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현실화된 일이다.
처벌 대상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법 대상자들이 모든 것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제약업계는 '좌장비 지급'과 '부정청탁에 대한 너무 광범위한 해석'만큼은 꼭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만~6만원도 안되는 좌장비
요즘 제약사들은 좌장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심포지엄에서 한 세션을 진행하는 좌장에게 10만원도 안되는 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보니 공익 행사가 아니고서야 구할래야 구할 수 없다.
좌장비가 터무니없이 낮아진 이유는 청탁금지법 상 좌장이 '말하는 시간'에 비례해 사례비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세션에서 좌장이 말하는 시간을 다 더하면 몇분이나 될까? 사례비가 5만~6만원도 안되는 이유다.
현재 청탁금지법 상 '좌장'의 사례비 지급 관련 규정은 없다.
제약사들은 국공립대학 교수의 '강연료' 규정(시간 당 직급별로 20만~50만원)을 좌장비와 사립대학 교수 강연료에도 적용하는 분위기인데, 만일 좌장이 1시간에 40만원 받을 수 있는 직급이더라도 40만원 중 그가 말한 시간에만 돈을 줄 수 있어 실제 금액은 몇 만원 수준이다.
김앤장 등 유명한 법률사무소들은 제약사와 의사들에게 위처럼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좌장은 대부분 명예교수가 맡아 그 무게만으로 세션의 중심을 잡을 때가 많다.
연자(발표자)에 비해 말하는 시간은 적지만 결코 비중이 작지 않다는 말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좌장은 중심축인데 말하는 시간에 비례해 돈을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니 교수에게 요청하는 것조차 민망하다"면서 "명예교수가 주니어 교수보다 못한 돈을 받는다. 꼭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기자를 만나지 말라
제약사 및 병원의 언론홍보팀은 기자를 만나기 힘들다. 일부 제약사는 모든 미팅을 문서 및 원격(전화, 이메일)으로 진행하라는 오더를 내리기도 했다.
일부 일간지도 웬만하면 전화로 취재하라는 오더를 기자에게 내렸고, 꼭 만나야 한다면 취재원과 '서서' 이야기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차 한잔도 같이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과도하게 살벌해진 이유는 '부정청탁' 조항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있는데, 현안문제(pending issue)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한다.
즉 허가, 보험등재, 인사, 예산 등 등 펜딩 이슈가 있을 때 제약사 혹은 그 관계자가 기자를 만나 차 한잔 하면서 해당 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 부정청탁의 오해를 살까봐 조심스러운 것이다.
부정청탁은 금품수수 위반 없이도 처벌된다.
현안 파악과 제보받는 것을 업으로 하는 기자도, 이를 해야 하는 홍보 관계자도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모든 것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이 너무 강해 사실상 아무 것도 안하는 실정"이라며 "전해야 할 이슈도 많고 개최해야 할 간담회도 많지만 안전한 게 최고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윗선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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