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사들 "신생아 뇌성마비, 의료진 과실로 6억 배상 판결…집에서 분만하는 시대 올 것"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 현행 3000만원에서 10억원 상향…의료기관 영업방해 근절하고 수가 정상화 필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4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에서 의료진 과실로 6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한 것과 관련해 "전공의 기피 현상이 더 심화돼 앞으로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져 각자 가정에서나 분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경미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6억 원이 넘는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4일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사건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매우 넓게 해석한 사례다. 의료계는 이런 판결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경미하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배상액을 산정했다. 이는 의료사고의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에도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판결은 기존의 민사적 책임, 형사 처벌, 의사 면허 취소 등 '3중징벌'에 더해지는 과도한 부담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로 인해 이미 힘든 상황에 놓인 산부인과 의료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정원 미달 현상이 심화되고, 전문의 취득 후에도 분만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구속 판결이 이어지면서 분만 의료기관이 급격히 줄어들고, 결국 자연 분만은 가정에서나 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해결 대안으로 ▲사법 리스크 제거 ▲의료기관 영업방해 행위 근절을 위한 입법 제정 ▲정부의 현실적 제도 지원 등을 꼽았다.
의사회는 "분만 인프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과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설치 의무화도 필요하다"며 "무과실 분만사고 보상금을 현행 3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하고 분만 의료과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법 리스크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사회는 "법적 소송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 허위 정보 유포, 1인 시위, 병원 난동 등으로 인해 병원이 폐업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의료기관의 피해를 넘어, 국가적 분만 인프라를 붕괴시키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의 수가 체계와 규제 환경으로는 지역 분만실의 지속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가 이하의 수가, 과도한 규제, 분만 관련 상급병실 문제 등은 개선되지 않는 한 분만 인프라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