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5.29 06:16최종 업데이트 19.05.2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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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변화 외친 ‘수가협상’...중장기 개선방안 마련할 때

SGR모형 한계점·분배에 치중된 협상방식 ‘문제’...구조·방법론적 측면에서 실질적 고민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내년도 의료계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수가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지난 5월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의약단체와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어느덧 오는 31일 3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해관계자간의 투명한 소통은 매년 수가협상이 풀어야할 과제였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9월부터 일찌감치 ‘제도발전협의체’를 운영해오며 수가협상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지난 3월 공단 출입기자협의회와의 브리핑을 통해 올해 수가협상부터 거시지표 공개, 협상절차 조기착수 등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공급자 요청자료를 적기에 제공해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수가협상 전반의 구조와 방법론적 측면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급자단체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다수의 공급자단체가 올해도 어김없이 지적한 부분은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모형’과 ‘협상방식’이다.

진료비 변동 차이를 기준으로 유형별 수가 인상률을 추계하는 SGR모형과 공급자단체가 추가재정소요분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SGR모형 관련해서는 산출결과의 실효성, 적용기준 시점 등의 문제, 수가역전 현상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또한 SGR모형 개발국가인 미국에서도 지난 2014년 기술적 결함 등의 문제로 SGR모형을 폐지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원보다 병원이 더 낮은 환산지수를 받는 수가역전 현상도 풀어야할 과제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지난 8일 수가협상 상견례를 앞두고 “과거 누적실적치가 반영되는 SGR모형으로 인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산지수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라며 “그 폭이 점차 확대돼 종별가산율을 뛰어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또한 1차협상을 마친 후, “SGR모형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다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를 바꾸려면 조금 더 일찍 작업을 하고 동의가 있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설정한 추가재정소요분 안에서 유형별로 인상률을 정하는, 일명 ‘나눠먹기식 구조’의 현행 수가협상 방식도 문제가 됐다.

임영진 대한병원협회 회장은 지난 5월 열린 건보공단과 의약단체 간 상견례에서 “병원장을 오래 하다 보니 9년동안 노사협상을 했다. ‘노’측의 협상은 무기, 파업권한이 있지만 (병원계는) 없다”라며 “올해도 같은 체제 협상이지만 앞으로 노력해 모순되는 부분, 분배가 아닌 정상적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도 1차협상을 마무리한 뒤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밴드를 정하고 중간에서 공단이 수가협상을 진행하는 현재의 구조가 합당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라며 “올해도 충실한 협상이 되려면 재정운영위원회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급자단체들은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해 환산지수 계약 전반에 대한 개선 과제, 환산지수 산출모형 개선, 연구용역 방향, 협상 진행 가이드라인 등을 모색했지만 당장 올해 협상부터 반영되지 않는 부분도 많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수가협상’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현재의 수가협상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제도발전협의체’로 시작된 변화의 바람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제도발전협의체’를 통한 변화의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장기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해본다.

첫째, 우선 올해부터 적용된 협상절차 조기착수, 공급자 요청 자료 적기 제공 등의 단기적 방안에 대해 공급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투명성 있는 수가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방인인 만큼, 장점과 보완해야 할 면이 공존할 수 있다. 공급자단체와의 대화를 통해 장점은 더욱 확장하고 미흡한 면은 보완해 다음 수가협상 때는 보다 발전적인 형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협상절차 조기착수, 공급자 요청 자료 적기 제공 등의 단기적 개선방안이 올해부터 적용됐다면 이제는 현행 수가협상의 틀을 결정하는 구조적 측면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논란이 있었던 ‘SGR모형’에 대해서는 제도발전협의체,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공급자단체의 지적에 착안해 건설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풍부한 대화와 논의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앞서 건보공단 측은 환산지수뿐만 아니라 상대가치점수, 종별 가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장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연구용역 계획을 밝혔다.
 
향후 연구결과가 도출된 후, 의료계 등 전문가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SGR모형의 한계점을 극복한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수가협상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한다. 매년 공급자단체가 지적해왔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추가재정소요분을 정하고 유형별 인상률을 결정하는 흐름에도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보다 건강한 협상을 위해서는 ‘분배’라는 개념에 치우치기 보다는 정상적인 ‘협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앞서 제안한 세 가지 방안은 모두 ‘소통’을 바탕으로 한다. ‘제도발전협의체’라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수가협상이 투명성, 상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환산지수 # 요양급여비용 계약 # 수가협상 # SGR모형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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