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23 13:14최종 업데이트 21.06.2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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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교차접종 시작…“과학적 근거 부족” 전문가‧의료계 지적 여전

중화항체 7배 늘어‧이상반응 증가 연구까지…“백신 수급 상황 고려하지 않은 정부 책임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물량 부족으로 인해 사전예약이 취소된 이들에 대한 교차접종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교차접종을 두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의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정부가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다가 물량이 부족해지니 이제와서 교차접종으로 위기를 모면한다고 비판한다.
 
7월 5일부터 AZ-화이자 교차접종 시작…국내 임상연구도 진행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정은경 단장은 21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6월 접종 예정이었던 60~74세 고령자와 만성 중증 호흡기질환자 중 사전예약을 하고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20만명을 7월 5일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교차접종이 필요한 AZ 백신 접종자는 4월에 1차 접종을 끝낸 76만여명으로 30세 이상 방문 돌봄 종사자와 의원과 약국 종사자, 경찰 등 사회필수인력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는 그동안 교차접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백신 수급이 불안정을 겪고 1차 접종 이후 AZ 백신에 대한 2차 접종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교차접종 여부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6월 말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었던 코백스 AZ 백신 83만5000회분은 7월 이후로 도입이 미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1차로 AZ 백신을 접종한 400~500명 가량을 대상으로 교차접종에 따른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접종자를 대상으로 교차접종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스페인-독일 등 교차접종 효과 보고…이상반응 증가 사례도
 
현재 정부의 교차접종 추진은 스페인과 독일에서 진행된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앞서 독일, 영국, 스페인, 스웨덴, 프랑스,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교차접종을 이미 시행 중이다. 이들 국가는 AZ 백신의 혈전증 부작용이 공식화되면서 발 빠르게 1차 AZ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교차접종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스페인 국영 카를로스 3세 보건연구소에서 AZ 백신을 접종한 18~59세 670여명을 대상으로 한 교차접종 연구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을 교차접종한 450명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면역 반응이 120배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중화항체도 2차 접종 후 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 라이프 에릭 잔더 교수가 진행한 교차접종자 3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교차접종이 1~2차 모두 화이자를 접종한 집단에 비해 효능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차접종으로 인해 이상반응 비율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보고된다.
 
영국 옥스퍼드대 매튜 스네이프 교수 연구팀은 830명을 대상으로 교차접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증과 중증도 사이 부작용 증상 빈도가 기존 10~21% 수준에서 3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부분의 부작용이 오한과 두통 등으로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과학적 근거 없지만 교차접종은 시행돼야…수급 조절 실패도 인정해야”
 
교차접종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우선적으로 2차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백신별 교차접종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건의를 하기도 했다. 
 
대한감염학회 유진홍 회장(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현 시점에서 교차접종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차접종은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AZ와 화이자 백신이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항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효과가 있다는 점에 좀 더 가능성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고 교차접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현재 교차 접종은 국제적인 표준이 아니며, 아직 안전성과 관련해 확실한 검증을 받지 못했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족한 백신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구소는 "백신들은 대부분 서로 기전이 상이하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가 없어 각각의 백신 제조사는 동일 백신으로의 2회 접종만을 권고한다"며 "백신들이 효과와 안전성을 승인 받을 때 그 근거 자료로 제출했던 임상 연구 결과들에도 교차 접종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2일 민초의사연합도 "동일 백신 접종이 원칙라는 점과 교차접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교차접종이 불안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민의련은 "정부 설명대로 교차접종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면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이런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했다"며 "백신 수급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판단에 따라 과도하게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2차 접종에 사용할 백신을 당겨 사용한 것이 혼란을 일으켰다. 수급 조절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전했다.
 
관련해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도 "AZ와 화이자 교차접종은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의약품청(EMA) 등 어디에서도 허가하지 않은 사항"이라며 "정부의 얘기는 솔직하지 못하다. 수급 불안정의 결과를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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