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효상 칼럼니스트] 한 해 동안 의료계에서 폭풍처럼 몰아닥쳤던 비의료인 불법 대리 수술 문제, 심초음파 허용 문제, PA 들의 불법 의료행위 논쟁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질문이었다.
불법 의료행위들의 주된 근본 원인은 정부다. 정부가 의료 인력을 고용해 시행하는 정상적인 의료행위들을 했을 때, 의료기관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저수가 체제를 강요해서 저질 의료를 만들었다.
일례로 인터넷상에서 맹장 수술비용을 검색하면 수술비가 너무 적어서 놀랐다는 글들이 다수 나온다. 수술비용을 적게 책정하고 수술에 참여한 의사가 몇 명인지 간호사가 몇 명인지에 대한 고려 없이 동일한 수가를 준다. 그러다 보니 병원은 수술 이외에 다른 병실료나 기타 부대비용 등으로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 또 수술방 여러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수술 횟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려한다.
의사, 간호사들이 수술참여를 할 때 적정한 인력 산정에 의한 수가가 보장되고 수술비용이 책정된다면 병원에서 왜 위험을 무릅 쓰고 불법 의료인인 기구상들이나 일반인들을 수술에 참여시킬 것인가.
불법을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불법 의료인들이 환자의 수술에 참여한다는 것은 강력히 처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심장초음파 문제도 비슷하다. 심장 초음파의 책정된 수가가 낮으니 검사를 시키기 위해 의사들을 고용한 비용을 병원에서 창출할 수 없어 간호사나 의료기사들에게 맡기게 되는 것이다.
PA로 불리는 전문 간호사 문제도 역시 그러하다. 입원 전담 전문의 등을 고용해서 환자를 진료할 때 가산되는 수가를 정부가 제대로 책정한다면 생기지 않을 문제들이다. 의료진을 고용해 정상적인 진료를 해서 병원에 도움이 된다면 왜 채용하지 않겠나.
정부는 필수의료인 중환자의학, 의료감염, 의료사고를 위한 환자 안전대책 비용, 중증외상,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생명과 관련된 과들의 기피 문제에 적정한 비용을 책정해 문제해결을 할 생각을 해야 한다. 왜 그렇지 않고 MRI 급여화, 2·3인 입원실의 급여화 등 표를 위한 선심성 정책을 위한 재정을 쏟아붓는 것인가.
외상외과 인력 문제를 이야기할 때 보건복지부에서는 외과 전공의들의 파견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외상외과 인력이 부족한 이유를 파악하거나 외상외과에서 쓰는 비용들에 대한 심평원의 무자비한 삭감을 해결할 생각은 안하고 당장 국민들의 비판이 높아지면 청원 해결하기식의 땜빵 대책으로 일관하는가.
적정 수가를 책정하라고 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적정수가를 알 수 없어서 공단 직영 병원을 더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다가 전국에 공단병원들로 꽉 찰지도 모른다.
수십 년 동안 조사해놓고 적정수가를 모른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직영병원이 역할을 소홀히 한 것 아닌가.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몰라야만 하는 것인가.
참고로 이번 국정감사에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건보공단 일산병원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한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방안 2단계' 연구 결과를 통해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 원가 보존율이 62.2%로 파악됐다 한다.
의사들이 바라는 것은 교과서적인,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통해서 환자들을 치유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이 있는 정부는 규제와 삭감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실사 같은 행위를 통해서 윽박지르는 것 말고 의료진들이 정상적인 의료를 충실히 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저질 의료 하에서 나오는 결과물은 지금과 같은 참담한 것 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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