 '의사 업무량 감소'와 '생산성 저하'를 의사 수 증원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보통  평균적인 의사 업무량과 생산성이 줄어들 경우 더 많은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19일 '9차 추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정형선 위원(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한국소비자연맹 추천)은 이날 "의사 공급이 수요를 쫒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들이 생산성이 높고 질 좋은 의료를 제공하려면 의사의 진료일수가 과연 며칠이어야 하는지, 며칠을 근무하는 것이 정상인가 알아야 한다"며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290일이라고 하는데 290일을 진료할 수 없다.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진료일수"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의사들은 더 많이 근무할 수 있다고 하고 국민들은 (그 근무일수로)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근로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얘기할 때 1년에 250~260일 정도가 정상적인 근무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여성 인력도 늘어나는데 (진료일수 290일을) 미래 의사들이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할 것인가"라고 전했다. 

이어 김진현 위원(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경실련 추천)은 "의사 연령별 분포도를 보면 지금은 30대 말, 40대 초반이 피크다. 그런데 2040년이 되면 60대가 피크가 된다. 전체적으로 의사의 숫자 뿐만 아니라 의사의 연령이 고령화된다"며 "물론 과거보다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겠지만 결국 생산성이 확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공의법 개정과 사회 분위기 변화에 따라 향후 의사 업무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영수 위원(경상국립의대 조교수, 보건의료노조 추천)은 "지금 전공의특별법으로 100시간 넘게 일하던 전공의들이 88시간, 지금은 52시간으로 더 줄어들 예정"이라며 "예전에 100시간 일하던 이들이라면 모르지만 지금 5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이 임상 현장에 나갔을 때 지금 의사들과 같은 근무일수, 업무강도로 일하겠나. 절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필수과는 전공의 모집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 삶의 질, 근무시간 등을 이유로 버틸 의사가 없다는 뜻"이라며 "명확한 추세가 있는데 지금 동일 수준의 업무량을 유지한다는 가정 자체가 넌센스다. 또한 USMLE(미국의사면허시험)을 보고 나가는 의사도 꽤 많아지고 있다. 이런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이선희 위원(이화의대 교수, 의사협회 추천)은 "오늘 100명을 봤지만 내일 150명을 볼 수 있다면 150명을 보는 것이 의사다. 너무 많은 환자를 봤을 경우에 질이 떨어지면 환자들의 선택에 의해, 시장 조절에 의해서 가는 것"이라며 "정말 공급이 부족했다면 의료시스템이 유지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문제가 터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규 위원(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장, 의협 추천)은 "의사 공급과 관련된 논의를 하려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대비 3배 이상 많은 의료 이용을 하는 부분도 당연히 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서로 비교하고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석균 위원(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의협 추천)은 보다 근본적인 위원회 자체의 문제를 제기했다. 다양한 변인을 고민하기 보단 빠르게 논의를 끝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차 회의에서 문석균 위원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6% 보다 많은 30~40%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AI 변수를 검증할 수 있도록 국내 데이터를 1~2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추계를 더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중 추계위를 통한 '합리적 의대정원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위원은 "미국이나 네덜란드처럼 많은 엘리먼트(element, 요소)를 고민하고 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준비가 안 돼 있으니 그냥 기존에 했던 대로 가자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이라면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 위원회가 왜 존재하나. 꼼꼼하게 짚고 다른 나라처럼 잘 하려고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 결론을 빨리 내야 한다는 분위기로 기존 방법대로 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논의된 방법들이 지금까지 나온 많은 추계 논문들과 다를 것이 없다. 전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인데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정현 위원(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 추천)은 "이상적으로 가용 데이터를 다 활용해 AI나 생산성, 근로시간 변화 등을 다 집어넣고 모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러 현실적 제약으로 어렵다"며 "(AI로 인한 의료 생산성 증가 등도) 의사 근로시간 감소 등과 함께 고려하면 결국 상쇄된다. 결국 의사 인력을 계산하는 방식은 (각 변인에) 가중치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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