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노동조합(이하 건보노조)이 심평원과의 기능 조정을 통해 공단의 보험자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김광수·윤소하 의원과 건보노조,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토론회를 개최하고, 건보공단의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건보노조 황병래 위원장은 "건강보험법은 건보공단을 보험자로, 심평원을 심사와 평가의 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두 기관은 건강보험 통합 이후 17년 동안 기능과 역할이 왜곡됐다"면서 "공단과 심평원으로 이원화된 보장성 관련 정책은 효율적인 보장성 확대와 재정 관리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황병래 위원장은 "건강보험 재정은 보험료 부과 징수, 국고 지원 등의 수입뿐 아니라 재정누수 방지, 정확한 지출 관리, 급여·비급여 관리 등을 통해 지출구조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면서 "여기서 건보공단이 올바른 보험자역할을 정립해야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건보노조는 국민이 납부한 보험재정을 구매·청구부터 심사·사후관리까지 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공단의 책임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면서 "심평원이 결정한 급여비 지급 요구에 ATM기기처럼 자금집행만 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민주노총 제갈현숙 정책연구원장도 공단의 축소된 권한을 언급하며, 가입자 입장을 대변해 정부와 싸울 수 있는 역할로 부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갈현숙 원장은 "국민들은 공단을 보험료 걷어가는 곳으로만 인지할 정도로 권한이 너무 없다"면서 "보험자인 공단은 가입자인 국민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의 정책을 집행하고 재정의 수입과 지출 구조 전반에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갈 원장은 "보장성 강화와 연계된 급여와 관련된 주요 결정을 현재 심평원이 주로 하고 있지만 사실 보험자인 공단이 하는 것이 맞다"면서 "정부는 거시적인 정책계획을 세우고, 공단이 그 계획을 구체화해 가입자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며, 심평원은 요양급여 비용 심사와 평가에 집중하는 역할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도 "보험료, 가격, 급여결정 권한 등을 건보공단으로 이관해 보험자 독립성을 확보하고, 가입자를 대리하는 보건의료 구매자 역할로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복지부는 건보공단과 심평원 기능역할에 대해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송병일 서기관은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건강보험법에 따라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업무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지부가 노력하겠다"면서 "상호 정보교류 등을 최대한 활용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건보공단의 역할 재정립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공단이 그동안 얼마나 국민들을 대변해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국민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패널로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지난 정부 때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로 인해 암, 뇌혈관, 심혈관 등 일부 질환의 보장성은 올라갔지만 소아, 심장수술 등 상대적으로 보장성이 낮은 것도 있어 해당 환자들을 위한 유연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 이사는 "현재 건강보험 거버넌스 구조 자체가 심각하게 정부주도형으로 치우쳐 있어 의료정책을 포함한 모든 건강보험정책을 정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면서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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