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12 12:13최종 업데이트 24.06.1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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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교수들,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교수 투표 결과 찬성 72.2%…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 제외 외래 및 수술 중단

세브란스병원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6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12일 밝혔다.
 
휴진 범위는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을 제외한 모든 외래진료 및 비응급 수술이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를 기반으로 이같이 결의했다.
 
설문에 참여한 735명 교수 중 무기한 휴진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2.2%(531)로, 반대 의견 27.8%(204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기한 휴진이 결정될 경우 비대위의 실행 방안을 지지하고 동참할 것이냐는 문항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응답이 61%(448명), 실행방안 사안별로 결정하겠단 응답이 29.8%(219명),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9.2%(68명)로 비대위에 대한 지지 의견이 높았다.
 
이에 연세의대 비대위는 “연세의대 및 그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오는 6월 27일부터 정부가 현 의료 및 의대교육 사태를 해결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때까지 무기한 휴진 시행을 결의한다”고 했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무기한 휴진을 결의한 이유를 설명하며 정부가 각종 명령 '철회'와 휴학 승인 금지 등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덫'을 놨다고 비판했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정부는 먼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뿌린 덫을 가시적으로 제거하고, 용기있고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취해 분위기를 조성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의대에서 시작된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선언은 점차 타 의과대학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오늘(12일) 중으로 교수 투표 결과를 통해 무기한 휴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의문[전문]

먼저 우리 연세의대 교수는 정부의 의대정원증원정책으로 어떠한 손익도 기대하고 있지 않음을 밝힌다. 

지난 2월 정부의 잘못된 의대정원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정책의 일방적 선언과 졸속 추진으로 의료 및 의대교육사태가 발생했고 이제 110일을 넘어가고 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전공의와 학생이 떠난 병원과 대학에서 진료 외에 다른 업무를 사실상 모두 희생하며 묵묵히 기다렸다. 정부는 대화를 포함한 문제 해결에 어떤 합리적인 접근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사태 해결의 길은 요원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방안은 사태를 거듭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제 혼란은 의료계를 넘어 교육계에 이르렀고, 국민의 일상생활에 위협이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차례 정책 결정은 정부의 권한이라 주장하였다. 이는 곧 정책추진에 따르는 문제 역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정책 결정과 추진은 정부가 한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인다 할지라도 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청하고 반영하여 정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예측한 후에야 추진하는 것이 맞다. 단편적으로 정부는 의사 인원이 더 필요하니 일만명의 의대정원증원이 필요하다고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추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순기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개선을 어떤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인지 사전에 소통된 바 없다. 무엇보다 필수, 지역의료 개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재정적 부담도 추계된 바 없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근거를 제시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특히 정책의 중장기적 영향 중 어떤 부작용을 예상하고 해결 방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소통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지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보건의료와 같이 국민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의 결정이라면 정책의 근거, 기대효과, 예측되는 비용과 부작용, 그리고 해결 방안을 소통하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효과와 대가를 비교하고 감수할 용의를 묻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하다. 우리 교수는 전문가들임에도 정부의 이런 중장기적 순기능과 역기능의 구체적 지표를 듣지 못했고 정부가 국민이 감수할 부담을 솔직하게 설명한 것을 보지 못했다. 이번 정부 정책은 일방적인 정책이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명령 철회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덫을 놓았다. 우리 교수들은 협조를 거부한다. 

지난 4일 정부는 전공의에게 내려진 각종 명령을 철회하면서 이 철회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철회는 전공의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 교수들은 이것이 문제 해결 없이 전공의의 복귀를 끌어내려는 덫에 불과하다 판단하며 전공의의 복귀를 우선조건으로 하는 접근을 거부한다. 

우선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는 근거가 없었다. 지난 3일의 각종 명령 철회의 의미를 살펴보면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의 행동은 정부의 명령을 위반한 불법적 행동이지만, 전공의의 행위를 불법적인 행동으로 만든 명령이 6월 4일 이후 철회되었으니 사직하려는 전공의는 사직서를 새로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것이다. 이 명령의 근거라고 제시되었던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철회가 가능하게 되었는가? 지난 2월과 3월의 위기가 지금 6월에는 해결되었다는 것인가? 이는 정부의 자가당착으로 스스로 애초에 이런 명령의 근거가 없음을 인정하는 결과다. 

그렇다면 명령철회는 왜 덫인가? 먼저 명령 철회라는 말이 여전히 전공의들을 감시의 대상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직서 제출을 철회하고 복귀하는 전공의는 불법을 저질렀지만, 이번에 특별히 집행을 유예할 뿐이며 앞으로도 계속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둘째, 명령이 철회됐지만, 이 말이 전공의의 사직을 당연한 권리로 인정할 것이라는 보장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당국자는 6월 3일 이후 사직서를 새롭게 제출하는 전공의의 경우 사법처리를 실행할지 아니면 유예할지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리고 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규정을 들어 사직 후 만 1년이 경과하지 않은 전공의는 전공의로 다시 지원할 수 없으니 대부분 빨라야 2026년 3월이 되어야 전공의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전공의는 2025년 3월 현재 전공의 신분이 아니니 군미필 남자의 경우 만 3년이 넘는 기간의 군복무를 해야 한다. 결국 사직한 전공의는 2024년 2월로부터 만 2년 내지 5년이 경과해야 전공의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 이때도 훨씬 더 높은 경쟁을 뚫어야 들어올 수 있다. 그즈음에 졸업한 현재의 의대 학생과 함께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말로 전공의가 이렇게 늦게 복귀하기를 바라는가? 이는 현 사태를 더욱 장기화하는 것에 불과하며,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을 귀결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병원과 전공의를 지도하는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종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병원에 6월 3일 명령 철회 시점 이후에 사직할 수 있으니 전공의에게 사직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하라고 묻고 사직서를 수리하라 설명한다. 그러나 전공의에게 이런 대화는 그 자체로 복귀의 종용이며, 교수들은 정부의 하수인으로 전공의의 복귀를 이 덫을 이용해서 협박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는 의와 도가 있다. 우리 연세의대 교수는 전공의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며 설득할 수 없다. 이런 것이 설득이라고 불러도 그 전공의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덫을 놓고 협박하라는 인생관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인생관이며, 교수가 이를 실천해서 전공의가 몸소 학습하는 꼴이 될 것이다. 앞으로 수 십년을 임상현장에서 일할 전공의들이 이런 옳지 못한 인생관으로 살아가고 이를 전승할 것이 상상되는가?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이것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 요구하는 이 협조를 거부하는 것이다. 

정부는 휴학 신청을 한 의대 학생에게도 덫을 놓았다. 

대학 당국에는 휴학을 승인하지 말 것을 다양한 경로로 종용하면서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이익을 지키도록 설득하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실제로는 덫을 놓은 것이고, 학생들이 복귀하도록 이 덫으로 몰아가라는 말이다. 

정부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처럼 들린다. 입학에서 졸업까지 지체되지 않도록 휴학을 받아 주지 말라고 하고, 법적으로 정해진 수업일수를 충족하여 유급될 수 있으니, 학기제를 학년제로 바꾸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사 관리를 유연하게 하여 본인은 듣고 싶으나 또래나 선배 학생의 압력으로 강의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인식하고 이 잘못된 인식으로 학생을 위해 동영상 등을 적극 활용한 수업 이수가 가능하게 하라고 한다. 

이것은 정부가 학사 관리에 관하여 제시했던 그간의 방침에 배치되는 것인데 심지어 현장에 찾아와 시키는 대로 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면밀한 검토의 의미를 알고 있다. 이렇게 정부는 우리 연세대학교의 구성원을 단과대학별로, 즉 의대와 다른 단과대학으로 가르고 있다. 의대 학생의 휴학을 승인하는 것은 다른 단과대학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연세대학교 본부는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만 상황이다. 

본인의 뜻이 무시당해 휴학을 승인받지 못한 학생의 대다수는, 학년에 따라 다르지만, 1학기에 학사경고 혹은 유급을 당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를 막을 방도라고 제시한 대로 학년제로 전환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2학기에 들어서 학생들은 1학기와 같은 경과를 거치게 될 것이다. 즉 새로운 학기에도 휴학을 신청하지만 승인받지도 못하고 학사경고를 받는 것이다. 만약 등록을 거부한다면 제적 처분되어 학교를 영원히 떠나야 한다. 정부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인 젊은 학생에게도 이런 덫을 놓고 있다. 학생은 어린아이도, 바보도 아니다. 이들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이 옳지 못한 정부의 조치에 결국 따를 수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연세대학교와 의과대학 그리고 우리 교수를 어떻게 보겠는가? 

정부는 학생들을 덫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교수들에게 학생들을 보호하려면 북귀하도록 설득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을 기대하는가? 학생은 결국 등록금을 반환해 달라, 학사경고를 취소해달라 등등의 소송을 대학교와 의과대학에 제기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도대체 우리 교수에게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라고 하는 것인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의와 도는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 

우리 연세의대 교수는 처음부터 정부가 왜 교수에게 전공의와 학생 복귀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라고 하고, 복귀의 실패가 교수들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하는지 동의하기 어려웠다. 

우리 교수도 전공의가 모두 무사히 복귀하기를 원한다. 학생의 경우 올해 복귀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런 통탄할 상황에서도 우리는 현 의료사태나 의대교육사태에 직접 참여하는 것보다 정부의 해결을 기다리며 묵묵히 기관을 지키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왔다. “너희에게 잘못이 있다; 너희가 잘못 가르쳤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가르쳐라; 너희도 이기주의 아니냐”와 같은 근거 없는 비방에도 인내하면서 정부가 일방적이며 잘못된 정책의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에 정부만 믿고는 더 이상 나아질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되었다. 

첫째, 정부는 먼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뿌린 덫을 가시적으로 제거하라. 이 덫을 이용해서 우리 교수에게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를 설득하라며 젊은이에게 잘못된 인생관을 몸소 체험 학습하도록 압제하지 마라.

둘째, 정부는 전공의와 학생에게 용기 있고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여 분위기를 조성하라. 분위기를 먼저 조성해서 직접 대화에 나서 전공의와 학생을 복귀시켜라. 이제 의료사태와 의대교육사태를 끝내야 한다.

우리는 일차로 의사협회 주관의 6월 18일(화) 하루 휴진 이후 정부의 현 의료사태와 교육사태를 해결하는 위의 두 가지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보겠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정부에서 용기 있게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연세의대 교수는 병원의 필수의료를 뺀 모든 외래진료 및 비응급 수술과 시술을 6월 27일(목)부터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정부의 가시적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휴진하겠다. 그렇다고 우리 교수가 모든 진료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입원 환자 진료를 비롯한 필수의료에는 충실히 임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우리 연세의대 교수에게는 손익이 없다. 우리 연세의대 교수는 그동안 속이 상하고 분통이 터져도 묵묵히 인내하면서 기관을 지키고 기다려 왔다.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책의 졸속 추진으로 인한 결과는 정부가 책임져라. 우리 교수는 덫을 깔고 협박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라는 옳지 못한 인생관을 젊은이에게 전수할 수 없다는 사명으로 한 결의임을 밝힌다.

2024년 6월 12일 (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그 산하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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