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15 15:09최종 업데이트 21.12.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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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공중보건 위해성 평가 등에 리얼월드데이터 활용 눈앞

최근 병원들 노력으로 의료데이터 상당 부분 표준화…식약처 5년간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180억 투입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시판 후 안전관리, 적응증 확대, 용량·용법 변경 뿐 아니라 졸겐스마 임상시험에서 리얼월드데이터·에비던스(RWD·RWE)가 대조군을 대체한 것처럼 신약의 시판허가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 같은 데이터 혁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리얼월드데이터 활용에 방해되는 관련 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5년간 180억원을 투입해 국민건강 향상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 14일 대한의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3회 규제과학 혁신포럼에서 '규제과학적 의사결정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을 주제로 이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사진 =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이사 제3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갈무리.

이날 에비드넷 조인산 대표이사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방안을 주제로, 의료기관의 진료 정보 같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를 공유하고 앞으로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조 대표는 "지난 2019년 라니티딘 원료의 발암물질(불순물) 사건 당시 환자 대부분이 6주 이내의 단기복용이어서 안전성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면서 "대형병원 4곳의 협조를 받아 위장질환 리얼월드데이터를 확보했다. 라니티딘 복용 환자(투여군)와 H2블록커투여군(대조군)의 부작용 발생을 비교한 결과 암 발생률과의 상관관계가 없었으며, 6주 이상 투여환자도 10%에 그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리얼월드데이터는 이 같은 시판 후 사후관리, 안전성 정보 추가 등은 물론 임상시험의 보완적인 역할도 가능하다. 조 대표는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에이시온이라는 민간회사와 30개의 무작위 임상시험의 대조시험을 RWD로 재현하는 시도를 했다. 지난해말 10개의 결과가 나왔는데, 이중 9개가 실제 임상시험 결과와 유사하게 나왔다"며 "임상시험 하나에만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RWD를 활용하면 제약회사는 물론, 환자, 국가도 윈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비드넷에서도 한국의 청구데이터로 파일럿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임상시험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부연하면서, RWD·RWE가 품목허가 임상시험의 대체, 보완의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조 대표는 "RWD·RWE가 신규 시판허가 고려하거나 적응증 확대나 용량·용법과 투여경로 변경, 시판 후 안전관리, 안전성 정보 추가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활용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데이터 분산과 비표준화"라며 "다행히도 지난해 정부와 병원, 기업들의 노력으로 상당수준의 표준화가 이뤄졌고, 다기관 공통데이터모델로 분산형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는 미국을 제외하고 유일한 사례"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되는데, 빅데이터 분산형 플랫폼을 활용하면 임상시험 결과는 물론 실제 임상적용과 치료·약물투여 패턴까지 비대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환자모집이 어려운 신약개발 회사들도 분산형 플랫폼을 통해 어느 병원에 필요한 환자가 몇명 있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모집 기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면서 "국민건강 증진, 특히 공중보건학적으로 신속을 요하는 위해성 평가 등을 위해 실사용데이터의 활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노력이 아닌 오픈 콜라보, 오픈이노베이션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약 중 희귀질환 적응증 80% 이상…임상시험 비윤리 문제 대체·보완 가능
 
사진 = 한국얀센 민향원 전무 제3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갈무리.

한국얀센 민향원 전무도 졸겐스마 등 바이오헬스 빅데이터를 임상시험 디자인 설정에 활용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기업의 접근성 확대와 규제기관의 법적 근거·기준·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민 전무는 "RW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단순히 비용절감 측면 뿐 아니라 특히 최근 신약의 87%를 차지하는 희귀질환 신약개발에 있어 대조군이 없거나 대조군 활용이 비윤리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유럽에서 최근 허가받은 신약 43%가 RWD도 함께 제출했고, 이중 5개 케이스는 RWE로만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졸겐스마는 척수성근위축증이라는 극희귀질환치료제인데, 대조약물이 없어 실사용데이터 스터티를 통해 비교군을 활용했다. 유방암 치료제 팔보시 클립(Palbociclib·상표명 Ibrance)은 유방암치료제인데 남성유방암환자가 적어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가 임상현장에서 쌓인 RWD를 바탕으로 안전성·효능을 입증받고 적응증이 확대됐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역시 공중보건위기 대응을 위해 전통적인 3상임상을 하지 않았고 중간결과로만 허가를 받고 사용 중이다. 이에 따라 실제 임상현장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팔로업해야 하는데, RWD를 통해 혈전과 심낭염, 심근염 등을 빠르게 파악하는 등 실시간 안전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왔듯이, 허가에서 가장 중요한 근거가 RCT에서 RWE로 넘어가게 될 것이며, 규제과학 결정의 틀도 바뀔 것"이라며 "다만 기업입장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접근성 제한을 개선하고, 정부는 허가근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분석방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 전무는 "누구 한 명의 노력으로 RWD, RWE의 활용이 가능해지지 않는다. 산관학의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신뢰성 있는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며, 규제당국의 유연성이 확대되고 데이터 역량향상 프로그램과 전문인력 양성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약처 180억 투입해 빅데이터 4가지 혁신전략 시행…RWD 활용 방해 요소 있다면 법 개정 추진

식약처도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혁신전략을 수립·추진한다.
 
사진 = 식약처 빅데이터정책분석팀 박선영 과장 제3회 규제과학 혁신포럼 갈무리.

식약처 빅데이터정책분석팀 박선영 과장은 "내년부터 5년간 4가지 전략을 시행한다. 우선 ▲수요자 중심 데이터를 생산하기로 했다. 일환으로 특별 사유 없는 한 생산, 수집 데이터를 개방·공유하고, 제품 생애주기 DB와 같은 활용 가치가 높은 빅데이터를 기획·생산할 예정"이라며 "정기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전방위 데이터를 발굴하고, 핵심데이터를 선제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수집부터 제공까지 생애주기별 품질관리를 실시할 방침이다. 사전검토제를 도입하고 업무별 데이터 관리 가이드라인 제공하는 한편 식의약 데이터 국가표준을 구축하겠다"면서 "▲보건의료 빅데이터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타기관과 데이터를 상호연계한다. 이미 심평원, 건보공단 등과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이며, 이를 통해 약가정책 의사결정 등 다양한 정책·제도 마련에 있어 유용한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대하고 인프라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같은 4가지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추진, 내년부터 5년간 180억원 투입한다. 

현재 내년 예산 42억원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기초DB구축, 국민건강서비스 제공, 연구지원 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박 과장은 "약사법, 의료기기법, 식품위생법 등 관련법령 전면적으로 개정해 리얼월드 데이터 활용에 방해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실제 업무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분석센터도 설치할 계획이다. 데이터 협의체 구축하고 내부 역량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것"이라며 "이 같은 데이터 혁신 전략으로 국민의 알권리·안심, 맞춤형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실현하고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 연구자들은 바이오헬스 연구를 고도화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업무 효율화와 규제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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