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혈증 사망률 서구 선진국 대비 1.5~2배...1시간 이내 묶음 치료 수행률은 10% 불과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다른 나라 대비 높은 국내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1시간 이내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채만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질병관리청에 제출한 ‘국내 패혈증 환자 관리 개선을 위한 심층 조사’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패혈증은 사망률이 약 40%에 달하는 질환으로 전세계적으로 매년 6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지난 2017년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는 패혈증을 전세계 최우선 보건 과제로 선정하는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500명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18~60세)가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패혈증 사망률은 35~50% 수준으로 서구 선진국의1.5~2배에 달한다.
패혈증은 조기 진단과 표준화된 묶음치료료 사망률을 낮출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위한 패혈증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패혈증 묶음 치료 1시간 이내 시작" 가이드라인 도출...낮은 수행률은 패혈증 인지 부족 탓
실제 전국 19개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이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이 패혈증 사망을 줄이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으며 1시간, 3시간, 6시간 이내 수행률 모두 예후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지난 2017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실린 뉴욕주의 패혈증 관리 분석 연구에서 묶음 치료가 3시간보다 빠르게 시작돼 완료될수록 환자의 예후가 호전된다는 결과와 상통한다.
미국 중환자의학회도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지난 2018년 지침을 통해 패혈증 환재에게 1시간 이내에 5가지의 묶음 치료(lactate 측정, 혈액배양, 광범위 항생제, 정주 수액 치료, 필요 시 승압제)를 시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임 교수 연구팀도 이번 연구 결과에 근거해 패혈증 및 패혈성 쇼크가 의심되는 경우, 1시간 이내에 패혈증 묶음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고하는 패혈증 관리 가이드라인을 합의∙도출했다.
문제는 이번 연구 결과 국내 패혈증 환자의 1시간 이내 묶음 치료 수행률은 전반적으로 10%를 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수행률 저하의 주요 원인은 패혈증 관련 교육부족으로 인한 패혈증과 묶음치료 수행 중요성에 대한 인지 부족이었다.
또한, 응급실이나 병실에 자주 쓰는 항생제가 구비돼 있지 않아 항생제를 처방한 후 약국에서 약을 타오는 데 소요되는 시간으로 인해 1시간 이내에 항생제를 투여하고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을 완료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설문조사는 소수의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1시간 이내 묶음치료 수행이 어려운 구조적 원인에 대한 전국적 실태조사를 시행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진 홍보와 교육을 통해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률을 점진적으로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동화 패혈증 발생 감시 시스템∙의료기관 내 신속대응 시스템 구축 중요
연구팀은 자동화된 패혈증 발생 감시 시스템과 의료기관 내 신속대응시스템 구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전자의무기록에서 추출 가능한 변수들을 조합한 패혈증의 발생을 모니터링하는 ‘성인패혈증사건(ASE)’ 정의와 이에 기반한 자동화된 패혈증 역학 조사 및 감시체계를 제안했는데 임채만 교수 연구팀은 이를 참고해 국내의료기관에 적용∙검증하는 파일럿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민감도 80.1%, 특이도 97.9%, 양성예측도 49%, 음성예측도 99.5%, 정확도 97.5%의 우수한 결과를 냈다”며 “향후 국내 의료기관에서도 전자의무기록 기반의 자동화된 패혈증 감시체계를 활용해 패혈증의 발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양질의 패혈증 역학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병원 발생 패혈증의 감시 및 치료를 위해 신속대응팀 확대 운영도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묶음치료 수행률은 의료기관 내에 신속대응팀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1등급 의료기관에서 가장 높았다.
특히 병원 발생 패혈증은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에 비해 중환자실 입실이 더 많았으며, 중환자실 입실 후에도 고비용의료자원 이용빈도와 사망률이 더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높은 중증도의 병원 발생 패혈증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고위험 환자 발생을 전문적으로 감시하고 중재하는 중환자 전문 인력 기반의 신속대응팀 확대 운영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끝으로 “우리나라 패혈증 진료 현실에 맞는 진료 표준화의 핵심 요소는 궁극적으로 자동화된 패혈증 발생 감시 시스템 구축, 병원별 패혈증 묶음 치료의 1시간 이내 수행률 감시, 의료기관 내 신속대응시스템의 구축 활성화”라며 “지역사회 발생 패혈증과 병원 발생 패혈증 각각에 대한 진료 표준화는 이런 감시 시스템 구축과 함께 패혈증 묶음 치료 수행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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