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12 23:28최종 업데이트 18.12.1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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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재활로봇의 역할, 신체 기능을 대신하거나 회복시키거나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신용일 교수, '2018 재활로봇중개연구 심포지엄' 기조연설

사진: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신용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재활로봇은 신체 기능을 대체하는 역할을 할까, 아니면 신체 기능을 회복하는 역할을 할까.

양산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신용일 교수는 12일 국립재활원이 주최한 '2018 재활로봇중개연구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기조연설을 했다.

신 교수는 "재활 치료는 두 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체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복원하는 방법이다. 전략적 치료를 할 때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둘 다 선택할 수 있다"며 "이 두 가지는 모든 재활에서 기본되는 근간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재활로봇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재활로봇을 대체재로 쓸 것인지 기능을 복원하는데 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원력을 가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몸을 그대로 내버려둬도 뇌는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있다"며 "여기에 훈련을 하거나 약물을 적적하게 이용하면 뇌 안의 신경이 활성화 되면서 기능을 얻게된다. 이 과정이 가소성(plasticity)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에서 중요한 세 가지를 반복, 목적을 가진 정확한 행동, 치료 강도 등으로 꼽았다. 신 교수는 재활로봇을 통한 효과적인 재활치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망가진 뇌가 하루에 몇 번 반복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기능을 회복하는지 우선 살펴봐야 한다"며 "치료사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대상으로 보행훈련 하는 것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훈련당 치료시간이 36분 걸렸다.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내디딜 수 있는 걸음은 292 발자국이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쥐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는 400번, 원숭이 실험에서는 600번 이상 매일 반복적인 훈련을 정확하게 해야 재활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람은 하루에 500번 이상 재활훈련을 반복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훈련이 누적되면 학습이 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하지만 치료사 두 명이 한 환자에게 붙어도 하루에 500번 이상 보행 훈련을 하기 어렵다"며 "재활로봇은 그런 면에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사람은 하지 못해도 로봇은 1000~1500번의 보행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의사 관점에서 재활로봇을 연구하는 공학자와 개발하는 업체를 위한 조언도 나왔다.

신 교수는 "재활로봇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분들에게 반복, 목적을 가진 정확한 행동, 치료 강도 등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첨단 로봇일수록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임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국립재활원에서 워크봇(Walkbot) 로봇을 가지고 관련 논문 5편을 썼다. 보행 훈련에 분명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에는 환자들이 재활로봇을 사용 하면서 능동적으로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다. 이는 재활로봇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환자 스스로 능동적으로 하려고 할 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을 만드는 분들은 이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아직 무작위대조군연구에서 근거(evidence)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가소성 측면에서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아직 고민을 더 해야 한다. 워크봇(Walkbot), 엑소워크(Exowalk) 등 재활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목적지향적 훈련인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비용 대비 효율 문제도 크다. 곧 건강보험 수가로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아직 수가화 되지 않았다"며 "아무리 재활로봇을 잘 만든다고 해도 병원에서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재활로봇 생태계가 조성되는 지금 이 시점에 재활로봇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재활로봇의 역할은 기능을 대체하는 것일까 기능을 회복하는 것일까. 마비환자가 로봇을 타고 가면 대체하는 역할이 된다. 로봇이 신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을 도우면 대체하는 역할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시점이 왔다. 우리가 아는 돌봄로봇은 대체하는 역할이다. 그러면 재활로봇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까. 임상가 입장에서 바라보는 로봇의 미래는 이런 고민 끝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쓰지 못하는 기능을 대체하는 로봇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환자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로봇이 만들어야 하는지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며 "앞으로 이 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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