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19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수가 386명으로 떨어지고 3차 유행이 어느 정도 잦아들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전 국민이 백신을 접종하는 11월까지 방심하면 다시 4차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코로나19 병실 부족과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3차 유행 때 수도권 환자 급증으로 부랴부랴 병상을 늘렸지만 의료인력 부족 문제로 허덕였고, 위중증 환자들은 여전히 입원하고 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장기유행에 대비해 병상 수 확보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충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20일 첫 번째 환자 발생 이후 누적 확진자 수는 7만3115명(해외유입 5980명)이다. 현재 1만2364명이 격리 중이며 위중증 환자는 335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1283명(치명률 1.75%)이다. 

언제든 재유행 대비한 중환자 병상·인력 대책 마련해야 

확진자수가 줄어도 확진자들이 보통 10일 이상 입원하다 보니 당장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축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위중증 환자들은 장기 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중환자 병상은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준중환자병상은 총 417병상이 있으며 전국 176병상, 수도권 114병상의 여유가 있다. 중환자병상은 총 687병상이며 전국 261병상, 수도권 135병상이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1%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으로 마련하게 했지만, 여전히 재유행에 대비한 중환자 병상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전담병원 중에서 위중증 환자들을 실제로 진료하는 병원은 남양주 현대병원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등 일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과 시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남양주 현대병원의 코로나19 중환자병상과 준중환자병상은 대한중환자의학회 파견 전문의 1명과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 파견 의사 2명 등 3명이 한 팀의 의료자원으로 3교대씩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상급종합병원에 묶여있다 보니, 휴가를 내거나 주말에야 겨우 지원할 수 있고 평소에는 의료인력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태다.  

남양주 현대병원 진료 봉사에 나섰던 여의도성모병원 홍성진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전 대한중환자의학회장)는 “원래 평소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조차 모자라다. 이런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에 코로나19 환자까지 맡으라고 하다보니 상급종합병원 내부 인력은 더욱 모자라고, 인력 갈아넣기로 겨우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외부에 중환자 병상이 마련되더라도 이들이 지원에 나설 수 없다. 진료봉사도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면서 겨우 할 수 있었다”라며 “평소에도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충분한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만 맞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백신을 맞는 11월까지 재유행 상황에 대비한 병상과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병원 병상 연다더니 인력을 갈아넣어야 겨우 가능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충하는 상급종합병원도 인력의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서울대병원은 이달 5일 코로나19 관련 병상이 총 48개로 확충된다고 밝혔다. 병원이 기존 중환자병상 32개에서 16개 병상을 갖춘 준중환자병동을 신설한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대병원이 추가 병상을 설치키로 한 곳은 직전까지 직원식당으로 이용됐으며, 4인실 4개와 의료진 상주 구역으로 리모델링했다. 의료 설비가 갖춰진 곳이라 병상으로 바꾸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해당 병상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일할 의료인력이 없어서였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동만 열어놓고 사람은 뽑지 않았다. 기존에 진료해야 하는 환자도 많은 내과 의사들을 갈아넣다보니 결국 내과 의료진의 반발로 운영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을 맡는 공공병원 A병원은 인력이 모자라 모든 진료과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겨우 24시간 진료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감염 피해가 갈 수 있고 야간 근무가 많다는 이유로 사직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전공의들이 코로나19 진료에 강제로 차출되는 것에 반발이 나왔던 터라 전공의들이 참여하게 하기도 어려웠다. 

A병원 관계자는 "일반환자 진료도 그대로 하면서 코로나19 환자 진료가 확대되면서 내부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다"라며 "민간병원에선 호흡기내과와 감염내과만 일부 코로나19 환자 챙기면 된다. 하지만 공공병원이라는 이유로 그만큼 더 많은 환자를 책임져야 하는데 일할 인력이 없다. 모든 진료과 전문의들이 돌아가면서 24시간 교대근무에 나선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병원이라고 무작정 병상수를 확보하고 환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인력 대책을 수립하고 거기에 따라 병상과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라며 "일단 병상을 늘려놓고 주먹구구로 의료인력을 배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간호사 턱없이 부족한데 인력 이탈, 주먹구구식 배치까지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열악하다. 코로나19 수당이 하루에 30만원씩 받는다는 이유로 파견 간호사로 자원해 기존 병원 간호사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례로 한차례 떠들썩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를 진료하는 간호사들의 제대로된 인력 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호소도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1년이 지난 병원현장은 어떻게 변화됐는가. 국무총리까지 편지를 보내면서 간호사들을 영웅이라 칭하지만, 정작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은 허탈함만 남아 사직을 결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라매병원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일했던 김경오 간호사는 최근 언론에서 중환자를 1명씩 보게 했다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간호사 한명이 중환자 2명을 돌봤다는 것이다. 

노조가 제안한 기준에 따르면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할 중증 환자는 2.5명, 일반병상 입원 최중증 환자는 1명, 중환자실 입원 최중증 환자는 0.5명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보라매병원의 코로나19 병상 169개를 대상으로 계산하면 간호사 276명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김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동강도를 포함해 중증도를 분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병원은 오로지 호흡기계 증상으로만 환자를 구분했다"라며 “언제라도 기관내 삽관을 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해야할지도 모르는 환자, 산소포화도가 잘 유지되는지 확인해야하고 일일이 식사를 도와야하고 대소변도 치워드려야 하는 환자들이 병원 기준으로는 경증"이라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김경희 분회장은 "서울의료원 13층 19개 병실과 응급실을 비워두고 환자를 컨테이너에 입원시키라고 지시하는 서울시의 코로나19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먹구구식의 간호인력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간호사들은 레고블럭이 아니다”라며 “인력수만 계산해 간호사들을 여기저기 끼워맞추기 식으로 배치를 전환한다면 결국 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적정 간호인력 배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