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소유권 이전 '금지'·핵심 기술은 '제한'…"제품 라이선스보다 플랫폼 매각 영향 클 것"
사진=한국바이오협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중국 상무부가 항체, 저분자 표적치료제, 소핵산(siRNA) 치료제, 세포·유전자치료 등 4개 첨단 바이오기술을 수출 규제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관련 정책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며, 해외 라이선스 전반보다 기술·공정 플랫폼의 소유권 이전 등을 겨냥한 규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경제지 21세기 비즈니스 헤럴드는 최근 중국 상무부가 일부 제약사와 만나 첨단 바이오기술 4종을 '중국 수출 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시점은 중국 혁신 신약 사업개발(BD) 거래 규모가 2026년 1분기 6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과 맞물렸다. PharmaCube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국 내 관련 거래는 선급액 36억달러, 98건, 총 거래액 614억달러를 기록해 2024년 중국 전체 신약 BD 거래 총액 590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시장에 공개된 추가 수출규제 대상 목록(안)에 따르면 새 규제안은 ▲항체 기술 ▲저분자 표적 치료제 기술 ▲소핵산 치료제 기술 ▲세포 및 유전자 치료 기술 등 4대 첨단 분야를 포괄하며, 금지와 제한 범주로 나뉜다.
금지 기술의 핵심 통제 항목은 '독점 기술 및 공정 플랫폼의 소유권 이전'과 '신규 표적 발굴 및 선도 화합물 스크리닝 같은 핵심 기술의 소유권 이전'이다. 목록(안)은 기술·공정 플랫폼을 재사용 가능하고 표준화된 기반 기술 체계로 정의하며, 단일 약물 개발 기술과 달리 여러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현재 공개된 초안상으로는 '플랫폼 매각' 방식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중특이항체 기술 플랫폼 전체를 다국적 제약사에 넘기고 중국 내 관련 연구개발을 중단하는 경우에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특정 파이프라인만 해외에 라이선스 아웃하고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중국 내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을 이어가는 경우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협회는 제품 라이선스에 기반한 해외 라이선스 모델은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문제는 거래 구조의 불확실성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무부가 일부 제약사와의 회의에서 BD 라이선스 관리 정책이 곧 도입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는 협상 당사자 간 조건 합의만으로 완료되던 BD 거래에 추가적인 '상무부 승인' 절차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조치가 초기 바이오벤처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D 계약금에 의존하는 초기 단계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승인 지연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소규모 바이오기업에게는 분명히 악재다. 다국적 기업이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할 때 추가적인 보고 및 승인 절차가 생기면 거래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BD 계약금에 의존하는 초기 단계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어떤 단계에서든 지연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플랫폼 소유권 이전에 국가 심사가 개입하면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상에서 중국 기업이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명분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중국 혁신 의약품의 밸류에이션 하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승인 불확실성 탓에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이미 협상력이 약한 중소 바이오기업에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실제로 중국 제약업계는 규제 강화 가능성에 맞춰 해외 진출 구조를 바꾸고 있다. 협회는 최근 헝루이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공동개발·공동상업화(Co-Co) 모델, 신규 회사 설립(NewCo) 모델 등을 언급하며 더 정교하고 규정을 준수하는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헝루이와 BMS는 종양학, 혈액학, 면역학 분야 초기 단계 프로젝트 13건을 공동 개발하는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잠재적 거래 가치는 최대 152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대형 플랫폼 거래 사례도 이미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CSPC 제약그룹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최대 185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CSPC의 월간 투여 지속 방출 기술과 AI 기반 펩타이드 발굴 플랫폼을 활용해 총 8개의 체중 관리 프로젝트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SPC는 계약금 12억달러와 연구개발비, 마일스톤,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