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4.06 06:43최종 업데이트 19.04.0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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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증가... 의학교육과 의료현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교육 과정부터 환자와의 소통 배우고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를 설득할 수 있는 메시지 던져야

사진: 조선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최효선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인지 모르는 실정이다. 정부 또한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의사-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국가 차원의 공감대를 만들고 연구하는 등의 노력은 따로 하고 있지 않다.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을 의학교육의 관점, 설득의 관점 등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발표가 진행 됐다.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을 위해 의학교육, 임상실습, 전공의교육에 커뮤니케이션 실습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의사가 환자를 설득하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병원협회가 5일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주최한 '제 10차 KOREA HEALTHCARE CONGRESS 2019'에서 조선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최효선 교수는 '환자중심커뮤니케이션의  '더 비기닝' : 의학교육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이철주 교수는 '설득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본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발표했다. 

"의학교육, 임상실습, 전공의교육까지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 도입"

조선대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최효선 교수는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려면 의학교육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의학교육, 임상실습, 전공의교육에 이르기까지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임상실습 모델을 통해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의예과부터 시작해서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논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지는 않고 실현되고 있지도 않다. 초기 단계다"며 "전공의 교육이나 의학교육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전공의, 팰로우 기간까지 합하면 대개 10~15년을 공부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긴 교육기간 동안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이유는 의료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100년 전 의료환경을 생각하면 병원에 가기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 감염, 외상 등 빠르게 치료하고 퇴원할 수 있는 질병이 많았다. 급성질환으로 병원에 가는 환자가 많았고 환자들은 대개 나아서 병원을 나가든지 죽어서 나가든지 병원은 끝까지 환자를 돌보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알다시피 환자의 기대수명이 높아졌고, 교육·생활 수준이 높아졌다. 암도 빈번하게 많이 발생하고 만성질환도 많다. 질병의 범위는 늘어났고 완전히 완쾌해 병원을 나가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며 "게다가 의학이 발전하면서 세분화 됐다. 환자 한 명을 여러명의 의료인들이 같이 보는 포괄적인 집중 의료 지원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학교육에서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논의 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환자중심 논문에서 사용된 단어를 분석하니 '케어'라는 말이 가장 많이 사용 됐다. 하지만 사회와 환자는 의사에게 '케어'를 넘어 '힐링'을 원한다. 질병 치료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중심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쓰인 논문은 19편 밖에 없었다. 의학교육에서는 사실상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학교육 분야에서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은 아주 초기 단계다. 다양한 연구나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렇다면 의학교육에서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의학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교육은 학습자라는 학생을 둘러싼 여러가지 층으로 이뤄져 있다. 수업, 교수, 교육자료 등 여러가지 모든 요소들이 환자중심성을 띄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 학생들은 병원에 실습을 나가면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바라만 봤다"며 "요즘 몇몇 대학에서 시도하는 교육을 소개하자면, 학생들이 임상 사례를 듣고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팀으로 활동하는 수업을 한다. 전에는 임상 지식, 기초의학 지식을 쌓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임상, 기초의학에 의료 인문학까지 통합해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몇 주 전, 홧병과 연결 되는 임상사례를 가지고 수업을 했다. 수업 내용은 부부 간에 싸움 많고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중년 여성이 쓰러져 병원 왔을때 진단하고 치료하는 계획 세우는 것이었다. 이는 학생들이 홧병을 통해 고부갈등, 부부갈등 중년 부부 겪는 심리적 상태에 대해 토론하면서 이해를 넓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는 연극배우가 실제로 와서 연극을 통해 환자를 대변하고 학생들이 표준화 환자를 면담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배우는 수업을 한다"며 "이러한 새로운 임상실습 모델을 적용할 때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환자중심 교육은 전공의교육에도 포함돼야 한다. 관점을 가지고 의학교육, 임상실습, 전공의교육에  환자중심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이철주 교수.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설득... 환자를 설득하는 메시지 던져야"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이철주 교수는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설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사-환자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은 의사가 환자에게 행동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하도록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원인을 분석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통해 환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의 연령, 사고방식, 소득 수준 등 다양한 정보를 고려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언론정보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규정하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설득이다. 설득은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일련의 행위다"며 "설득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본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건강에 좋은 행동을 장려하고, 계속하도록 하고, 건장에 좋지 않은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떤 메시지를 만들어서 환자에게 전달해야 환자가 내가 원하는 건강에 좋은 행동을 하고 나쁜 행동을 하지 않을까. 환자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할 때 의사는 그 행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또 설득하고자하는 환자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태도·사회규범·자기효능감을 바꿔야 의사가 원하는 행동으로 환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첫째, 태도에 영향을 주면서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환자에게 의사가 '유방암 검진을 받으세요. 만약 유방암이라면 초기 치료로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환자의 태도에 영향을 미쳐서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둘째, 사회적 규범을 활용해서 환자를 설득하는 방법도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득할 때 '환자와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 10명 중 8~9명은 대장암 검진을 받으세요'라고 하면 한국 사회처럼 집단 중심 사회에서는 환자들이 이를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셋째, 자기효능감은 의사가 환자에게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이 중독적인 것인지 기존에 없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 금연을 예로 들면, 환자에게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거나 가족들이 환자가 담배를 끊기를 원한다'고 하면 이것은 사회적 규범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의사가 말하면 대부분 환자들은 자신도 알지만 도저히 못끊겠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는 행동 변화인데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행동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태도 때문인지, 사회적 규범 때문인지, 자기효능감 때문인지를 구분하고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면 왜 지금 이 시점에 의사가 환자와의 소통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 자체가 변하고 있다"며 "우선 의료 시스템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으로써 환자가 보유한 지식의 양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 수준은 굉장히 높은 데다가 인터넷 등 매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도 좋다. 이 점이 가장 큰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의료 인력 및 의료 시스템에 대한 보도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드라마에서는 의사가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다든지, 강박증을 앓는다든지 기존에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며 "의사를 존경하고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과거와 달라졌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의사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환자들이 더 잘 설득 될까. 제가 어릴 때 병원에서 주사 맞을 때 들었던 말이 있다. '힘 빼세요.' 그래도 아이들은 힘 빼지 않는다. 영문을 몰라서다. '힘 빼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면 환자를 설득할 수 없다"며 "'힘 빼세요. 힘을 주면 근육이 뭉쳐요. 근육이 뭉치면 아파요'라고 말해야 한다. 어떤 메시지가 환자의 행동 변화를 일으켰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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