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Electroceutical)의 시대가 열린다.
출처 : 하이컨셉 & 하이터치 by 하이컨셉
출처 : spectrum.ieee.org
최근 디지털 헬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다양한 건강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말 다양한 미래의학과 관련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중에 프로테우스라는 눈에 띄는 기업이 있다.
가로세로 1mm 남짓의 작은 반도체 칩을 약제에 넣어서, 그 약을 실제로 먹었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기술을 가진 곳인데, 최근 이 칩을 탑재한 약제들이 FDA 승인을 받으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IT 기술이나 전자공학 기술이 약제에 접목된 것을 전자약(electroceutical)이라고 하는데, 바야흐로 전자약의 시대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자약은 개발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전기자극을 이용한 기기로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면 부정맥 치료에 이용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만들어진 195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므로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이 최근 더욱 각광받는 것은 그 사이 전자공학 기술의 발달로 훨씬 오래가는 배터리와 정교한 소형 칩들의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신경외과 의사인 케빈 트레이시가 뇌경색 환자의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 실험적으로 개발했던 CNI-1493 이라는 약제를 그 시초로 본다. 그의 팀은 전기자극을 줄 수 있는 분자를 뇌경색을 일으킨 쥐의 뇌에 삽입하여 뇌부종을 막아보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이 약제는 국소적인 부종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미주신경에 반응하여 몸 전체의 면역반응에도 관여해서 전반적인 염증반응을 줄여주었다.
이들의 연구를 토대로 2012년 보스니아에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던 류마티스 환자의 목에 전자약을 삽입하여 미주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즉각적으로 통증을 경감시켰다. 8주 후에 이 환자는 트럭 운전을 하는 등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최근에는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 있고, 정해진 일부의 신경에 대한 자극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자약의 적용대상이 천식과 같은 호흡기질환이나 당뇨병, 파킨슨병에서부터 간질까지 확대되고 있다.
심부 뇌 자극 치료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다. 우울증이나 파킨슨병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뇌에 삽입하여 그 증상을 완화하는, 일종의 삽입형 전자약의 경우에는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은 전자약을 통해 면역을 강화하여 다양한 질병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질병과 연결된 신경회로를 찾아내는데 전 세계 20개의 외부연구실의 40여명의 연구자들에게 연구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을 했고, 이렇게 찾아낸 네트워크와 지적재산권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전자약들이 탄생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자약과 관련한 연구들이 발전시키는 다양한 기초 연구들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포수준의 제어가 가능한 광유전학의 발전은 연구자들이 신경시스템의 역할을 보다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식이 가능한 다양한 재료들의 개발 및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은 각각의 신경들과 연결이 가능한 전극들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된다.
피츠버그 대학에서 개발한 로봇 팔인 헥터(Hector)의 경우 뇌에 이식한 임플란트의 신호를 받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에 성공했다. 이미 달팽이관이나 망막의 대체가 가능한 임플란트는 FDA 승인을 받아, 아직 고가이기는 하지만 일부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신경계와 면역계의 연관성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들은 이러한 전자약이 다양한 질병에 적용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실제로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동물모델에서의 좋은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완전히 다른 학문의 분야라고 생각했던 전자공학과 의학이 시간이 갈수록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전자약이라는 신조어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참고자료
Electroceuticals: swapping drugs for devices
Woman Guides Robot Arm With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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