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4일 최근 방송을 통해 알려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하고 숨지게 한 비극적 사건과 관련, 피의자에 대한 엄정 수사 및 최고수준의 처벌은 물론, 반복된 신고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분된 것에 대한 책임자 문책 및 경찰청장 사퇴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아이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으로,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이 절단될 정도였다. 사망을 선언한 의료진에 의해 신고된 양부모들은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와 방임 혐의로 경찰에 송치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 하루 전 어린이집 CCTV에 잡힌 피해 아동의 모습은 비참했다. 생기 없는 모습으로 쭈그려 앉아 있는 아이를 선생님이 일으켜 세웠지만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이때 이미 폭행으로 인해 장이 파열돼 복막염이 진행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의협은 "인간이 한 짓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잔인한 폭력이 부모와 주변의 사랑만 받기에도 부족한 앳된 어린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어른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새해 벽두를 맞이하는 모두의 마음이 무겁고 죄스럽다"라며 "가슴을 짓누르는 공분이 양부모, 두 짐승만도 못한 인간을 비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건의 과정을 복기하고 어느 부분,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 제도를 정비하고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협은 "무엇보다도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으로 경찰에 신고가 됐음에도 매번 혐의 없음으로 처리해 아이를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당국의 실책에 대해서는 양천경찰서의 담당자뿐만 아니라 경찰서장은 물론, 경찰청장까지 무겁게 책임져야 마땅하다"고 했다.
의협은 "경찰당국은 양부모의 지인, 어린이집 교사, 소아과 의사 등이 연이어 아동학대 의혹을 제기하는 동안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기회를 세 차례나 내팽개쳤다. 생후 16개월 아이의 뼈에 금이 가고 전신이 멍으로 얼룩지는 동안에도 아이를 양부모와 분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경찰당국이 나태함이나 직무유기를 넘어 아동학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갖추지 못한 불감증 상태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난해 경찰은 진료중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한 의사의 신분을 부모에게 그대로 노출해 신고자가 수차례 협박을 당하게 만드는 황당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학대를 당하는 아동이 직접 신고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아동학대 적발은 주변인의 적극적인 의심과 신고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받아 조사를 하는 주체인 경찰당국이 이처럼 '영혼 없는' 정신상태라면 앞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이 조용히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 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최고수준의 처벌과 함께, 반복된 신고가 무혐의 처분된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책임자의 문책과 경찰청장 사퇴를 포함한 경찰당국의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한다"라며 "의협 역시 아동학대 관련 대응 및 신고 요령을 포함한 대회원 교육과 홍보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하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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