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국립대 의대의 정원을 축소하고 지방 사립대학에 의대정원을 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립대학들이 이러한 취지에 맞지 않게 서울에서 의대를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사립대는 의과대학 정원을 배정받은 지역에 부속병원을 두지 않고 별도의 교육병원을 지정, 지역에서 양성한 학생들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 병원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을)이 전국 30개 사립대 의과대학(의전원 포함)의 부속병원 현황과 의과대 운영실태를 확인한 결과 이 같이 밝혔다. 

서 의원은 “사립대학들의 이러한 편법 운영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사립대학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그리고 교육병원의 감독에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떠넘겨왔기 때문”이라며 “교육부는 사립대 의과대학들 중 울산대, 건국대 등과 같은 사례가 없는지 즉각 전수 조사를 시행하고, 보건복지부와 함께 사립대 의대와 부속병원이 당초 지역에 정원 배정을 할 때의 취지대로 운영되도록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의대·건국대 의전원, 지방 아닌 서울에서 의대 수업 

1987년 문교부는 농어촌 지역의 의료인력공급과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등에 대비해 ‘중장기의료인력 수급전망’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1988년 대학입학 정원조정에서 사범계열정원 460명을 감축하고, 부산대·경북대·전남대 3개 국립의대의 정원을 70명 감축했다. 이후 단국대, 아주대, 울산대 3개 사립대에 의대 및 의예과를 신설하도록 했다. 즉, 지방 사립대에 의대정원을 배정해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목표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울산대가 의과대 자체를 울산에 있는 캠퍼스가 아닌 서울아산병원 내에서 별도의 의과대학 건물을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부의 조치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울산대는 예과 2년과 본과 4년 중에 울산에서는 예과 1년만 교육하고, 예과 2년 과정부터는 서울에서 교육하고 있었다.

서동용 의원은 "울산대가 서울에서 운영하는 의과대학이 울산대학교의 교육용 기본재산의 토지와 건물 어디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립대학은 경우 고등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의 규정에 따른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교육용 기본재산으로 교지와 교사를 마련해야 하고 보유와 처분 모두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교육은 이 교지와 교사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울산대의 경우 교육부에 등록된 교육용 기본재산 목록 어디에도 서울을 소재지로 하는 교육용 토지와 건물이 없었고 울산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으로도 서울을 소재지로 하는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즉,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공간에서 의대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 충주 캠퍼스의 의학전문대학원 또한 대부분의 교육을 서울에서 진행했다. 결국 건국대의 경우 작년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시행한 후 올해 1월에 1학기 수업부터 충주에서 수업할 것을 시정명령한 바 있다. 

이에 건국대는 의전원 홈페이지에 2020년 1학기부터 의학전문대학원 강의를 충주에서 한다고 공지하고, 의학전문대학원 1,2학년 과정을 충주에서 수업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 의원은 "여전히 3,4학년의 실습 수업은 서울에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병원 중 하나인 건대 충주병원의 규모와 시설을 그동안 줄여왔기 때문에 당장의 실습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건국대 의전원은 올해 7월 23일 홈페이지에 의전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기숙사 신청 안내를 하며 서울캠퍼스 소재 기숙사를 안내했다. 또, 올해 9월에 확인한 건국대 충주 캠퍼스의 의전원 교육을 위한 생명과학관에는 의전원 강의실이 1개밖에 없었다. 

서 의원은 “울산대와 건국대 모두 의대정원을 배정받을 당시에는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와 지방대학 육성을 약속했다. 단국대 천안캠퍼스와 동국대 경주캠퍼스도 같은 조건으로 의대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울산대와 건국대 등은 대학설립‧운영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이러한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두 대학 모두 정작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지역의 부속병원이 아닌 서울 소재 병원 중심으로 의대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의료 불균형도 심각해진다"라며 "건국대 충주병원의 경우 2010년 501병상이던 병원 규모가 현재는 339병상으로 줄었고, 울산대병원은 인가 병상수가 1056병상에 달하기는 하지만 2017년 의사 수 부족으로 상급종합병원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의대가 단순히 의사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의 질환 연구, 의료정책 개발 등 지역의료 향상을 위한 연구와 교육을 해야 하지만 의대가 지역에 없어서 이러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부속병원 투자 저조하고 교육병원으로 재투자 없이 운영 

의대를 운영하면 부속병원을 운영해야 하지만 부속병원 수준의 병원에 위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왜곡된 제도도 문제로 지적됐다. 부속병원에 대한 투자는 저조하고 교육병원으로 운영하면 학교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실제 부속병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형병원 중심으로 교육병원이 운영되는 울산대, 성균관대, 가천대 등을 예로 들었다. 

울산대의 경우 울산대병원이 부속병원으로 지정돼 있지만, 실제 교육은 서울아산병원을 교육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부속병원으로 지정되면 해당 병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회계에 포함되는 부속병원회계를 작성해야 한다. 즉, 병원의 수입이 학교로 재환원돼야 하는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성균관대의 경우 의대 소재지는 경기도이지만 부속병원은 학교법인 성균관대학 삼성창원병원으로 경남 창원에 위치하고 있다. 가천대의 경우 길병원이 아닌 동인천길병원을 부속병원으로 두고 있다. 가천대 부속병원인 동인천길병원은 현재 인가기준 병상 수 80개에 의사는 1명에 불과하다. 차의과학대도 경기도로 의대 정원 인가를 받았지만, 부속병원은 구미에 있다.

서 의원은 "지방 의과대학들이 지역에 의과대학을 운영하지 않고 해당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부속병원에서 근무하지 않고 협력병원에서 근무해도 이들 교수들의 급여는 대학에서 지급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사립대 교수들의 겸직에 대한 규정을 하고 있는 현행 사립학교법 제55조 사립학교의 교원의 복무에 관한 규정은 국가공무원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의대와 한의대, 치대의 경우 대학 교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병원에 겸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겸직하는 교수들의 급여는 대학에서 지급하고, 이들 교수의 수당은 협력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 의원은 “울산대의 경우처럼 의과대학을 울산에서 운영하지 않아도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는 겸직교수들이 울산대에서 교수 급여를 받고, 병원에서 추가로 수당을 지급받는 구조인 것이다. 해당 법률은 2010년 8월 16일 이명박 정부가 발의해서 2011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라고 했다. 

서 의원은 “지역의료 활성화와 지방대 육성을 취지로 지방사립대학에 의대정원을 배정했지만, 정작 일부 사립대학들이 편법적으로 의대를 서울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사립 의대의 이런 실태를 보면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중심의 의대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사립 의과대학 부속병원 현황. 자료=서동용 의원실 

학교명	의대 지역	정원	부속병원명	병원지역	병상수	의사수	병원구분
가천대	인천	40	가천대부속 동인천길병원	인천	60	1	병원
가톨릭관동대	강원	49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인천	659	188	종합병원
가톨릭대	서울	93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경기	956	373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서울	579	255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서울	810	248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경기	703	255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경기	806	291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인천	975	326	상급종합
			학교법인가톨릭학원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대전	715	210	종합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서울	1453	847	상급종합
건국대 (의전원)	충북	40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충북	339	89	종합병원
			건국대학교병원	서울	905	432	상급종합
건양대	대전	49	학교법인 건양교육재단 건양대학교병원	대전	929	275	종합병원
			학교법인건양학원건양대학교부여병원	충남	106	9	병원
경희대	서울	110	경희대학교 병원	서울	907	465	상급종합
			강동경희대학교의대병원	서울	710	296	종합병원
계명대	대구	76	계명대학교대구동산병원	대구	226	33	종합병원
			계명대학교동산병원	대구	1104	423	상급종합
			계명대학교의과대학부속경주동산병원	경북	98	9	병원
고려대	서울	106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구로병원	서울	1153	542	상급종합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안산병원	경기	872	364	상급종합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고려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안암병원)	서울	1120	537	상급종합
고신대	부산	76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부산	1004	315	상급종합
단국대	충남	40	단국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	충남	880	336	상급종합
대구가톨릭대	경북	40	대구가톨릭대학교 칠곡가톨릭병원	대구	184	24	종합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대구	940	345	상급종합
동국대 (의전원)	경북	49	동국대학교의과대학경주병원	경북	422	110	종합병원
			동국대학교일산불교병원	경기	706	253	종합병원
동아대	부산	49	동아대학교병원	부산	1086	351	상급종합
성균관대	경기	40	학교법인성균관대학삼성창원병원	경남	841	287	종합병원
순천향대	충남	93	순천향대학교 부속 구미병원	경북	376	78	종합병원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서울	789	354	종합병원
			순천향대학교부속 천안병원	충남	964	336	상급종합
			순천향대학교부속부천병원	경기	989	363	상급종합
아주대	경기	40	아주대학교병원	경기	1259	681	상급종합
연세대	서울	110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강원	2615	1182	상급종합
	강원	93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경기	899	578	상급종합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과대학병원	서울	9	205	치과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서울	536	191	종합병원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원	932	436	상급종합
영남대	경북	76	영남대학교병원	대구	1029	381	상급종합
			영남대학교의과대학부속영천병원	경북	229	22	종합병원
울산대	울산	40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울산대학교병원	울산	1056	356	종합병원
원광대	전북	93	원광대학교병원	전북	867	294	상급종합
			원광대학교의과대학산본병원	경기	275	80	종합병원
을지대	대전	40	학교법인 을지학원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대전	682	248	종합병원
이화여대	서울	76	이화여자대학교의과대학부속목동병원	서울	768	392	종합병원
			이화여자대학교의과대학부속서울병원	서울	735	182	종합병원
인제대	경남	93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서울	610	308	종합병원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서울	238	99	종합병원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부산	969	317	종합병원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부산	935	375	상급종합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	경기	731	300	종합병원
인하대	인천	49	인하대학교의과대학부속병원	인천	1010	419	상급종합
조선대	광주	125	조선대학교병원	광주	910	302	상급종합
중앙대	서울	86	중앙대학교병원	서울	861	398	상급종합
차의과대 (의전원)	경기	40	차의과학대학교부속구미차병원	경북	368	72	종합병원
한림대	강원	76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서울	647	262	종합병원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서울	184	23	종합병원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경기	884	264	종합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경기	919	396	상급종합
			한림대학교부속 춘천성심병원	강원	467	157	종합병원
한양대	서울	110	한양대학교구리병원	경기	597	234	종합병원
			한양대학교병원	서울	925	415	상급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