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준 IHF 차기 회장 "병원계가 의료 AI 전환 주도해야"…'서울 AI 센터' 설립 추진
[인터뷰] 10월 19~21일 세계병원대회 계기로 설립 구체화…AI 도입·관리 지침과 국제 경험 공유
"재정·인력난은 세계 병원의 공통 과제…장기 인력 투자·의료정보 기반 전환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제병원연맹(International Hospital Federation, IHF) 이왕준 차기 회장이 병원 경영진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AI) 도입을 지원하는 ‘병원 리더십을 위한 서울 AI 센터(Seoul AI Centre for Hospital Leadership)’ 설립을 추진한다. 세계 각국 병원의 경험을 공유하고 AI 전략과 관리체계, 윤리에 관한 실용적인 지침을 제공해 병원계가 의료 AI 전환을 주도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이왕준 IHF 차기 회장(대한병원협회 부회장, 명지병원 이사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AI 센터를 통해 국제적인 논의를 실제 병원의 변화로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 AI 센터는 병원 경영진이 AI의 도입 시점과 활용 범위, 기술기업과의 협력 방식을 판단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울에서 출발해 성과를 확인하며 지역별 협력 거점과 글로벌 네트워크로 넓힐 계획이다.
센터의 계획은 오는 10월 19~22일 서울 코엑스 마곡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49차 세계병원대회의 주요 의제인 AI 전환과 맞닿아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IHF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2007년 이후 19년 만의 한국 개최로, 세계 90여개국에서 병원·보건의료 리더 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험을 지역의 실천으로 모든 환자를 위해’를 주제로 각국의 병원 운영 경험을 나누며, ‘글로벌 AI 헬스케어 서울선언’ 채택도 추진한다.
세계병원대회 의장을 맡은 이 차기 회장은 지난 16년간 IHF 활동에 참여하며 해외 병원 현장을 살피고 각국 경영진과 교류해왔다. 지난해 IHF 차기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2027년부터 2029년까지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세계 병원계의 공통 과제를 '재정과 인력 부족'으로 진단했다. AI가 반복 업무를 줄이고 미충족 의료 수요를 보완할 수는 있지만, 인력 양성에 대한 장기 투자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차기 회장은 "개별 병원의 효율 개선을 넘어 의료정보 기반을 국가 차원에서 전환해야 한다"며, "환자를 치료하고 AI를 실제로 사용하는 병원계와 의료계가 그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왕준 차기 회장과의 일문일답.
세계 병원의 공통 과제, 재정과 인력 부족
- 각국 병원들을 둘러봤을 때 세계 병원계가 공통으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결국 돈과 사람이다. 국가마다 제도와 조건은 다르지만,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병원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간병인 등 훈련된 인력도 부족하다. 공공의료 중심 국가와 민간병원 중심 국가가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제도와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인력 문제는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인력 양성을 의료산업의 부대적인 요소로 볼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정책과 수가를 논의할 때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실제로 그 중요성에 맞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해외 병원들은 장기적인 인력 확보에 어떻게 접근하나.
해외 병원들도 장기적인 인력 확보를 고민한다. 인도의 아폴로병원은 병원그룹 차원에서 10년, 20년 계획을 갖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려고 한다. 학생 때부터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거나 장학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일찍부터 인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다만 인도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역할, 의료시장의 조건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다.
다른 국가들 역시 인력 확보가 쉬운 것은 아니다. 해외 사례에서 참고할 점을 찾되 각국의 제도와 여건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 해외 병원 관계자들은 한국 의료의 어떤 점에 관심을 보이나.
지난 20년 동안 한국 병원의 의료기술과 수술, 진료 결과가 빠르게 발전했고 의학 연구와 학술 활동도 크게 성장했다. 해외 관계자들도 한국의 성과를 알고 있지만, 실제 현장이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이는지 직접 보고 싶어 한다.
특히 해외 병원 원장들은 한정된 공간과 인력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비교적 질서 있게 운영되는 한국 병원의 모습을 보고 놀라곤 한다. 한국 병원은 많은 환자를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환경에 맞춰 예약과 검사, 진료의 흐름을 발전시켜왔다. 물론 이런 성과의 이면에는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와 의료진의 상당한 노동이 들어가 있다. '높은 생산성'이라는 결과만으로 한국 병원의 단면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 한국 병원의 운영 경험을 해외에 적용할 수 있나. 반대로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은 여러 업무를 빠르게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과 문화에 익숙하다. 이것이 병원의 효율과 생산성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나라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병원투어로 현장을 보는 것과 해당 국가에서 같은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반면 장기 전략을 세우고 일관되게 성과를 축적하는 방식은 다른 국가에서 배울 점이 많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의료정보와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내부 조직과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바꿔왔다. 싱가포르에 방문할 때마다 변화를 거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사업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 단계의 성과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기술과 시설의 발전뿐 아니라 진료 질 관리와 환자안전, 병원의 가치와 운영체계를 함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병원 넘어 국가 차원의 AI 전환…공동 투자와 의료정보 연계 필요
- AI 시대에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려면 병원 정보시스템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AI 시대에는 개별 병원의 투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 대형병원 경영진과 이야기해보면 병원 단위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이 있다. AI에 맞는 통합적인 병원 정보시스템으로 전환하려면 규모의 경제와 공적인 투자·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단지 EMR 프로그램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의료데이터를 어떻게 만들고 활용할지, 그 기반에서 새로운 AI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지까지 연결된다. 병원계와 의료계, 산업계, 정부가 함께 전체 의료시스템을 바라보며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개별 병원이 AI 솔루션을 하나씩 도입하는 것과 국가 차원에서 의료정보 기반을 전환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 개별 병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면 공동 투자는 어떻게 추진할 수 있나.
우선 병원들이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만들어진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한다는 합의가 중요하다. 아무리 빅테크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병원들이 이를 사용할지 확신할 수 없다면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기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와 병원별 여건이 있는 만큼, 기업 한 곳의 판단이나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만으로 풀기 어렵다.
병원계와 의료계가 공통의 필요를 확인하고 산업계, 정부와 함께 참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설치에 필요한 인프라와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참여 병원은 적절한 이용료를 부담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개발에 대한 투자와 실제 사용을 연결하면서 공적인 목적과 현장의 수요를 함께 연결하는 것이다.
- 의료정보를 연결하는 기반이 갖춰지면 환자의 진료와 병원 간 연계는 어떻게 달라질 수 있나.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취약성 중 하나는 분절돼 있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가 중복되거나 단절돼도 그 사이를 유기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 이를 통제하는 방식도 사후적인 보험 심사에 많이 의존한다. 환자가 진료받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미리 연결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병원에서 지역병원으로 보내는 회송 실적이 늘었다고 현장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환자를 받는 병원의 부담과 보상도 함께 살펴야 한다. 정책적인 효과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규제와 인센티브뿐 아니라 의료정보를 연결하는 기본 구조까지 함께 바꿔야 한다. 이런 변화를 추진하려면 의료 AI 투자를 개별 시범사업의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AI 투자가 몇백억원 규모 사업을 컨소시엄별로 나눠 지원하는 방식에 머무를까 우려된다. 전체 의료시스템을 전환하려면 더 큰 규모와 긴 호흡의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대형병원뿐 아니라 중견·중소병원, 이후 일차의료까지 의료시스템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한 번에 담을 수는 없지만, 전체를 바라보며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과 이를 조정할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울 AI 센터 설립 추진…병원계가 의료 AI 전환 주도해야"
- 의료시스템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의료는 사람이 부족해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 AI가 반복적이고 간단한 업무를 줄이면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을 덜고, 충족되지 못한 의료 수요를 보완할 수 있다. 다른 산업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가 크지만, 의료에서는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팬데믹을 겪으며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의료정보와 기술을 개별 병원의 경영 문제로만 볼 수 없다. AI를 상업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기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해야 한다. 현장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시스템의 취약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이러한 논의를 실제 병원의 변화로 연결하기 위해 IHF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은.
IHF 산하에 ‘병원 리더십을 위한 서울 AI 센터(Seoul AI Centre for Hospital Leadership)’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 경영진이 AI를 언제 도입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기술 기업과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지 판단하도록 돕는 조직이다. 필요할 때는 AI 도입을 보류하거나 중단할 기준도 제시하려고 한다.
IHF 회원사 80여개국 병원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AI 전략과 윤리, 책임 있는 활용에 관한 실용적인 지침과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저소득국의 참여도 확대해 다양한 의료환경을 반영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활동을 시작해 성과를 확인하면서 지역별 협력 거점과 글로벌 네트워크로 넓혀갈 계획이다.
우선 전담 인력과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하고 아직은 준비 단계다. 세계병원대회를 계기로 계획을 구체화하고 연내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 서울에 센터가 설립되면 국내 병원과 의료계에는 어떤 기회가 생기나.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서 운영하거나 국내 병원에서 먼저 시범사업을 진행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각국의 AI 활용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병원과 기업이 참여할 접점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에 사무국과 전담 인력이 있으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국제적인 재원을 확보할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은 아니지만, 우리가 먼저 참여하고 경험을 쌓을 기회는 커질 수 있다. 센터 설립 자체보다 실제로 어떤 활동과 성과를 만들어낼지가 더 중요하다.
- 이번 세계병원대회를 계기로 IHF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가.
이번 대회가 한국 의료의 현재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는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지난 20년 동안 얼마나 발전했고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놓칠 때가 있다. 이제는 해외의 경험을 배우는 데서 나아가 우리 스스로 다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IHF도 분명한 비전과 실제 활동이 있어야 한다. 병원들이 가치를 느껴야 참여가 늘고, 새로운 사업을 위한 재원도 마련할 수 있다. 좋은 프로그램이 참여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이 성장해 더 많은 활동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서울 대회를 그 전환점으로 삼고자 한다. IHF가 새로운 헬스케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 AI 선언과 AI 센터 설립도 실제 병원과 의료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기술은 기업이 개발하더라도 데이터를 만들고 환자를 치료하며 AI를 실제로 사용하는 곳은 의료현장이다. 병원계와 의료계가 변화의 방향을 정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대회를 병원장만을 위한 행사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계 병원계와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은 의료진 누구나 참여해, 각국의 고민과 경험을 듣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저작권자© 메디게이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왕준 # 국제병원연맹 # IHF # 서울 AI 센터 # 세계병원대회 # 대한병원협회 # 의료정보 # 글로벌 AI 헬스케어 서울선언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유튜브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