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8.04 07:40최종 업데이트 19.08.0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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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 증가·무의촌 해소·공보의 감소 등 시대는 변했는데 40년 된 낡은 공보의 제도는 그대로

[공중보건의사 기획②] "국민 건강과 직결된 공보의 제도 변화 필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여러 직역이 섞여 있고 법적 지위와 운용 방식 등이 복잡해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처우 개선 조치도 미뤄졌다. 공중보건의사 기획은 복잡한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이해를 돕고 현재 공보의 제도가 가진 상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또 이번 기획은 공중보건의사의 역할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안함으로써 공중보건사업을 강화하는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중보건의사 기획① "섬보의가 무엇인가요?"... 섬·교정시설·병원선·민간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사들
 공중보건의사 기획② 의사수 증가·무의촌 해소·공보의 감소 등 시대는 변했는데 40년 된 낡은 공보의 제도는 그대로​ 
공중보건의사 기획③ 미래 공보의의 역할은 근거기반 의학으로 지역 맞춤형 보건사업 주도하는 전문가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공중보건의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흘러 의료환경은 크게 변했다. 의료취약지는 줄거나 바뀌었다. 의전원으로 인한 군필자 의사 증가, 여성의사의 증가 등으로 공중보건의사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전문의 자격을 가진 공보의 수도 현저히 줄었다.

직역별로 업무 내용이 현저히 다른 공보의들은 직역 내 존재하는 문제와 한계를 인지해도 해소할 곳이 없다. 공보의제도를 책임지는 주체가 국방부, 복지부, 지자체 등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의제도와 역할은 40년 전 그대로다. 낡은 공보의제도는 맞지 않는 옷처럼 한국 사회 곳곳에서 달라진 의료환경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 공보의 제도의 문제와 원인을 짚고 공보의 역할 조정과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수 증가·무의촌 해소·공보의 감소 등 시대는 변했지만 낡은 제도는 그대로

공중보건의제도는 의사가 없는 농어촌 지역인 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9년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실시됐다. 이에 따라 공중보건의사들은 전국의 의료취약지에 배치돼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의료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전체 의사 수 증가와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의료접근성은 높아져 무의촌 등 의료취약지는 줄었다. 또 의학전문대학원 및 여성 의사 증가로 공중보건의사의 숫자도 감소 추세다. 공중보건의제도는 시대 변화에 따라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낡은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공보의 제도가 도입될 당시 우리나라 전체 의사 수는 2만799명이었다. 현재 10만2471명(2018년 기준)으로 약 5배가 늘었다. 전체 의사 인력이 증가하면서 의사가 없는 무의촌 지역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공보의가 주로 배치되는 보건(지)소의 1km 이내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는 경우는 52.8%에 달했다. 보건(지)소의 5km 이내에  의원이 있는 경우는 무려 72.8%에 달했다. 과거에는 전체 의사 수가 적어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공보의 제도가 도입된 1979년과 달리 현재는 전국 각지를 잇는 도로망이 크게 확대됐고 KTX 개통 등으로 교통수단이 발달했다. 지역에서 수도권 의료기관까지 오가는 사례도 증가하는 등 의료접근성은 크게 향상됐다.

공중보건의사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의과·치의과·한의과 모두 합해 2019년 5월 기준으로 공중보건의사 수는 3554명(의사는 1971명)이다. 공중보건의사는 연도 말 기준으로 2012년 4046명(의사 2528명), 2013년 3876명(의사 2411명), 2014년 3793명(의사 2379명), 2015년 3626명(의사 2239명), 2016년 3488명(의사 2090명), 2017년 3612명(의사 2116명), 2018년 3547명(의사 2008명)명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공보의 감소 현상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군필자 의사 증가와 여성 의사 수의 증가 등 환경 변화로 인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전체 의사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일정 군의관 수를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처럼 의료 환경과 의료 자원의 상황이 공중보건의제도를 도입하던 40년 전과 현저히 달라졌지만 공보의제도는 여전히 무의촌 해소를 목적을 가지고 단순히 의료 인력을 분산 배치하고 있다.

대공협 조중현 회장은 "오래된 제도로 인해 더 이상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에 공중보건의를 배치하고 진료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민간의료기관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막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전체 공보의 숫자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중보건의사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민간병원 수익창출·민간의료기관 진입 방해 등 부작용 발생

의료 환경은 변했는데 옛 제도를 고수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40년된 공보의 제도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민간병원 응급실에 배치된 공보의들이 병원 수익창출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 의료취약지 아닌 곳에서 민간 의료기관 진입을 방해하는 사례 등이다.

의료취약지의 민간병원 응급실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했던 A씨는 "민간병원 공중보건의사 배치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민간병원이 응급의료 인력으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를 병원의 수익 창출 도구로 이용한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A씨는 "응급의료 인력으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에게 병원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미용 등 다른 진료 업무를 보게 하는 등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하지만 민간병원에 배치된 공보의들이 병원장과 개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공보의제도가 처음 도입된 시절과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의료취약지가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예를 들어, 응급실이 민간병원 한 곳 밖에 없던 지역에 새로운 종합병원이 5분 거리에 들어서 또 다른 응급실이 생기면 그곳은 더 이상 응급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가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공보의 배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며 "공보의 배치 검토 등을 통해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공보의를 지역 할당제로만 배치해왔기 때문에 민간병원에 배치만 되면 끝이다. 공보의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민간병원 감독도 소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백을 틈타 민간병원들은 공보의들에게 응급의료 업무가 아닌 병원 수익 창출에 기여하는 다른 업무를 하도록 종용한다"며 "공보의들은 3년 군복무를 대신하는 신분의 특성으로 인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재배치 받기 쉽지 않다. 이를 악용하는 병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시대와 맞지 않는 의료취약지 선정과 공보의 배치가 오히려 지역사회에 새로 문을 연 민간 의료기관를 쫓아내는 사례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지역의 한 보건지소에서 근무했던 공중보건의사 B씨는 "버스를 타고 5~10분 정도 가면 의원이 있는 농촌 지역에 있는 보건지소 원외 지소에서 근무를 했다"며 "보건지소 원외 지소는 의료취약지로 분류된 곳을 의약분업의 예외 지역으로 허락해 보건지소에서 직접 약을 준다"고 설명했다.

B씨는 "그곳에서 근무하던 동안에 보건지소 근처에 의원이 문을 열었다. 보건지소를 찾는 환자분들에게 '몇 달 뒤부터는 보건지소에서 약을 드리지 못한다. 약국에서 약을 사야한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의원이 문을 연지 한 달만에 폐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보니 주민들이 의원에 가서 '당신이 여기서 자리 잡으려면 보건지소가 무료로 약을 주는 것 이상의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개원한 의사 선생님에게 압박을 줬다"며 "마치 내가 내쫓은 것 같아 너무 죄송하고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지소와 민간 의원이 경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역사회를 위해서라도 지역에 오래 살면서 환자들 돌보는 의사가 2~3년 배치 기간 동안 머무는 공중보건의사보다 도움이 된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공중보건의사 내에서 전문의 비율이 현저히 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배치와 무리한 업무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임상경험이 거의 없는 의대 졸업자가 대다수인 공보의들에게 특정 전공과 전문의가 할 수 있는 진료를 요구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자 의료 안전성을 저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조중현 회장은 "공중보건의제도가 도입되던 처음과 많은 환경이 달라졌다. 공보의 숫자는 줄고 있고, 매해 새로 들어오는 공보의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를 발급받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일반의들이 많다. 하지만 대도시 보건소에 배치되는 공보의 인원만 줄고 있지 공보의 배치 기준이나 업무는 시대에 맞게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일반의인데도 불구하고 전문의 수준의 진료를 공보의에게 요구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의대를 졸업하고 바로 섬에 배치된 공보의에게 안과 진료를 보라고 한 사례도 있다"며 "공보의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불분명한 공보의 지위는 공보의 역할 축소하고 사각지대 만든다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시대에 뒤처지게 만들고 직역별 처우 등이 개선되지 않고 악순환 되는 사각지대를 만든 원인은 불분명한 지위와 분산된 책임 주체 때문이다. 이는 공중보건의사의 역할을 일시적으로 의료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임시 인력으로 한정시켰다.

공중보건의사는 일종의 군복무를 대체하는 의무복무의 성격으로 3년의 기한 동안 군 복무처럼 지정된 장소에서 일을 해야 한다. 공보의는 병역법에 따라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해 보건의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신분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임기제 공무원이다. 법에 따른 배치는 보건복지부가 하고 배치되는 기관에 따라 책임 주체는 상이하다. 신분은 공무원이지만 보수는 군 기준으로 지급받고 이마저도 배치된 곳에 따라 제각각이다.

병역법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란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서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공중보건의사는 해당 분야에 3년간 종사해야 하고, 그 기간을 마치는 사회복무요원의 복무를 마친 것으로 본다.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농특법)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는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게 하기 위해 병역법에 따라 공중보건의사에 편입된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로서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할 것을 명령받은 사람이다.

농특법은 공중보건의사의 신분을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임기제공무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무복무를 마친 공중보건의사의 명단은 보건복지부장관이 병무청장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조중현 회장은 "공중보건의가 근무를 하다가 부당한 일을 겪거나 위협 등 안전 문제를 문제제기 하고 싶을 때 이러한 고충이 현재는 해결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며 "공보의를 담당하는 기관이 보건복지부, 국방부, 지자체, 인사혁신처, 법무부 등 많아 혼란스럽다. 국가공무원으로서의 권리, 공보의로서 권리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문의할 때도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민간병원 공보의의 부당한 업무 계약 문제, 섬보의의 안전 및 과로 문제, 교정시설 공보의의 과다한 업무 부담 문제 등 직역별 어려움이 해소되지 못하고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공보의의 불분명한 지위가 직역별 개선 사항을 시급하게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조 회장은 "공보의 직역별 고충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일이 대다수다"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 안전성을 위해서라도 공보의 직역의 고충을 해결하는 단일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공보의의 역할을 시대 변화에 맞게 조정하고 강화해 국민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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