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3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10%대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소청과의 위기 앞에 학회와 의사회 모두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이미 예견됐다는 반응과 동시에 현재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야간 소아응급 진료 및 소아 중환자 진료 등에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메디게이트뉴스가 2023년도 전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을 보유한 수련병원 55곳을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총정원 180명에 33명이 지원해 충원율 18%로 나타났다. 수련병원 55곳 중 44개 병원에는 소아청소년과 지원자가 0명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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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다른 병원은 몰라도 빅5로 불리는 5개 병원에서도 소청과 미달은 물론 지원자가 '0'명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빅5 병원 중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운 곳은 8명 정원에 10명이 지원한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했다. 서울대병원은 정원 14명에 지원자 10명으로 충원율이 70%였고, 삼성서울병원은 지원자 6명에 지원자 3명으로 충원율이 50%였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정원 13명에 지원자 1명으로 10%, 세브란스병원은 정원 11명에 지원자가 0명으로 나타나 단 한 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서울권 수련병원에도 지원자 0명 행렬 속에 강북삼성병원은 2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해 전공의를 충원했고, 한양대병원이 3명 모집에 1명이 지원, 순천향대서울병원이 2명 모집에 1명 지원, 고대구로병원이 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방 수련병원 중에는 5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한 아주대병원, 4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한 전북대병원, 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한 충북대병원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병원의 전공의 지원자가 0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충격적 결과에 대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경희대병원 교수)은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지난해 27% 수준이었던 전공의 충원율이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굴지 대형병원들도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전했다.
나 회장은 이처럼 전공의 지원율이 곤두박질 치는 원인에 대해 강도 높은 소청과 전공의의 업무 강도와 근무환경,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 불투명성, 의료 분쟁에 대한 부담 등을 꼽았다.
나 회장은 "소아과는 필수의료로 중증질환을 많이 다룬다. 특히 3차 상급종합병원의 경우에는 신생아 중환자실도 있고, 소아 중환자실도 있다. 또 대부분 수련병원에서 응급실 야간진료를 하기 때문에 전공의의 업무 강도가 타과에 비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아과는 환자 특성상 환자 보호자까지 상대해야 한다. 보호자의 치료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부담도 크고, 보호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나 회장은 "다른 필수의료과와 마찬가지로 환자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형사 소송으로 인한 부담 등 진료 위험도 크다. 저수가와 출산율 저하로 향후 병원 개원을 생각할 때 미래가 보이지 않다보니 전공의 지원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 추세가 소아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 회장은 "대학병원 소청과 전공의들은 응급실 진료를 감당하는 역할을 하는데, 전공의가 줄어들면 이러한 진료시스템이 헛돌거나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많은 곳이 이미 야간에 소청과 의사가 근무하는 곳이 거의 없다. 3교대를 위해 필요한 인원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안되다 보니 논의조차 못하는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2~3년 계속해서 지원율이 떨어지게 되면 소청과 진료 시스템이 붕괴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복지부에 지속적으로 소청과의 위기 상황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나 회장은 "단순히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해 병원 운영이 어려운 것이 문제가 아니다. 소청과 진료 시스템 붕괴로 소청과 진료가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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