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1 08:00최종 업데이트 23.11.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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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백년지대계(醫療 百年之大計)

[칼럼] 김현승 미래의료포럼 총무간사·내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요와공급

나는 평범한 동네 내과의사다.

명의나 능력 있는 의사와는 거리가 멀고 요즘도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의학교과서나 논문 뒤지며 배우는 게 주된 일상인데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넘쳐난다. 

집을 나와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전문의가 넘쳐나는 대한민국이다.

처음 개원할 때 월세 싼 곳을 찾아 집에서는 거리가 있지만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급여과는 매출에 한계가 있어 고정비 줄이는 게 관건 이었던 것도 주된 요인이었다.

그런데 동네에 인구 유입이 많아지며 내과 뿐만 아니라 최근 오픈런 운운하며 말 많은 소아과 까지 개원이 늘어나서 지금은 주위에 소아과만 해도 6개가 넘는다.

여건이 되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온다. 그러니 정작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진료해야 할 환자'라는 주장이 설득을 얻는다. 동네에 인구도 얼마 안되는 곳에 병원, 커피전문점 ,영화관,백화점이 우르르 생길 거란 기대는  착각이나 망상이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 “바이탈뽕”이라는 말이 있다. 

바이탈사인(Vital sign) 이란 혈압 맥박 체온 호흡을 일컫는 말로 활력징후 라고도 하는데 이는 말그대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수치들이다. 여기서 나온 ‘바이탈’과 중독의 대명사라는 마약의 은어인 ‘뽕’을 섞은 단어로 농담삼아 언급되는 단어다.

의사들의 자조 섞인 말처럼 소위 필수의료 특히 바이탈과는 바이탈뽕에 취해 있는 경우가 많다.

바이탈 뽕이라는 말에서 알수있듯이 중독성이 크다. 쇼크 상태의 환자나 심장마비로 사경을 헤메는 환자가 살아나면 걷잡을 수 없이 중독성이 커진다. 의사라는 자부심만큼이나 보람도 크다.

여기에 취하면 중환자실이 없는 개원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 했다. 나도 그랬다.

이런 ‘뽕’에 계속 취하게 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계속 취하도록 지속 가능성만 보장해주면 된다. 그런데 현실은 바이탈뽕을 마치 진짜 뽕쟁이 취급하듯이 사법당국은 범죄자 취급하고 지면은 일만 생기면 여론재판에 비난하려 혈안이 된 상황이다. 그러니 뽕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짐한다. 앞으로 바이탈뽕 따위는 집어 치운다고.

의료정책

최근 정부나 여당이 내놓는 갑작스런 정책들은 심히 우려스럽다. 

더욱이 과거정권에서 활약하던 모 교수가 현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인물이라는 점은 공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다수 의사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의료정책의 발전은 기대하지 않는다. 자포자기 상태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답습 하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

교육정책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그만큼 중요하고 긴 호흡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인데 하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의료정책을 백년지계가 아닌 즉흥적이며 정치색 짙은 정책으로 몰아가는 현재의 상황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제기돼온 문제를 긴 안목을 가진 정책으로 확립하기 위해선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의료정책을 변경할 때 마다 나오는 OECD통계는 일부 사회주의적 의료정책 학자의 입맛에 맞는 숫자 놀음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의학은 근거중심 학문으로 의학의 발전을 보면 근거에 기반한 데이터와 이에 대한 검증으로 진행되어 왔고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논리는 자동 퇴출된다.

이렇듯 근거에 기반한 의학을 공부해온 의사와 의료계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논의하고 타당한 논리라면 의외로 설득이 쉬울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정책을 미리 정하고 밀어 부치기 식이다.

의료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로 앞으로 백년후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 그러므로 즉흥적인 임시방편은 지양해야 한다.

의료 백년지대계에 대해 고민할 때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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