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31 09:49최종 업데이트 21.12.3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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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떳떳한 의사가 되고싶다"는 전공의들, 지나친 바람일까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전문의 시험 면제 언급...전공의들 근로자 아닌 피교육자라는 사실 잊지말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의료기관들에 여러가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전공의들은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한 수련교육 부실 문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전공의 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10명 중 8명가량이 코로나19 진료 투입으로 수련에 차질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립대병원장들이 국회를 찾아 코로나 중환자 진료에 필요한 전공의 고연차들에 대한 전문의 시험 면제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대전협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가 대한내과학회에 전문의 시험 면제 의향을 타진한 일이 있었단 사실이었습니다. 내과학회는 복지부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복지부는 지난해에도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전공의들을 투입하기 위해 전문의 시험 면제를 추진했습니다. 당시에도 대한의학회와 대전협이 반대했고, 결국 시험 면제는 무위로 돌아갔었습니다.

불과 1년여 전 거센 반대에 막혀 철회됐던 전문의 시험 면제 카드를 다시 꺼내든 복지부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시험을 면제해주겠다는 달콤(?)해보이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전공의들의 모습도 새삼 인상 깊었습니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전문의 시험 면제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했고, 서연주 수련이사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공의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지부의 계획대로 지난해와 올해 전문의 시험 면제가 이뤄졌다면 2년 연속 전문의 시험이 면제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전문의 시험 면제가 매년 있는 연례행사처럼 돼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알다시피 의사는 그 어느 직업보다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문의 시험 합격률은 통상 90%를 상회합니다. 이 때문에 면제를 더 쉽게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전문의로서 최소한의 소양을 갖춘 의사에게 진료를 맡기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전공의들의 단호한 ‘거절’이 더욱 고맙고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전문의 시험 면제 주장이 나오는 기저에는 결국 전공의를 단순히 값싼 인력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공의는 환자를 진료해야 할 의사이지만 동시에 수련교육을 받아야할 피교육자임에도 말입니다.

전공의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도 과도한 업무에 허덕여왔습니다. 전공의법으로 제한된 주 80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일이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병원들은 부족한 전문의 인력을 채우는 대신 전공의들을 굴리는 방식으로 또는 PA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땜질 처방을 해왔습니다.

'값싼 인력'인 전공의들에게 교육은 뒷전이었습니다. 지난 11월에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신촌세브란스병원 이현도 전공의가 “외과가 3년제로 전환되고 주 80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예전처럼 어깨 너머로 배우는 것으로 한계가 있다”며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 마련에 더 관심을 가져다달라”고 일침을 날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가적 비상사태라는 점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가 2년여간 이어지며 수련교육 부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공의들이 지난 수년간 배운 지식을 검증할 소중한 기회마저 앗아가려는 것은 전공의 개인에게는 물론 국민건강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전공의들은 양질의 교육에 목말라 있고, 떳떳하게 시험을 치뤄 전문의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들의 바람은 너무 지나친 것일까요.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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